Language & ... Writing/향가·만엽가·일본서기 해석

[스크랩] Re:만엽집 권1-78, 飛鳥 明日香能

monocrop 2011. 9. 30. 18:28

이 노래는 필자에게 의미가 깊다.

'만엽 해독은 엉터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원명의 발견'은 내 인생에 커다란 수확이 되었다.

이 노래가 '만엽은 원명의 편집'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게 해 주었고

이로부터 '만엽해독의 옳고 그름'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만엽은 '성애가 모음'도 아니고 막연히 '고대 시가집'이라고 정의할 것도 아닌 것이

'권1-1 부터 권1-78'까지 서로 줄거리를 가지고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시가 독립적이면서 상관관계를 가져 하나의 줄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알지 못하면 엉터리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거다.

 

香 毛 安良 牟(내 매여 안으랑 큰걸/ 내음이나마 엮어 안아 보련다)

 

이 구절이 말하는 바, 말씀을 하나하나 엮어 본으로 삼겠다는 의미였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만엽집인 거다.

 

 

가)

 

飛鳥 明日香 能 里 乎 置而

 

飛鳥 明日香케 슬 란 치우리

 

伊 奈 婆 君之當者 不 所 見

 

伊 내어 늙어 궂지당져 아니 바웨여 바리고

 

香 聞 安良 武

 

내 드러 안으랑 려

 

 

나)

 

飛鳥 明日香 能 里 乎 置而

 

飛鳥 明日香케 슬 란 치우리

 

伊 奈 婆 君之當 乎 不 見而 

 

伊 내어 늙어 궂지당야 아니 바리리

 

香 毛 安良 牟

 

내 매여 안으랑 큰걸

 

 

697년 8월 持統은 文武에게 양위하고 太上天皇이 되었다.

노래 가)는 그후 持統이 飛鳥를 돌아보며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倭의 땅〉伊氏왕조가 터를 잡은 땅〉놀 도랭이의 땅〉天武의 땅〉草壁과 倭의 미래가 숨쉴 터전"이었던 飛鳥가 "밝은 햇내음의 땅〉밝은 해의 기운이 다스리는 땅〉文武의땅"이라 상징되는 明日香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었다.

젊은 시절 天武와 함께 전장을 누볐고 皇后로, 天皇으로, 국가의 모후로 살았던 여장부의 노래에 허무한 기운이 가득 담겨져 있다.

선대가 받들어온 飛鳥의 地神을 무시하고 정성을 다하지 않은 자신의 불찰로 倭의 본거지이며 七神의 성지인 飛鳥마저 제 이름을 잃고 저들의 땅이 되어가고 있으니 아버지 天智의 近江천도와 함께 자신의 藤原宮 入宮을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훌훌 털고 七神으로 남아 너를 지켰더라면 오늘날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으리라.

바쁨을 핑계로, 지기가 쇠함을 핑계로 너를 버려 두어 실체 없는 연기만 질리도록 품어야하는 땅이 되었구나.

노래는 백성들의 마음을 적시며 널리 퍼져 나갔다.

 

文武가 사망한 후의 日本엔 다시 권력재편의 기회가 주어졌다.

親 新羅세력의 전횡에 대한 倭, 百濟系, 高句麗 系 등 지난날 세상을 호령하던 제 세력들이 같은 이상을 가지고 같이 살게 되면서 하나의 反 新羅세력이 되어 神權의 부활을 꾀하고 있었다.

사실 神權이라는 것이 의도적으로 생성,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마음속에 자리하여 성장하는 것이어서 雄神이 강하면 없는 듯 하다가 어지러워지면 세상을 주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비슷한 세력간에 생사를 가름하는 雄神다툼을 두려워하여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타협으로 七神을 선택하는 측면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람들의 시선은 서서히 天智의 딸이며 草壁의 아내였던 阿閉皇女에게로 모아졌고 경외로울 정도로 아름답고 부드러운 그녀가 元明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元明의 삶은 궁궐에서 시작되어 보고 들은 바 모두가 神과 祖上과 祭祀였고 권력의 암투 속에서 자랐으며 형제들의 죽음과 남편의 죽음을 겪어왔다.

