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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고조선으로] 역사를 보는 시각의 중요성

monocrop 2008. 9. 19. 15:43

 

고조선을 딛고서 포스트고조선으로

고조선을 딛고서 포스트고조선으로

 
저자
박병섭 지음
출판사
유비온(창과거울)
2008-07-01 출간 | ISBN 10 - 8996117706 , ISBN 13 - 9788996117704
판형 A5 | 페이지수 327

 

 

 

우리는 역사를 침탈하는 인접국들을 두고 있고 그 일은 지금 한창 진행중에 있다.

그럼에도 오히려 자국 내에 그들과 동조하는 이들을 둔 희한한 시대, 희한한 나라에 살고 있다.

 

한동안 동아시아에서 오랑캐의 역사는 밝혀지지 못했었고 주목받지도 않았었다.

단지 서양문화의 동양전래라는 명제에만 천착한 많은 서양학자들에게서 마구 다뤄져 왔을 뿐이었다. 

 

이렇게 된 다른 배경 한가지는 이들에게 전해진 중국 사서들은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춰진 그들의 자료라는 것을 간과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간과한 체 한동안 그 틀안에서 헤어나지를 못한 탓에 서구의 학자들은 그들의 선입관과 중국사서의 왜곡이라는 이중의 왜곡된

잣대로 오랑캐들을 재단해 왔던 것이다.

누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에 대해 승자의 기록에서 패자의 기록이 되살아난다고 강변하였던가.

 

그런데 '오랑캐의 탄생'이라는 역작의 저자인 니콜라 디코스모라는 학자가 있다.

차분히 중국사서들과 자신의 연구를 통해 중국의 주변에는 또 하나의 위대한 유목역사가 존재했음을 밝혀냈고 오히려 중국은 이들과의

교류에 의해 현재의 위치에 이를 수 있었음을 증명해냈다.

 

그는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사마천의 역사관은 서구의 역사관과는 다른 것이다 (즉, 사실의 기록이 아닌 목표된 세계관을 증명하기 위한 역사관)라고 하면서

우회적으로 중국 역사관에는 의도성이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하였고 아울러 후학들에게 중국이 제공하는 역사의 자료에 대해서 종속되지 말라라고 하였던 것이다.

 

서구학자의 눈에도 보이는 이러한 깨달음을 우리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또 간과하고 있다.

중국의 사서를 들이대며 자신의 해석이 옳다고들 하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을 되뇌이는 꼴을 두고 말함이다.

 

역사를 보는 '시각'이 결여된 채 중국사서들만을 결정적 근거자료로 삼는 이들은 고조선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 어려우며 중국사서가

그린대로 축소 왜곡된 고조선만을 머리속에 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때문에 한단고기의 위서 문제에만 매달릴 뿐 그것이 바라보고 있는 '역사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많은 내용을 적시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고조선의 의의와 홍산문명의 가치에 대해서도 남의 일인양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위서여부, 그리고 가필 부분을 따지기에 앞서 혹은 따지면서 동시에 고조선이 어떻게 한단고기에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우리 역사를 보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포스트 고조선은 관련 학문에서 나타나는 여러 성과들과 한단고기 내용을 비교함으로써 요즘의 논쟁부분과 전체 내용들을 개괄해

볼 수 있는 함축적인 책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는 이는 우리 자신들이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