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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나커넥션 2-8 | 아리나 커넥션 (한백)

monocrop 2011. 6. 20. 03:15

 

글 : 아라니 (tiger2020)

 

/ 2011. 06. 08  22:02

/ 출처 및 원문보기 - 네이버 카페 : 자음과 모음 - 나는 작가다 코너

 

 

2-8

 

숙취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뒷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른 쪽 어깨가 결려왔고 그 증상은 손목의 시큰거림으로 이어졌다.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아침을 먹기위해 내려 온 호텔 뷔페에는 발락과 그의 동료 한 사람이 먼저 내려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얼굴들이 왜 그래요?”


 

발락의 한 쪽 눈은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었고 다른 이의 입술은 심하게 부어 올라있었다. 간 밤에 두 사람이 한바탕 치고 받았던 것이 분명했다. 발락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옆의 젊은 친구는 시선을 내리깔았다.의자를 당겨 앉으려는 순간 예리한 통증이 어깨를 파고 들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 같군요. 미스터 한은 .. ”

발락은 담배를 꺼내 물고 라이터로 두어 번 불을 붙였다. 라이터는 잘 켜지지 않았다. 발락이 담배를 피웠던가.


“정말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겁니까? 우리는 죽도록 얻어 터졌다구. 그 녀석.. 보기에는 접어 놓은 검은 우산처럼 빼빼 말라 약골같더니만.”
“누구를 말하는 거에요?”

“오호! 같이 피를 나누신 사이라 이거죠?  미스터 한도 우리하고 피 좀 나눕시다. 이거 원통해서 살겠나.”


대화는 갈수록 이상했다. 내가 발락의 담배갑을 집어 한 개피를 빼어 물자 발락은 신기하다는 듯 내 동작을 바라봤다. 이번에도 라이터는 잘 켜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깊이 들이마신 담배연기는 이내 안락감을 주었다. 그런 느낌 속에서 어제 밤 사건에 대해 기억을 되감아 봤다. 호텔에 들어온 것은 기억이 났고..팽교수..그렇지.팽교수가 뭐라고 했다.

그 다음에 발락과 팽교수간에 무어라 대화가 있었고 같이 있던 검은 정장의 마른 사내와 발락간에 치열한 언쟁이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공백이 있었다.


“팽교수가 뭐라고 한 다음부터는 잘 기억이 안나는 군요”


내 말에 발락은 물이 담긴 유리잔을 들어올려 보였다.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발락은 유리잔을 내려놓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발락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테이블을 넘어 내 뺨을 한 대 후려쳤다.

이 자식이! 정색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나를 발락은 애처롭게 바라봤다. 문득 어떤 기억이 돌아왔다.

 

“맞아! 그 자식! 그 자식이 팽교수의 뺨을 때렸어! 사회과학원의 장박사라는 넘! 인종동화주의자.”

 

내 외침에 발락은 맥없이 박수를 몇 번쳤다. 하지만 내 기억은 다시 거기까지였다. 발락의 도움이 필요했다.


“우린 팽교수와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중국은 국가가 아니라 문화 공동체라는 팽교수의 말에 논쟁이 벌어졌지.

팽교수는 근대적 개념의 국가로는 중국을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였고 나는 거기에 반대했어.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파시즘적 해석이었지.

왜냐. 한족에게 국가가 없다면 다른 소수민족에 게도 국가란 없는 거고 당연히 우리 위구르의 분리독립운동도 폭동에 불과한 것이 되니까.”

 

“ 장박사가 둘의 논쟁에 끼어들었죠?”

내 질문에 발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은 위구르인들에게 언제 국가가 존재했냐고 내게 따졌고 그때 이 친구가 그의 얼굴에 물잔을 끼얹었어”
“그래서요?”

“그가 일어서서 다가 오더군. 이 친구도 맞서서 일어섰는데 그만 장의 한 방에 나가 떨어졌지. 화가 난 내가 의자를 집어들었는데 열 개 쯤되는 주먹이 순식간에 날아왔지. 말로만 듣던 영춘권이었어”
거기까지는 이해가 됐다.

 

“그런데 왜 장이 한 참 나이 많은 팽교수의 뺨을 때린거죠?”


“팽교수가 장박사를 크게 나무랐지...그러면서 뭐라고 했는데..”

 

“들개같은 까오리 빵쯔 놈아!”

발락의 젊은 동료가 부어오른 턱을 매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발락과 나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조선족 사람들을 욕하는 말이죠. 내 친구중에 중국 조선족이 있어요”

조선족이라..나는 그 장박사의 존재가 궁금했다. 중화는 대화원이고 중국은 대가정이라던,그래서 우리 중국인의 피에 고구려인의 피도 흐른다고 했던..

 

“장박사는 어떻게 됐죠?”

내 질문에 발락과 동료는 놀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발락이 테이블위의 젓가락을 집어 올렸다.

 

“ 이런 게 목덜미에 꽃혔지.”

 

발락의 말에 오른 쪽 어깨가 다시 찌르르 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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