권력무상을 알고 있기에 흔들리지 않는 국가의 기본목표와 사상을 정립시키고자 하였다. 국가의 중심에 神을 놓고 과거 그 神들을 받들어온 神權을 선민에 놓고자 하였으니 자연 倭人中心의 지향이 되었다.

애당초 八神國 진입에 대한 꿈이 있어 선진 한반도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도래인에 대한 기대도 컸었으나 계속 이어지는 도래정권들은 물리적으로 강할 뿐 백성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키워내고 있었다.

雄神的기능의 도래인들에게 기대었던 이유가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여 잘사는 나라를 건설함에 목적이 있는 것이어서 그들에게 지배되는 현 상황을 자못 안타깝게 생각하여왔다.

이에 元明은 모든 것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국가는 倭의 백성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어서 倭를 중심에 놓고 여타 종족은 이를 돕기 위해 존재해야한다.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록을 중시하고 잘 잘못을 모두 본으로 남겨둬야 한다.

시작은 倭의 본거지에서부터이니 우리는 飛鳥로 간다.

이러한 생각이 元明의 가슴 깊숙이 뿌리하고 있었다.

元明의 의도가 확고하여도 얼른 현 정국을 전환시키기가 용이하지는 않았다.

新羅가 있었고 이를 배경으로 설쳐대는 親 新羅세력이 건재하고 있었다.

이를 타개하려고 神·政분리를 내세웠다.

일찌기 持統이 藤原宮으로 들어간 것과는 반대로 神權인 자신만 나와서 飛鳥로 간다는 것이다.

政治를 놔두고 祭祀만 관장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며 국가의 대·소 祭典儀禮가 귀찮기도 하였다.

그러나 백성들의 마음은 元明의 의도대로 元明을 쫓기 시작하였다.

국가관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흔들리는 민중은 神을 찾는 법이다.

和銅3년(710) 봄 2월 元明은 藤原宮에서 寧樂宮으로 거처를 옮겼다.

겉으로는 神·政분리를 표방하였으나 文武시절의 親 新羅정책에서 탈피하여 자주적 왕권부활을 꾀하면서 백성들의 마음속에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藤元宮이전으로 환원시켜야만 했다.

이러한 시도에 어이없게도 倭를 지극히 사랑했고 飛鳥의 몰락을 슬퍼하였던 언니요 시어머니인 持統의 노래가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었다.

노래 가)에서 보듯 飛鳥는 이미 "내(香)나 안으라고 버려진 땅"으로 규정되어진 상황이어서 백성들의 인식을 되돌려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飛鳥의 지기가 쇠하여 王都로 적합치 않다는 풍문으로 새로이 시작되는 元明정권은 그 출발부터 어긋날 수도 있음이었다.

그래서 元明은 노래 나)로 자신의 의지를 밝히고 백성들의 불안을 해소하려한 것이다.

 

"飛鳥라 하든 明日香이라 하든 마음대로 불러라.

伊왕조를 낳아 쇠하여 안 좋다고 믿는다면 아예 쳐다보지도 말거라.

아무 것 없어도 伊를 낳았던 흔적이나 기운은 서려있을 터이니

그 내음이라도 하나하나 엮어 안아보련다."

 

노래는 持統의 것을 표절하였다.

표절이라는 것이 원작자의 감정을 도용하는 것이어서 노래의 값어치로 보면 원작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元明의 간절한 소망과 굳건한 의지를 담아내어 보다 진한 감동을 준다.

倭人中心, 神權中心으로의 복귀를 꿈꾸던 元明이 이 노래로 방황하는 백성들의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게 하였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때문에 이 노래는 열도 歷史上의 한 전환기를 가름하는 위치에 놓여 있어야 하며 坂本朝臣人麻呂, 志貴皇子와 함께 元明을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친 萬葉時代의 3인중 하나로 보고자하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元明이 皇位에 있을 때 그녀가 한 일은 다른 天皇에 비하여 미미할지 모르나 그녀의 사상은 아직도 日本 천지에 널려있다.

