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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차' 개발 숨은 손 在美한국인>진봉일교수

monocrop 2008. 2. 27. 07:13

2008년 2월 26일 (화) 08:30 연합뉴스

<`나무차' 개발 숨은 손 在美한국인>

대우국민차 디자인실장 출신 진봉일

(더램<美노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 최근 세계 최초의 나무로 만든 슈퍼자동차 개발에 성공한 20대 미국 대학원생의 지도교수가 80∼90년대 기아차와 대우차에서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한국인 학자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스플린터(splinter)'로 명명된 슈퍼카 개발의 숨은 주역은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NCSU)에서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중인 진봉일(52)씨. 2000년 도미(渡美)한 그는 이 대학 입학 후 5년 만에 나무차 개발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조 하먼(27)을 맡아 줄곧 지도해오고 있다.

엔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이 나무로 이뤄진 스플린터는 2인승 스포츠카로 배기량 4600cc에 V8 엔진을 탑재하고 최대 시속 240마일(384㎞)로 달릴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라는 포르셰보다 빠르며, 오는 8월 대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전문지식이 부족한 대학생이 독창적 사고로 개발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학계의 관심을 끈다.

특히 진 교수는 이번 나무차 개발과정에서 최대 난관이었던 차체 곡면처리 기술을 제자에게 전수해 슈퍼카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노스 캐롤라이나 주 더램 작업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에게 처음으로 나무차를 공개한 하먼은 "진 교수가 없었다면 디자인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오늘의 성공을 이루진 못했을 것"이라며 "최상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로 밤잠을 설치면서 쉼 없이 몰아붙이는 그의 혹독함(toughness)과 열정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진 교수의 스파르타식 교육과 그 성과는 교내 뿐 아니라 미국내 산업디자인 분야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07년 한 해에만 그가 학부와 대학원에서 지도하는 학생들이 미국과 유럽 등지의 국제디자인공모전에서 수상한 출품작이 6개에 이르고, 2006년에는 디자인계의 권위지인 '디자인 인텔리전스'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산업디자인 교수'에 선정됐다.

또 올 초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동문이 수여하는 '올해의 최우수 대학원 교수' 후보에 올라 수상이 유력한 상태다. 중위권 수준이었던 산업디자인과의 미국 내 순위가 지난 수년 사이 10위권 내로 진입한 데 대해 진 교수의 공로를 학계에서 인정한 것이다.

산업디자인과 학과장인 브라이언 래피트 교수는 "진 교수의 열정에 힘입어 학과의 수준이 미국 내 최정상 권으로 진입했다"며 "진 교수는 진정한 디자이너이자 교육자로, 그가 이 곳에 온 것은 우리 학교로서는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가 외국인 학자의 불리함을 딛고 이처럼 단기간에 미국 디자인 학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기아차와 대우차에서 쌓은 실무경험과 건국대와 영남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면서 터득한 그 나름의 '맞춤형' 지도방식이 큰 몫을 했다.

홍대 미대 산업디자인과 및 세계적 명문 디자인 스쿨인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아트 센터'를 졸업한 그는 기아차 콘셉트카 팀장을 거쳐 대우 국민차 디자인실장 등을 지냈다. 94년 대우차 선임 연구원직에서 퇴사할 때까지 두 회사에서 출시된 상당수 인기 모델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 자신이 자동차 천국인 미국에서 인정하는 디자인 교육자이지만 7년째 현대.기아차만 타고 다니는 등 한국차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한국차의 디자인 실력에 대해 진 교수는 "최근에 출시된 여러 한국 브랜드를 보면 세계수준에 근접한 것 같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세계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독창성 제고 등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주입식 정형화 교육인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창조성 발달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한국에서 천재 소리는 듣는 학생들이 미국 대학만 오면 맥을 못 추는 구조적 문제를 타개해야 미래가 있다"고 덧붙였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