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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두상복원 기술 01

monocrop 2011. 10. 13. 02:43

잃어버린 얼굴 찾아낸다, '페이스'
범죄수사에 활용할 수 있어
2007년 02월 28일 | 글 | 이종호 페르피냥대 공학박사ㆍ mystery123@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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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전 세계의 언론은 몇 장의 특이한 사진을 토픽으로 다뤘다. 영국 맨체스터대 리처드 니브 교수(법의학)가 1세기 유대인의 두개골을 토대로 복원한 예수 얼굴 사진이다.

그런데 니브 교수가 복원한 예수는 높은 코에 짙은 올리브색 피부, 짧은 곱슬머리를 한 시골 농부 모습이어서 기존에 알려진 각종 예술작품 속의 예수와는 거리가 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수백 년 간 화가와 조각가들은 예수를 보통 창백한 피부에 긴 머리를 가진 강렬한 인상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해왔다.

예수를 복원했다는 얼굴이 기존에 알려진 예수의 상과 너무나 달라 니브 교수는 사용한 복원 기술에 대해 설명을 요구받았다.

니브 교수는 예루살렘 근처에서 도로 공사 중 발견된 수많은 1세기 유대인의 두개골 중 가장 대표적인 형태를 가진 것을 골라 첨단 법의학 기법과 컴퓨터로 가상적인 얼굴을 복원했다고 발표했다. 예수가 살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는 두개골을 선택했다고 말했지만 예수의 두개골을 토대로 얼굴을 복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수의 진짜 얼굴이 아님은 자명한 일이다. 니브 교수 역시 자신의 연구 결과는 예수의 실제 모습을 추정하는 실마리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한 발 후퇴했다.

반면 2005년 5월 초, 이집트 18왕조의 소년왕인 투탕카멘의 얼굴이 역시 토픽으로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이집트 고대유물보존위원회는 예술가와 과학자들로 구성된 프랑스, 미국, 이집트 3개국의 각기 다른 복원팀이 투탕카멘의 미라를 단층 촬영한 사진 1,700여장을 토대로 얼굴 모습을 복원해 발표했다. 복원된 얼굴 모습은 살이 통통한 뺨에 윗니가 아랫니를 덮고 있는 유전상 가계(家系)의 특질까지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얼굴은 유명한 황금마스크를 기초로 하여 많이 알려졌는데 이번에 새로 선보인 것은 최첨단 얼굴 복원기술을 이용해 얻은 생전의 ‘진짜 얼굴’이라는 데서 주목을 받았다. 복원된 얼굴은 1922년 그의 무덤에서 발견된 황금가면의 형상과 매우 흡사했으며 투탕카멘은 168센티미터의 키에 마른 체격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투탕카멘의 복원된 얼굴 모습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예수의 얼굴처럼 가상의 유대인을 대상으로 복원한 것이 아니라 투탕카멘의 실제 미라를 측정해 복원했기 때문이다. 투탕카멘의 얼굴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과거 북방기마민족에서 주로 보이는 편두(偏頭)여서 그 당시 이집트 지배자들이 어떤 종족인가에 관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범죄수사에 기여하는 복안기술

이 같은 복원기술을 복안이라고 하는데 국내 영화 '페이스'는 두개골만 남겨진 사체를 복원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에서는 온몸의 형태가 녹아 두개골만 남은 시체 4구가 발견된다. 얼굴 뿐 아닌 온몸의 형상이 사라진 유골의 신원을 DNA로도 밝혀낼 수 없고 오직 복안만으로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다.

한편 수사과정에서 이제까지 발견된 의문의 사체들이 모두 다른 체질을 가진 사람들에게 장기이식을 받았다는 것을 토대로 사건을 풀어 가는데 이 영화에서는 두개골을 통해 얼굴을 재생시키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영화는 친절하게도 복안의 전 과정이 중요하지만 자칫 마무리가 잘못 이뤄지면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만들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설명한다.

영화 자체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국내의 생소한 직업인 법의학자, 특히 복안전문가들을 영화 중심소재로 등장시키고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복원 관련 첨단과학기술을 소개한 감독의 의도는 높이 평가받았다.

얼굴 복원은 의학 분야에서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첫째는 임상의학 분야로 성형외과에서 주로 선천적 기형ㆍ외상ㆍ수술 등으로 생긴 얼굴의 결손 부위나 비대칭적 구조를 교정하는 수술방법의 총칭으로 사용된다. 둘째는 법의인류학(Forensic anthropology) 분야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의 머리뼈가 발견되었을 때 신원확인을 위해 얼굴을 만들어 주는 작업과정을 말한다.

