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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스러웠던 9회 구성 - 드라마 선덕여왕

monocrop 2009. 6. 23. 17:55

 

잘 들어. (이 상황을) 좋아해야 되는 거야, 말아야 되는 거야...’

  

 

 Mimesis / 20090623

 

 

선덕여왕 9회에 대한 시청소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아쉬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역과 성인 역의 연계에 대해서만 주목하는 듯 합니다.

사실 그만큼 시각적인 연결이 시청자들에게는 중요한 요소임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거기엔 연기자 외에 분장담당자도 같은 책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 연기력에 대한 지적들이 많은데 그에 대한 소감을 가감없이 말해 볼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일개 아마추어 시청자의 의견일 뿐임을 분명한 전제로 밝힙니다.)

 

 

주목받았던 아역들 남지현, 신세경의 연기

 

남지현, 발군의 연기를 보여 줬습니다.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들 중 한 명입니다.

그렇다고 전혀 지적할만한 것이 없었던 것은 것은 아니었죠. 의외로 상투적으로 해석해 연기하는 부분도 꽤 되었습니다.

그런 부분은 성인역까지 이어졌었다면 많은 지적들이 따랐을 부분이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자주 나왔던 고역 톤의 반응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키와 체격으로는 더 이상 덕만 역을 커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죠.

 

신세경, 나름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눈 빛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을 것입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외모?로 천명 역을 더 맡았어도 좋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 밖에 많은 시청자들의 지적대로 돋보이는 아역 연기자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작 문제는 드라마 구성과 스토리 전개 문제였다.

 

그런데

이런 모든 논의나 논란을 뛰어 넘어 극 자체로 끌어오는 힘은 스토리여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선덕여왕이라는 사극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근간이 무너지면 연기자의 캐스팅이나 연기력은 모래알과도 같이 무의미해지며 그저 사족에 대한 논란에 불과하게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더더군다나 호응이 있었던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넘어가는 첫 회를 좋은 소재들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구성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쉬움이 너무 크네요.

 

 

무엇을 실패하였는가.

 

이요원의 시각적 효과는 예상대로 무척 컸습니다.

드라마로서는 않좋은 이야기겠지만 다른 조건들로 인해서 사실 더 커보였습니다.

다른 화랑들이나 김유신이나 천명공주를 감안해 보면 이요원마저 아니었다면 어쩔 뻔 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인공 덕만의 이미지 연계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았으나 큰 감동이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연기력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선덕여왕이나 김유신이란 역사의 인물은 신라의 국운과는 떼어지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나라의 운이 좌우될 만한 전쟁의 무게가 극에 전혀 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미실파와의 파벌의 연장으로써의 화랑들 간의 파벌 갈등으로 덮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잘 못 잡힌 전쟁의 위계와 캐릭터의 무게를 반감시키는 극 구성

 

이미 국운이 걸린 전쟁의 무게가 반감되었는데 김유신이라는 인물의 무게가 실리겠습니까.?

아니면 의도한 대로 인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진성’?비재 에서 전쟁 참여로 무엇인가 점 점 더 커지는 운명의 소용돌이로 상승되면서 휘말리는 효과를 갖게 하였는가요?

 

그런 어수선한 극 구성에 류담의 대사는 더더욱 이 드라마를 유치하게 만들었습니다..

(류담의 대사입니다. 류담의 연기 문제가 아닙니다. 점수로 매긴다면 류담은 상층에 속한다고 봅니다. 이 역시 드라마 전체로 보면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

 

 

잘 들어. (이 상황을) 좋아해야 되는 거야, 말아야 되는 거야..’

 

그 순간 이 대사는 내가 되뇌여야 될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드라마 좋아할 수 있는 건가, 그만 봐야 되는 건가….’

 

 

 

 

아역들과 극 초반에 서릿발처럼 그려 오던 화랑의 모습은...

생각의 깊이도 짧고 호기로만 가득찬 젊은이들의 집단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진성’?비재라는 아이디어?를 내놓고도 전혀 못써먹고는 오히려 다른 구조까지 허물어 버리고 마는 효과만 거두어 버리는데 1회분을 거의 다 소진해버렸습니다.

 

 

 

이런 구성이 아쉬웠다.

 

국운을 건 전쟁도 내부 파벌 갈등에 가리워져 버리고….

진성비재라는 개발 소재로 그 많은 분량을 그 파벌 갈등에 쏟아 부었으면서 어떻게 그것을 앞두고 덕만과 김유신의 혼자 고뇌하는 모습을 하나도 넣지 않을 수 있을까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게다가 느닷없이 천명과 만나는 씬은 두번이나 있었죠.

 

만일 아마추어인 내가 한다해도, 다음과 같이 했을 것 같습니다.

