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uage & ... Writing/아리나 커넥션

마크툽을 읽어 보고.. | 나는작가다 게시판

monocrop 2011. 6. 20. 02:39

아라니(tiger2020)

같이 글을 쓰는 입장에서 마크 툽을 읽어 본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저는 마크툽의 패기를 높게 사고 싶습니다.
대개 프로작가들은 그런 소설을 쓰지 않으려 할 겁니다.
왜냐하면 엄청 공부를 많이 해야 하거든요..
그 시간에 이름값 떨어지기 전에 하나라도 더 쓰는 게 낫죠 .ㅋ
작가는 재료로서 글감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좀 산만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렇게 이야기 해 보면 어떨까 싶군요..

고려시대 한림학사들의 별곡을 보면 엄청화려합니다.

홍목단 백목단 정홍목단(紅牧丹 白牧丹 丁紅牧丹)
홍작약 백작약 정홍작약(紅芍藥 白芍藥 丁紅芍藥)
어류옥매 황자장미 지지동백(御柳玉梅 黃紫薔薇 芷芝冬柏)
위 간발(間發)ㅅ경(景) 긔 엇더하니잇고

제가 마크툽을 읽으면서 위의 경기별곡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바로 소재들의 연결방식 때문입니다. 소재들의 연결로부터 주제에 다가가야 하는데 순수 판타지 영역이 아닌 현실세계에서의 초월적 경험이라면 리얼리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연재물 알로마노 처럼 아예 순수 판타지의 영역이라면 그러한 리얼리티는 매직(magic)적으로 풀려나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죠.
문제는 리얼리티라는 것에 일종의 규약된 컨벤션, 즉 규격이 있다는 거죠.
예를들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실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종군 다큐멘터리를 놓고 어느 게 더 리얼하냐 하면 당연히 영화쪽입니다. 다시말해 리얼리티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며 구성적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마크툽의 배경이 어차피 현실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면 '리얼리티'로부터 도망치기 보다는 오히려 하이퍼로 전환되는 치밀한 장치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됐어요.
예를들어 12명의 친구들의 이름에서 그리스도의 제자와 별자리가 도출되는 부분이 '사실이 그랬다'라기 보다는 융이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틀에서 유도되거나 아니면 샤머니즘 배경에서 도출되었다면 그 리얼리티의 효과가 상당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인 거죠.
저는 마크툽의 주인공들이 사실은 고대 어떤 샤먼들의 인카네이션이고 본인들이 각자 그러한 자기안의 존재와 투쟁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구도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작가가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고 캐릭터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겁니다. 작가는 주인공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해 주기만 하면 되죠. 단 그들이 소설에서 나와서 방안을 휘젓고 돌아다니지 않게 통제는 해야 겠죠.ㅋ
소설 속의 장치적 측면과 종교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좀 더 접목시켜 보시면 어떨까..
이를 위해 엘리아데의 책들을 권해 드리고 싶군요. 특히 '성과 속'을 권해 드리고 싶은데 혹시 읽어 보셨다면 그 텍스트에 등장하는 종교현상들을 면밀히 재추적해서 작품에 응용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