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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기 동아시아 대표 정원, 안압지
일본 정원문화의 원류 , 안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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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압지, 우리 정원의 원류를 찾아서>는 대구 MBC 창사 39주념 기념 특별 다큐멘터리 <우리 조경>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TV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그냥 옮기면 특유의 생동감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 책은 성공적으로 생동감을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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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이른아침 |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신라시대 별궁 정원 안압지.
674년(문무왕 14년)에 조성되었다.
안압지는 동서 200미터, 남북 180미터, 총 면적 4700여평에 달하는 상당히 큰 규모의 인공 연못으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안압지는 7세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연못이기도 하다.
정원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7세기에 안압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경 기법과 축석 기술을 바탕으로 조성되었다.
세계 최고의 정원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일본.
그러나 그들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아스카 지의 조성 기술이 안압지에서 비롯된 것이 밝혀져
정원문화에 자부심 많은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안압지는 문화적 통일의 산물
우선 안압지는 빼어난 아름다움이 눈에 띈다.
그것은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아름다움이다.
안압지의 조경 원리에 대한 설명 가운데, 연못 안에 배치한 세 개의 섬과 굴곡이 심한 호안에 대한 설명을 보자.
안압지는 세 개의 크고 작은 섬을 적절히 배치하고 굴곡이 심한 호안을 통해 개방성과 폐쇄성을 반복함으로써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개방성과 폐쇄성의 반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없애고
매번 볼 때마다 역동적인 느낌이 들도록 한다.
이러한 개방성과 폐쇄성의 반복 때문에
안압지는 바라보는 지점에 따라 깊은 산속에서 긴 계곡을 빠져나가 큰 바다에 이르는 듯한 다양한 느낌을 갖게 된다.'(46쪽)
뿐만 아니라 안압지의 섬은 '미적 아름다움'과 '물길의 조정'이라는 실질적 기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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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에 안압지를 다룬 책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나 단순 나열식 설명으로 그친 것에 비해, 이 책은 일반 독자가 평이하게 읽을 수 있으며 안압지를 매우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진은 개방성과 폐쇄성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안압지의 모습이다. 책 44, 4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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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이른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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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안압지에 구현된 조경 기법은 우리 해안의 경관을 그대로 옮겨놓으면서 나아가 더욱 실감나게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로 입암(연못 속의 선돌)을 제시한다.
입암은 바로 우리의 해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해변을 그대로 옮겨오기 위해 조성된 것이라며
안압지의 호안이 동해구를 재현한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안압지의 곡선 호안은 동해구와 일직선상에 놓여 있으면서
동해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동해를 향해 치닫는 웅장한 산맥들이 바로 안압지의 동해구 호안으로 표현돼 나타난 것이다.
곧, 신라의 산들이 내닫고 멈추면서 그려내는 변화무쌍한 굴곡이 안압지의 호안과 그대로 닮아 있는 것이다.'(57쪽)
또한 이 책은 통일신라 직후 조성된 안압지는 고구려의 축성 기술과 백제의 석공 기술의 흔적이 있음을 밝혀내기도 한다.
따라서 안압지는 우리 민족의 미의식이 한 곳에 융합된 문화적 통일의 산물임을 밝힌다.
우리의 전통 조경을 버리고, 일본식 조경을 모방하는 안타까운 현실
<안압지, 우리 정원의 원류를 찾아서>는 안압지에 대한 명료한 설명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다.
책은 1부에서 안압지에 대해 설명하고, 2부에서 한중일 세 나라의 전통 조경을 살펴보며 우리 전통 조경의 원리를 계승할 것을 주장한다.
잠시 체험담. 기자는 작년 여름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을 10여 군데 답사한 적이 있다.
답사하며 적잖이 당혹스러웠던 사실이 있는데, 그건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마저 일본식 정원을 꾸며놓았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 창궐하는 일본식 조경의 숲속에서 온종일 생활하고 있습니다.
도로변에 심은 가로수, 아파트의 축대, 동네마다 들어서는 공원, 한창 붐이 일고 있는 옥상정원들의 곳곳에 일본식 조경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전통을 자랑하는 명산대찰의 앞마당이나 연못, 현충사나 독립기념관의 정원, 경복궁의 뒤뜰에까지 일본식 조경이 넘쳐나는 지경입니다.
일본식 조경이 우리 조경보다 미적으로 뛰어나고 인류와 미래를 생각하는 올바른 문화를 구현하고 있다면 그렇게 한들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훨씬 더 미적이고 자연적이며 인간적인 조경의 전통이 있었습니다.'(8쪽)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지닌 좋은 전통을 볼 줄 모르고, 남의 것을 베끼고 있던 것이다.
안압지를 보면 우리의 현실을 반성하게 되고, 우리의 전통 조경 미학을 계승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느끼게 된다.
'안압지의 이러한 선진 미학과 기술은 이웃나라 일본에 전파되어 일본 조경의 원류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전통 조경을 버리고 일본에서 발달된 일본식 조경만을 조경의 전부로 알고 여기저기에 그 모방품만을 우뚝우뚝 세워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9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