 

남장을 하고 합숙하는 덕만에게 메시지를 어떻게 전하는 것인지에 대한 천명의 작은지혜를 보여주는 장면을 삽입할 것입니다.

 

둘이 만나게 되는 대목은 대사도 필요없는 실루엣씬 하나만 잡더라도 둘 간의 관계에 대한 은밀하지만 끈끈한 운명의 연결을 암시하면서 이어 갈 수 있었으리라고 봅니다.

 

지금은 약하지만 이런 작은 지혜의 모습을 박예진에게 부여해 주어야 향후 미실과 본격 대결할 힘이 있음을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이고 신세경과의 비쥬얼 연계의 어색함도 더 빨리 덜어낼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기에 덕만의 고생스러움을 본인이 직접 설명하는 장면을 넣는 것보다는 김유신이 힘껏 휘두른 매를 받은 덕만이가 천명과 첫 만남에서 앉으려다 앉지 못하는 작은 몸짓 연기 하나만 넣었더라도...

 

이처럼 김유신도 가벼워지고 덕만의 고생스러움도 가벼워지는 상태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웃음 뒤에 감동이 어릴 수 있는 기회를 이 9회는 다 놓치고 무성의하게 넘어 가고 맙니다.

 

저러한 연출의 배려는 보이지 않은 채 모든 문제들을 나중에 연기자의 연기력 문제로만 부각시켜 그 뒤에 숨을 요량이란 말인지….

 

전쟁과 비재를 앞 둔 두 인물의 홀로 고민하는 씬은 너무나 필요했던 대목이 아닐까요.

아직은 두 인물에게 전쟁이 동일한 의미를 가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이 단계에서 중요한 재미거리도 되기 때문입니다.

 

미실의 몇 년전 한마디에 그저 그렇게 버티고 있는 덕만은 아직 애국심을 가진 신라인이 아니라 한다면  전쟁을 앞 둔 고민은 분명 김유신과 달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여태 버티는 지 설득력을 갖기가 힘들어지니 그것 역시 덕만의 대사에 넣어버린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작가들이 공동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서 작업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예전 서동요에서도 작가가 여러명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작가가 여럿이더라도 줄기는 하나여야 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고민하는 모습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게다가 내용이 다른 고민들의 모습이 노출되어야 나중에 둘의 고민의 내용이 같아질 때 연기에 힘이 실리고 감동의 폭발력이 실리게 될 것이 아니었던가요.

 

꼴사나운 러브라인?에만 기대려고 하는지도 이제는 의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고뇌의 모습이 그려질 때 인물의 깊이는 생기게 되는 것이며 성인역으로의 몰입도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될 것인데

성인역 첫 회를 너무 무성의하게 구성한 장면들이었습니다.

 

훗날 패배를 모르는 명장 김유신될 유신랑이 고뇌에 차 힘껏 휘두른 매를 나약한 덕만에게 조차 아무 것도 아닌 장면으로 만든 것은 이 드라마의 자학적인 코메디의 정수였습니다.

 

재미는 있을 지 모르나 웰 메이드와는 점 점 더 멀어지고 있는 듯한 9회에서

도대체 제작진은 무엇을 얻으려 한 것인지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인지

알기 힘들었습니다.

 

이제껏 쌓아 올린 것들을 다 까먹는 것 외에는

9회에서 유일하게 남은 것은 성인 덕만의 자연스러운 이미지 연결 외엔 남은 것이 없네요

 

 

 

향후 보완해야할 '마이너'한 부분들

 

드라마의 스토리나 장면들을 연출을 제시할 능력은 없으니 지나간 9회말고 향후의 일에 대해선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작은 '마이너'한 부분들만 언급하려 합니다.

 

성인 덕만의 이요원도 본인 자체가 근력이 없는 것을 많이 보완해야 할 듯합니다.

이제는 덕만이가 아직 미숙하고 힘이 없더라도 훈련의 흔적들은 몸 짓으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원진을 외칠 때 깡총 뛰는 몸 짓은 더는 곤란할 듯 하네요.

손을 위로 뻗되 자세는 낮추는 최소한의 전투에 임한 화랑의 사실적 몸 짓 표현은 해주어야 화랑이 우습게 되질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연결 좋고 표정 연기 잘 되고 있다고 안주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자세가 흐느적 거릴 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이요원은 아역 남지현만 신경 써야 되는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갑자기 변위 폭이 커버린 김유신과도 이제는 보조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고 앞서 지적한 대로 드라마 구성도 문제가 있어 보이니 본인 관련 씬이면 전후를 살펴서 고민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래나 저래나 어느 면을 들여다봐도 연기자의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라 작가, 제작진, 연출의 의도와 향후 구성을 걱정할 때인 것 같다는 것이 역사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일개 시청자로서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9회의 시청소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