법의인류학 분야에서 얼굴복원에 대한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895년 히스가 음악가 바흐(Johann Sebastian Bach)등의 머리뼈로 생전의 얼굴을 재구성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1924년 러시아의 게라시모프가 ‘러시안 방식(Russian method)'으로 얼굴 복원에 기여했고 1967년 가트리프와 느노우는 얼굴복원을 통한 신원확인 성공률이 72퍼센트나 올라간다고 발표했다.

얼굴 복원기술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범죄 피해자의 모습이나 사고 희생자를 확인하기 위해 법의학 차원과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화석의 생전모습을 확인하는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사람의 얼굴은 개인마다 달라 지문과 함께 개인 식별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법의인류학적으로 머리뼈를 이용하여 얼굴을 복원하려면 우선 성별, 나이의 추정, 관련 인구집단 얼굴 각 부위의 두께에 관한 평균치 산출, 그리고 머리뼈의 형태와 얼굴생김새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자료 수집 등이 필요하다.

얼굴 두께에 대한 자료는 크게 얼굴에 계측침을 꽃아 계측하는 직접계측법과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 등을 이용한 간접계측법을 통해 얻어진다. 머리뼈의 형태와 얼굴생김새와의 관계는 1988년 스페란스키에 의해 체계화됐다.


머리뼈로 인종-나이 등 구분할 수 있어

얼굴을 복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선 머리뼈가 준비돼야 한다. 이후 복원과정은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머리뼈가 어느 인종에 속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얼굴 모양은 인종에 따라서 그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동양인, 서양인, 흑인은 피부의 색깔뿐만 아니라 머리뼈의 모양도 달라 서로 구분할 수 있다.

동양인은 백인에 비해 뼈콧구멍이 둥근 편이며 머리뼈가 솟은 형에 속한다. 서양인은 날카로운 코뼈문턱을 가졌다. 또한 흑인은 사각형 모양의 입천장을 가졌으며 이틀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학문적으로 이들을 가장 쉽게 구분해주는 머리뼈 특징은 눈확(orbit)이다. 눈확은 머리뼈에서 눈동자가 위치하는 부분으로 동양인은 둥글고 흑인은 네모나며 서양인은 갸름한 눈확을 갖고 있다.

다음은 머리뼈의 성별이다. 남자의 머리뼈는 경사진 앞머리에 눈확의 융기가 큰 반면, 여자 머리뼈는 곧추선 앞머리에 작은 눈확 위 융기가 특징이다. 또한 머리뼈는 사망 당시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갖고 있다. 머리뼈에 있는 봉합선(suture line)이 그것으로 머리뼈 10곳에 자리 잡은 봉합선은 어렸을 적에 벌어져 있다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닫히게 된다. 따라서 봉합선의 닫힌 정도를 보면 대강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이런 기초 자료를 파악한 뒤 얼굴 각 부위마다 다른 얼굴 두께의 평균치를 활용한다. 얼굴 각 부위의 두께 또한 인종, 성별, 나이에 따라 다르며 개개인의 영양 상태에 따라서도 다르다. 때문에 반드시 대상이 되는 인구 집단의 자료가 필요하다.

위의 자료에 마지막으로 더 필요한 정보는 머리뼈 모양과 얼굴생김새 간의 상관관계이다. 예를 들어 눈확의 모양과 눈썹 모양, 눈확에서 눈동자가 위치하는 높이, 코뼈구멍과 코의 너비, 치아와 입술의 위치 같은 정보가 필요하다.

복안 작업은 점토 작업에서 시작된다. 점토를 이용해 근육작업, 살붙이기 작업, 형태ㆍ피부 작업이 진행된다.

이 작업은 복안 작업에 과학의 힘이 아닌 예술도 가미돼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점토를 이용해 근육과 살을 만들어 덧붙일 때는 과학이 아닌 복안 전문가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두 번째,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왜곡률을 보정하고 중첩방법(perimposition)을 사용해 검증한다.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하면 강력사건을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 이미 입증됐다. 점토작업을 통해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한 유골의 생전 모습을 재현한 뒤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접수된 실종자의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복안 작업을 적용한 이후 전체 미해결 실종 사건의 51%를 해결했다는 결과가 있다. 길게는 몇 십 년 전 사건부터 최근의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한 모든 사건을 포함한 수치로 생각보다 효과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어렵게 복원한 얼굴이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 실종자들의 사진이나 친지들이 기억하고 있는 실종자의 모습은 보통 어떤 표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찰흙으로 만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기 때문에 누구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컴퓨터연구소의 요르그 하버 박사팀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두개골에 표정이 있는 얼굴을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하버 박사는 인간의 표정을 만들어내는 24가지 근육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다양한 표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복원한 얼굴이 웃거나 찡그리게 만드는 것은 물론 머리 색깔이나 피부색을 선택할 수 있는데 수사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 실제로 실용화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