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 etc .../건축문화·주거문화

건축가 설계로 무형의 가치 높여

monocrop 2007. 11. 10. 11:19
[Biz] APT·타운하우스 이어 콘도까지
‘성냥갑 같은 아파트는 가라’. 주택에도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가 오면서 건축가들이 주택 설계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아파트를 비롯한 타운하우스, 콘도의 무형(無形) 가치를 높이는 데 건축가의 손길이 절실하기 때문.

건설사들이 거액을 들여 유명 건축가들을 스카우트하는 건 기본. 심지어는 한 명이 아닌 집집마다 각각 다른 건축가를 활용하는 콘도까지 등장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저밀도, 쾌적성을 갖춘 고급 주택 수요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건축가 이름을 보고 주택을 구입하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다. 유명 건축가가 직접 설계에 나선 단지들은 어디인지 살펴봤다.

최근 삼성물산이 분양한 경기 용인 ‘동천래미안’. 총 2393가구 중 타운하우스 56가구의 설계를 프랑스의 세계적 건축디자이너인 장 미셸 빌모트가 맡았다. 그는 가나아트센터,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했고 경기 광교신도시 설계 자문을 맡아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건축가. 이 밖에도 조경전문가인 프랑스아 누브가 조경을 책임졌고 국내에선 임옥상 화백, 전시형 건국대 겸임교수 등이 놀이터, 인테리어 등을 담당했다.

이 덕분인지 동천래미안은 최고 청약경쟁률 197 대 1, 평균 7 대 1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근호 삼성물산 과장은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거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명 건축가들을 대거 투입했다. 앞으로 진행되는 랜드마크 프로젝트에도 건축가들의 가치가 충분히 발휘될 것”이라고 밝힌다.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지방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완연하다. 유명 건축가들을 활용해 어떻게든 미분양 위기를 타개하려는 분위기다.

부산 블루시티(옛 수영만 매립지)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두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유명 건축가들을 활용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현존 세계 최고층 건물인 대만 ‘타이베이 101’을 설계한 미국의 손톤 토마세티사,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타워 등을 디자인한 미국의 저디파트너십사 등 세계적인 업체들을 설계에 참여시켰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자사의 본사사옥인 ‘아이파크 타워’를 설계한 다니엘 리베스킨트와 다시 손잡았다.

그는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들어설 프리덤타워를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설계에 참여한 ‘해운대 아이파크 마리나’를 통해 해운대의 파도, 동백꽃 등의 아름다운 곡선을 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예 전문 건축가를 스카우트하는 곳도 있다.

우림건설은 지난 2004년 카자흐스탄 최대 복합타운으로 들어서는 ‘애플타운’의 외관디자인을 위해 건축가 김홍근씨를 영입했다. 그는 창조, 삼우설계디자인연구소 등에서 일하다가 부산 센텀시티 사업개발기획을 맡아왔다.

2년여 동안 우림건설 고문으로 일하다가 최근 협력사를 세워 또다시 디자인업무를 함께 추진 중이다.

이상엽 우림건설 문화홍보실장은 “아파트가 단순한 도심 콘크리트 구조물 개념에서 벗어나 도심 다른 건물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건축가가 외관디자인 설계에 직접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 건축가 설계로 무형의 가치 높여 ■

아파트뿐 아니라 타운하우스, 콘도들도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손을 거치고 있다. 시행사 더뮤지엄이 선보인 경기 용인시 양지면 ‘발트하우스’ 77가구의 경우 유명 건축디자이너들이 7명이나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 포도호텔을 설계한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을 비롯해 현대아이파크 펜트하우스 설계자인 배대용씨, 두산위브의 오피스텔 유니트를 설계한 유정한씨, 그리고 서울 평창동 아뜰리에 등을 디자인한 유이화씨 등 국내외 대표 건축디자이너들이 대거 참가했다.

유명 건축디자이너 7명이 설계한 경기 용인 발트하우스.
이들 건축가 그룹은 설계 미팅만 10개월에 걸쳐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이 단지는 50%가 완공돼 입주한 상태고 나머지 단지는 연말 착공에 들어갈 예정.

