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김포공항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15층짜리 건물이 서 있다. 집집마다 남쪽을 향해 나 있는 베란다, 83㎡(24평)∼190㎡(54평)의 다양한 면적, 진한 갈색과 미색이 어우러진 외관 등이 아파트 모양새다. 하지만 이곳은 서울의 한 병원 계열사인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운영하는 실버타운이다.
건물 지하엔 일반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수영장·헬스장·물리치료실·컴퓨터실·노래방·당구장·탁구장·도서관·동호회실 등이 있다. 입주자에겐 상주 의료진의 검진은 물론 연 2회의 종합검진과 하루 3끼 식사가 제공된다. 세탁·청소 서비스도 해준다. 2003년 입주해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이모(76)씨는 “건물 안에서 필요한 것을 다 해결할 수 있고 가사노동을 안 해도 돼 집사람이 좋아한다”며 “지하철역이 지척이고 자식들 집과도 가까워 바깥 나들이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실버타운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있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서울에서 한두 시간 떨어진 경기도 외곽에 지어지던 실버타운이 도심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분당·일산 등지에서 현재 10여 개의 실버타운이 영업 또는 분양되고 있다.
강서구에만 서울시니어스타워 외에도 두 곳이 운영 중이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박상준 리얼플랜 소장은 “도심형 실버타운은 전원형에 비해 의료·생활·문화 인프라가 많아 노인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인환 KP플랜 대표는 “나이 들면 조용히 살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젊은 사람들의 착각”이라며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60∼70대층은 사생활과 대외활동이 모두 자유로운 도심의 아파트형 실버타운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요양원에서 실버홈으로=국내에서 실버타운이 등장한 것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 1990년대 중반이다. 80년 3.8%였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00년 7.2%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후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버타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독교·불교 등 종교계의 복지단체가 주로 사업을 맡아 거주시설이라기보다는 요양원(너싱홈) 성격으로 많이 지었다. 수요가 예상에 훨씬 못 미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거동이 자유로운 부모는 한촌으로 내침을 당하는 기분이었고, 자식들도 ‘현대판 고려장’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했다. 생활도 여러모로 불편했다. 거리가 멀다 보니 자식들이 찾아오거나 부모가 찾아가기도 힘들었고 병원이나 쇼핑 나들이도 어려웠다. 부도가 나 사업자가 넘어가거나 아예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98년 국내 첫 도심형 실버타운이 지어졌다. 국내 최대의 대장항문병원 중 한 곳인 송도병원(이사장 이종균)이 서울 약수동 병원 옆에 지상 13층, 144가구 규모로 지은 서울시니어스타워다. 1년여 만에 입주가 완료되고 100여 명이 빈 자리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병원 측은 아예 전문 관리회사를 설립했다. 서울 강서구와 경기도 분당 등에 실버타운을 추가로 더 설립하기도 했다.
사업성을 가늠하던 건설회사들도 하나 둘 이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SK건설과 중앙건설·풍림건설 등이 현재 서울 시내에서 실버타운 사업을 하고 있고 금호건설 등도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만만찮은 비용이 과제=실버타운 입주를 고려할 땐 먼저 자신의 경제상황을 가늠해야 한다. 분양(임대)가와 매월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지어지는 실버타운은 아파트 수준의 고급화와 편의시설에 노인을 위한 추가 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가격도 그만큼 비싸져 인근 아파트 분양가 수준이다.
우림건설이 다음달 서울 상암동에서 분양할 상암카이즈팰리스는 분양가가 3.3㎡당 2500만원에 달한다. 추가 비용도 적지 않다. 기본 관리비와 식비로 최소 42만원, 많으면 1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전기·전화료 등 공과금은 관리비와 별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버타운에 따라 분양(임대)가 이외에 운영 선납금을 따로 받기도 한다. 실버타운 내의 편의·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다. 15년 기준으로 8000만∼1억5000만원이 든다.
도중에 나가는 경우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만큼만 돌려받는다. 선납금이 없으면 대신 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실비 수준의 돈을 내야 한다. 서울시니어스타워 김민주 팀장은 “아파트 거주비에 서비스 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에 적지 않은 돈이 든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이나 연금생활자 등이 주로 입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론 사업시행사와 운영사가 탄탄한지를 살펴야 한다. 분양을 받은 뒤 부도가 나거나 입주 뒤 갑작스레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환 대표는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이 의무화되기 전 건축 허가만으로 실버타운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는데 시행사가 부도 나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유명 건설사 이름으로 분양되지만 실제 운영사는 다른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 교통·생활여건이 어떤지를 따져보는 것은 기본이다.
법적·제도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실버타운은 부부 중 한 사람이 만 60세 이상이어야 분양 또는 임대가 가능하다. 취·등록세는 50%가 감면된다. 하지만 ‘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이 분양을 받으면 1가구 2주택자가 된다.
팔 때도 만 60세 이상인 사람에게만 팔아야 한다. 자녀들의 동반 입주가 불가능하고, 주택연금(역모기지)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단점이 있다. 완공 이전엔 주택건설촉진법, 이후엔 노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다 보니 모호한 부분도 적지 않다.
