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person

스타번역가 시대...

monocrop 2009. 6. 9. 16:27

원작보다 더 원작같이… 번역가 '스타 탄생'

《신》을 번역한 이세욱씨./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이세욱·김석희·김난주 등 번역
출판계에서 상한가 세계적 작가들이 요청도

번역가 이세욱(47)씨는 최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더 이상 번역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후배들에게 베르베르의 소설을 번역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출판사(열린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2001년 《개미》의 성공 이후 최근 나온 《신》까지 베르베르는 자신의 책 번역을 모두 이씨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베르베르 소설의 가장 큰 시장은 한국이다. 전 세계 판매 부수 500만부 중 3분의 1 이상이 한국에서 팔려나갔다. 그 이유에 대해 베르베르는 "양질의 번역 덕분"이라고 인정해 왔다.

국내에서 약 270만부가 팔린 《로마인 이야기》(전15권·한길사)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도 출판사에 "후속작인 《로마 멸망 이후 지중해 세계》 번역을 반드시 김석희(57)씨에게 맡겨달라"고 당부했다. '번역의 힘'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작가들은 한국의 스타 번역가를 잡기 위해 조바심을 내고 있다.

2008년 국내 도서 발행 총수 4만3099종 중 번역도서는 1만 3391종으로 전체의 30%를 처음 넘었다. 치열한 판매 경쟁 속에서 출판사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번역이다. 원작이 해외에서 상을 많이 받고, 마케팅에 공을 들여도 번역이 엉망이라는 입소문이 돌면 판매 뒷심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차가운 밤에》의 번역자 김난주씨./민음사 제공


인터넷 서점 YES24 임수정 팀장은 "요즘 독자들은 책 리뷰에 번역의 수준과 오역(誤譯) 여부까지 올린다"며 "생소한 외국작가의 경우는 번역가 브랜드로 책을 고르는 경향이 강해졌고 팬클럽을 가진 번역가도 있다"고 했다.

아예 번역가를 홍보 전선에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인기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2008년 작 《차가운 밤에》(소담출판사)는 책 표지에 이 책을 번역한 김난주(51)씨의 작품 추천을 실었다. 출판사 측은 "같은 작가의 소설도 번역자가 김난주냐 아니냐에 따라 판매 부수에서 차이가 난다"고 했다.

스타 번역가들에게는 일이 몰린다. 김난주씨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번역을 맡길 수 있다. "좋은 작품만 골라서 번역하겠다"며 보통 번역가 1년치 일감을 고사하는 이들도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간 시기가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작품이 나오면 새치기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중요한 때 번역가를 다른 출판사에 뺏기지 않으려고, 계속 번역을 맡겨서 발을 묶어두는 경우도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번역자 김석희씨.


번역한 책마다 일정액을 받는 매절(買切) 방식이 아니라 책이 팔리는 만큼 인세(印稅)를 받는 '인세 시대'를 연 것도 스타 번역가들이다. 이세욱씨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출판사에 요구해 번역하는 모든 책을 인세 계약하고 있다. 이 경우 꼭 번역가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판매가 보장된 책은 번역가가 많은 인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스타 번역가는 아직 손에 꼽을 정도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베스트셀러를 번역해 몸값을 확 높이거나 한 우물을 오래 판 '스타'들을 제외하곤 번역가는 고정 수입이 없어 힘든 직업"이라고 했다. 190만부가 팔린 자기계발서 《시크릿》을 번역한 김우열씨는 "현재 국내의 번역가는 6000~7000명에 이르지만, 불황으로 출판시장이 침체되면서 일감은 계속 줄고 있고 그나마 번역료를 떼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번역가들이 모여 번역 중개 회사를 만든 경우도 있다. 경제·경영서를 주로 번역하는 김명철(43)씨는 2007년 40여 명의 번역가가 공동주주로 참여하는 번역회사를 열었다. 출판사 측이 경력 있는 번역가들을 믿고 일감을 맡기면 회사가 적절한 번역가를 찾아 소개해주는 식이다. 현재 이 회사 소속 번역가는 100명으로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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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번역 역시 외국어의 번역 능력만이 아닌 그 작품의 해석 깊이에 따라 번역가의 평판이 달라지는 문제같다.

원전의 해석이란 어휘의 선별을 떠나 그 원작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분위기를 잘 읽어 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무슨 분야이든 실력 차가 나면 '스타~'란 수식어가 붙고 이제 인력 수급이 많아지면 가치가 떨어지는...

매양 같은 모양새가 반복되는 것이 사람사는 세상의 모양새인 듯 싶다...

 

책을 내는 일은 독자와 대면하는 루트가 있는 작업임에도 이제는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사람만 있어서는 대중과 '소통'조차도 힘든 세상이다. 부가로 관여되는 많은 인력들이 있어야 온전히 텍스트를 대중 앞에 끌고 갈 수가 있게 된다.

물론 온라인 상으로 직접 모든 것을 다 작업해서 곧바로 널리 유포시키는 것도 가능해진 세상이긴 하지만 그것은 프로의 세계는 아니다. 또 소통할 수 있는 대상 역시 '대중'이라 하기엔 그 범위 가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번역 작업은 원작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고 정확하고 섬세해야 할 것이다.

저런 번역 작업에도 '궁합'은 존재하는 것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