거듭되는 藤原家의 반란이 神·政분리와 함께 설명되어야 하거니와 攝關制, 幕府制등 열도고유의 정치문화도 이를 바탕으로 잉태하고 있으며 天皇制의 뿌리와 明治維新의 근거도 아름답고도 냉철한 神의 큰딸 元明을 이해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늘날 明治史觀이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 이유가 日神論을 주창한 坂本朝臣人麻呂, 萬世一系의 중심 축인 志貴, 神權中心의 나라를 연 元明을 이해하지 못함에 있으며 서로 反하는 사상을 하나의 日神論으로 묶는 모순에 있다.

 

 

일본 해독

 

아스카(明日香) 고을을 뒤에 두고나라(奈良)로 가고 말면

그대 살던 근처를 다시는 못 볼 거야. (혹, 그대 살던 근처를 보지 못하고 있을 것이야.)

 

 

어구 풀이

 

* 飛鳥 明日香 能 / 飛鳥 明日香케〉飛鳥를 明日香이라 하게〉飛鳥를 明日香이라 하도록 히〉飛鳥의 땅을 明日香의 땅으로〉飛鳥라는 이름을 明日香이란 이름으로.

"飛鳥"는 "날 새〉날 도랭이〉날아온 주작"의 의미로 "天武"를 이름이며 노래에서는 "天武"의 땅을 말하고, "明日香"은 "밝은 해의 내음〉밝은 해의 기운"이란 의미로 "文武"를 상징하여 노래에서는 "文武의 땅"을 말함이다.

그 둘의 땅이 다르지 아니하고 겹치게 된 것이니 결국은 天武의 땅에서 文武의 땅으로, 飛鳥에서 明日香으로 그 이름이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 里 乎 置而 / 슬 란 치우리〉마을을 갈아 치워라〉마을이름을 갈아 치워라〉그렇게 함부로 마을 이름을 바꾸면 되겠는가? 하는 반어법으로 "함부로 이름을 바꾸다니 어디 할 테면 해봐라"의 의미다.

 

* 伊 奈 婆 / 伊내어 늙어〉伊氏왕조를 내었기로 늙어〉伊氏왕조를 낳느라 땅의 지기가 쇠하여.

 

* 君之當 者 / 구지당 져〉구지다고 하여져〉싫다고 하여져〉안 좋다고 하고 있어서〉좋지 않다고들 하 여.

 

* 不 所 見 / 아니 바웨어 배려〉아니 훑어 배려〉잘 훑어보지 아니하여〉잘 보살피지 아니하여.

 

* 香 聞 安良 / 내 드러 안으랑〉내음이나 자꾸 안으라고〉실체가 없는 헛것이나 실컷 안으라고.

"香"은 "내음, 연기, 안개, 구름, 기운" 등을 나타내는 말인데 여기에서는 "왕을 낼 땅"에 대한 노래가 되므로 "왕의 빈 껍데기, 왕의 허상, 헛 그림자, 이루지 못할 헛된 꿈" 등을 의미하여 "실체가 없는 연기나 안고 있으라고"의 뜻이다.

또 하나, "香"은 "明日香"의 줄임말로 "文武"를 지칭하기도 한다.

飛鳥의 땅을 잘 보살피지 아니한 까닭으로 결국 文武에게 안겨 줘버린 꼴이 되었으니 "文武나 실컷 안으라고"라는 속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武 / 려〉내던져 놓아〉버려 놓았구나.

 

* 一云, 君之當 乎 不 見而 / 구지당 야 아니 배리리〉싫다하여 아니 바라 보아라〉안 좋다 하고 쳐다보지 말거라〉지기가 쇠하여 좋지 않다 하면 그런 사람들은 아예 희망을 갖지 않아도 좋다.

 

* 香 毛 安良 牟 / 내 매어 안으랑 큰걸〉내 엮어 안으라고 해야겠는걸〉연기라도 엮어 안으라고 해야겠구나〉헛것이라도 엮어 안아야겠다〉실체가 아닌 헛기운이라도 엮어서 안아보련다.

출처 : 아래아 마을
글쓴이 : 섬이야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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