예컨대 경기도 용인시에선 실버타운을 유료노인복지주택으로 간주해 베란다 확장을 금지하지만 서울시에선 일반주택처럼 허용해주고 있다. 업계에선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이 같은 규제 완화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건물 지하엔 일반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수영장·헬스장·물리치료실·컴퓨터실·노래방·당구장·탁구장·도서관·동호회실 등이 있다. 입주자에겐 상주 의료진의 검진은 물론 연 2회의 종합검진과 하루 3끼 식사가 제공된다. 세탁·청소 서비스도 해준다. 2003년 입주해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이모(76)씨는 “건물 안에서 필요한 것을 다 해결할 수 있고 가사노동을 안 해도 돼 집사람이 좋아한다”며 “지하철역이 지척이고 자식들 집과도 가까워 바깥 나들이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실버타운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있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서울에서 한두 시간 떨어진 경기도 외곽에 지어지던 실버타운이 도심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분당·일산 등지에서 현재 10여 개의 실버타운이 영업 또는 분양되고 있다.
강서구에만 서울시니어스타워 외에도 두 곳이 운영 중이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박상준 리얼플랜 소장은 “도심형 실버타운은 전원형에 비해 의료·생활·문화 인프라가 많아 노인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인환 KP플랜 대표는 “나이 들면 조용히 살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젊은 사람들의 착각”이라며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60∼70대층은 사생활과 대외활동이 모두 자유로운 도심의 아파트형 실버타운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요양원에서 실버홈으로=국내에서 실버타운이 등장한 것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 1990년대 중반이다. 80년 3.8%였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00년 7.2%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후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버타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독교·불교 등 종교계의 복지단체가 주로 사업을 맡아 거주시설이라기보다는 요양원(너싱홈) 성격으로 많이 지었다. 수요가 예상에 훨씬 못 미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거동이 자유로운 부모는 한촌으로 내침을 당하는 기분이었고, 자식들도 ‘현대판 고려장’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했다. 생활도 여러모로 불편했다. 거리가 멀다 보니 자식들이 찾아오거나 부모가 찾아가기도 힘들었고 병원이나 쇼핑 나들이도 어려웠다. 부도가 나 사업자가 넘어가거나 아예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98년 국내 첫 도심형 실버타운이 지어졌다. 국내 최대의 대장항문병원 중 한 곳인 송도병원(이사장 이종균)이 서울 약수동 병원 옆에 지상 13층, 144가구 규모로 지은 서울시니어스타워다. 1년여 만에 입주가 완료되고 100여 명이 빈 자리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병원 측은 아예 전문 관리회사를 설립했다. 서울 강서구와 경기도 분당 등에 실버타운을 추가로 더 설립하기도 했다.
사업성을 가늠하던 건설회사들도 하나 둘 이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SK건설과 중앙건설·풍림건설 등이 현재 서울 시내에서 실버타운 사업을 하고 있고 금호건설 등도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만만찮은 비용이 과제=실버타운 입주를 고려할 땐 먼저 자신의 경제상황을 가늠해야 한다. 분양(임대)가와 매월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지어지는 실버타운은 아파트 수준의 고급화와 편의시설에 노인을 위한 추가 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가격도 그만큼 비싸져 인근 아파트 분양가 수준이다.
우림건설이 다음달 서울 상암동에서 분양할 상암카이즈팰리스는 분양가가 3.3㎡당 2500만원에 달한다. 추가 비용도 적지 않다. 기본 관리비와 식비로 최소 42만원, 많으면 1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전기·전화료 등 공과금은 관리비와 별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버타운에 따라 분양(임대)가 이외에 운영 선납금을 따로 받기도 한다. 실버타운 내의 편의·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다. 15년 기준으로 8000만∼1억5000만원이 든다.
도중에 나가는 경우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만큼만 돌려받는다. 선납금이 없으면 대신 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실비 수준의 돈을 내야 한다. 서울시니어스타워 김민주 팀장은 “아파트 거주비에 서비스 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에 적지 않은 돈이 든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이나 연금생활자 등이 주로 입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론 사업시행사와 운영사가 탄탄한지를 살펴야 한다. 분양을 받은 뒤 부도가 나거나 입주 뒤 갑작스레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환 대표는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이 의무화되기 전 건축 허가만으로 실버타운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는데 시행사가 부도 나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유명 건설사 이름으로 분양되지만 실제 운영사는 다른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 교통·생활여건이 어떤지를 따져보는 것은 기본이다.
법적·제도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실버타운은 부부 중 한 사람이 만 60세 이상이어야 분양 또는 임대가 가능하다. 취·등록세는 50%가 감면된다. 하지만 ‘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이 분양을 받으면 1가구 2주택자가 된다.
팔 때도 만 60세 이상인 사람에게만 팔아야 한다. 자녀들의 동반 입주가 불가능하고, 주택연금(역모기지)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단점이 있다. 완공 이전엔 주택건설촉진법, 이후엔 노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다 보니 모호한 부분도 적지 않다.
예컨대 경기도 용인시에선 실버타운을 유료노인복지주택으로 간주해 베란다 확장을 금지하지만 서울시에선 일반주택처럼 허용해주고 있다. 업계에선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이 같은 규제 완화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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