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NEWS/일본의 기원과 한국

[스크랩] ‘호호 웃고 있는 꾸벅 졸고 있는 부처님’ 한국불화-일본 고베

monocrop 2007. 12. 29. 03:45

[책과 삶]‘웃고 있는 졸고 있는 부처님’

 어쩌다 예까지 왔습니까



일본 고베 시립박물관에서 발견된 ‘비로자나불도’.


다양한 표정을 지닌 부처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다.



▲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강소연|부엔리브로

일본 고베 시립박물관에는 특이한 불화가 있다. 주존불과 보살, 십대제자, 사천왕 등이 그려진 중앙의 사각구획 밖에 엄지손톱만한 부처님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그림. ‘일만삼천불도’라는 이름이 전해져오는 ‘비로자나불도’다. 그런데 이 ‘초미니’ 부처님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호호 웃고 있는 부처, 꾸벅꾸벅 졸고 있는 부처, 입을 쫑긋 모으고 있는 부처 등 다양하고 익살스러운 얼굴들. 이건 분명 한국 불화다. 엄숙한 종교 작품에 이렇게 밝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그려넣은 것은 한·중·일 3국 중 한국 불화가 유일하다.

이 ‘비로자나불도’처럼 해외에는 수많은 한국의 문화유산들이 흩어져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7만5000여점에 달한다. 불교회화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려와 조선 전기의 불교회화는 국내에 10점 미만이 전해지고 있는 반면 해외에는 250여점이 소장돼있다고 한다. 국내에 존재하는 작품만으로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필 수 없는 이유다.

‘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는 이같은 우리 미술사의 공백을 메우려고 시도한 책이다. 일본과 미국 등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 및 조선 전기의 불화 걸작 20여점을 소개했다. 일본 효고현 주린지(十輪寺)에 소장된 ‘오불존도’, 교토 센오쿠하쿠코칸(泉屋博古館)의 ‘수월관음도’, 영국 대영박물관의 ‘백의관음도’, 미국 보스턴미술관의 ‘치성광여래왕림도’ 등 국보급 불화가 대부분이다. ‘비로자나불도’처럼 이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

불교회화는 당대 최고의 장인정신과 사상과 미학이 집약된 결정체로 우리 역사와 문화의 정수다. 또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소원과 열망, 가치관과 생사관, 우주관 등이 담겨 있다. 책은 불화의 세부 장면들을 200여컷의 사진에 담고 친절한 해석을 덧붙여 독자들이 불화 속 세계와 온전히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오불존도’의 삼신불(三身佛)과 삼불(三佛)의 십자구도에서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불교 도상의 원형을 찾고, 교토 지온인(知恩院)의 ‘관경16관변상도’에선 극락세계를 희구했던 고려말 사람들의 내면 풍경을 엿본다. ‘치성광여래왕림도’에선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칠성신 신앙을 찾고, 바빌로니아에서 유래한 12궁 체계가 조선 불화에까지 유입되는 장구한 역사적 흐름을 읽어낸다. 저자는 특히 불교적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법화경’ ‘화엄경’ 등 불경은 물론 서산대사의 ‘회심곡’, 일연의 ‘삼국유사’, 사마천의 ‘사기’, ‘노자’, 만해 한용운의 시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했다.

사실 저자의 친절한 설명 이전에 독자를 매혹시키는 건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유려한 불화 그 자체일 것이다. 놀라운 붓 솜씨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양, 예술성과 장엄성의 절묘한 조화로 세계가 인정하기 시작한 우리의 명작들이다. 책에 인용된 독일의 저명한 불교미술사학자 디트리히 제켈의 “지극한 아름다움의 성취는 궁극적으로 종교적 상징성을 드러낸다”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6년여에 걸친 현지조사를 통해 이국땅에 있는 우리 유물들을 만났고, 이를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이 유물은 어쩌다 예까지 왔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찾아간 작품이 한국 것일 경우, “그것이 펼쳐지는 순간 한눈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저자는 일본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 왕실의 불교회화 연구로 2005년 일본 미술문화계 최고권위 학술상인 ‘국화상’을 수상했다. 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의 딸이기도 하다. 2만5700원-2007년 12월 28일 (금) 17:45   경향신문

〈김진우기자〉
출처 : 전혀 다른 향가 및 만엽가
글쓴이 : 庭光散人글돋先生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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