박영옥 더뮤지엄 이사는 “외관디자인, 내면구조를 비롯한 집의 구성요소마다 주관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여러 명의 설계사가 분야별로 새로운 콘셉트의 단지를 만든 것이다. 덕분에 인지도를 높여 예상보다 좋은 분양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밝힌다.

이런 사례는 꽤 많다.

타운하우스로 국내 최대 규모인 123가구를 분양하는 용인 동백지구 내 SK ‘동백아펠바움’은 국내 목조주택의 권위자로 알려진 최삼영 가와건축 소장이 설계를 맡았다.

동원시스템즈가 용인 동백지구에 선보인 ‘동연재’ 역시 유명 건축가 2명이 직접 설계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선 최삼영 소장, 일본에서는 후루야 노부아키 소장이 공동 설계에 나선 것. 후루야 노부아키씨는 일본 와세다대 건축학부 교수로 모더니즘 건축의 세계적인 거장으로 손꼽힌다.

그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일본 최고 권위의 ‘건축학회 작품상’을 5회나 수상했다. 이번 동연재에서는 한옥의 특성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게 특징이다.

■ 아파트 미분양 타개책으로 활용되기도 ■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서 분양한 한일건설 ‘루아르밸리’는 프랑스 국가 자문 건축가이자 중국 국제주택소유주 프로젝트를 담당한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로랑 살로몬이 설계를 맡았다. 프랑스의 정통 모던 건축 스타일로 설계를 하고 한국적 정서와 고풍스런 유럽 대정원의 모습을 담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밖에 판교신도시 타운하우스 단지에도 마크 맥(미국), 페카 헬린(핀란드), 야마모토 리켄(일본) 등 유명 건축가들이 대거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외국 유명 건축가들이 건축물 설계에 나서면 자연스레 마케팅 효과가 높게 마련. 유명 디자이너를 전면에 내세운 고급 주택 마케팅은 이미 해외에서 보편화됐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유명 건축가들을 내세워 분양에 나선 주택들이 꽤 많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초보단계. 그동안 주택가치를 따질 때 디자이너보다는 아파트 시공사나 브랜드를 중요시해왔기 때문이다. 입주자들도 ‘누가 지었는지’보다 ‘어디서 얼마나 지었는지’를 많이 살펴봤다는 얘기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고급 주택의 경우 유명 건축가를 내세우는 마케팅이 확산될 전망이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에 대형, 인기 시공사 이름값만 내세웠던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다만 검증된 외국 유명 건축가들이 많이 활용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건축가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 충남 홍성군 수목원 ‘그림이있는정원’ 내 에버가든빌리지 】

홍성 에버가든 빌리지
◆ 건축가 설계는 기본, 태안CC 회원권은 ‘덤’

= 서해안고속도로 광천IC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충남 홍성군의 ‘그림이있는정원’ 수목원. 9만9174㎡(3만평)의 넓은 대지에 소나무, 각종 꽃나무 등을 합쳐 총 1600여종, 3만7000여그루를 보유한 인기 수목원 중 하나다.

주택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도 타운하우스형 콘도인 ‘에버가든빌리지’가 분양될 예정이다. 총 14채 중 4채가 지금 형체를 드러냈는데 집집마다 다른 건축가들이 설계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콘셉트의 주거공간을 준비 중이다.

휘닉스파크 스키리조트를 설계한 유건 시상건축 대표를 비롯해 서울 서린동의 SK(주) 신사옥을 설계한 정명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장,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오키드센터’를 설계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가치를 빛냈다.

나머지 10채는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집을 짓는 ‘오더메이드(Order Made)’ 방식으로 설계될 계획이다.

콘도는 소유 형태로 등기 분양될 예정인데 분양받은 입주자에게는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충남 태안비치CC 회원권이 주어진다.

단지 근처에는 헬스클럽이나 퍼팅장, 소규모 회의실이 따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효상 그림이있는정원 이사는 “서울에서 2시간 거리로 가까운 데다 국내 최초로 수목원 안에 위치해 수목원을 내 집 정원처럼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한다.

가구당 평균 건평 198㎡(60평)에 대지면적 661㎡(200평) 규모로 지어질 예정. 분양가는 대략 10억~20억원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9호(07.11.0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