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한방에 기업 제휴마케팅 기법 도입-김재홍씨

monocrop 2008. 4. 25. 03:16

<5억 연봉 포기하고 세계 속에 뛰어들다>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4.24 16:33


한방의료계 `미다스 손' 김재홍씨..美 삼라한의대 사장 취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5억원의 연봉과 벤츠, 여비서, 골프장 회원권 등 혜택을 모두 포기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마치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지만 이런 삶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방의료계에서 `미다스 손'으로 꼽히는 김재홍(39) 사장.

그는 3년간 몸담았던 자생한방병원 사장직을 최근 사임하고 5월부터 미국 LA에 위치한 삼라한의과대학병원 사장으로 취임한다. 삼라한의과대학(Samra University of Oriental Medicine)은 1969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한의과대학이다.

모든 직장인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대우를 받아온 그가 연봉이나 처우 면에서 훨씬 부족한 미국의 한의과대학 사장직을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의 중심인 미국에서 한의학의 세계화를 이루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미국 예일대 MBA 출신의 전문 의료 경영 1세대로 꼽힌다. 재무분석사(CFA)이자 펀드매니저로 잘 나가던 시절, 돌연 함소아한의원의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김 사장은 자신이 `한의학 전도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함소아한의원네트워크를 3년 만에 매출 10배 규모로 성장시킨 데 이어 자생한방병원도 3년 동안 병원 규모를 3배 이상 확장시켰다.

함소아한의원에서 근무할 당시 그는 그동안 기업에서만 적용했던 제휴 마케팅을 시도했다. 유아교육 전문기업인 짐보리, 한솔교육과 손잡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노력 탓에 불과 2~3년 만에 함소아한의원 네트워크는 30여개(2005년 당시)로 확장됐다. 각 네트워크 한의원의 진료 매뉴얼과 업무 매뉴얼을 통일해 병원 네트워크 사업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사장을 맡으면서 미국 하버드의대와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하는 추나요법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 발표한 것도 김 사장이 거둔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유명 대학과 함께 한방요법의 우수성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면 국내 양한방 모두의 인정이 따라올 거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한의학의 과학적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자생한방병원은 외형적인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자생한방병원은 3년 새 환자가 200% 이상 증가했으며, 진료 의사가 50명에서 1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미국에서 한의학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김 사장의 갈증은 계속됐다고 한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의학 콘텐츠의 우수성을 정확히 알리게 되면 세계의 중심인 미국에서 세계적인 의료기관과의 경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제가 보기에 한방 콘텐츠는 광대한 의료 시장을 갖춘 미국에서 반드시 성공할 만한 아이템이었어요. 그리고 우리 한의학이 주류의학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이 미국에서 경영학적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어요".

김 사장은 앞으로 실력 있는 한의사를 미국에 진출시켜 언어 장벽 없이 현지인들을 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세우고 있다. 국내 우수한 한방 의료진을 미국 삼라한의과대학과 부속병원에서 교수진 등으로 영입, 교육을 담당케 해 실력 있는 한의사와 각 과목별 한방 전문의를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대학병원과 연계해 공동 연구를 하고 논문을 발표해 미국 현지인들에게 한의학의 효과를 입증하고 미국인에 적합한 진료과목을 개설하는 것으로 그의 목표 중 하나다.

"매년 800여명의 한의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국내 한의학 시장은 제자리 성장입니다. 경쟁 의료기관의 견제와 마케팅의 부재 탓에 가치 있는 한방 상품과 콘텐츠를 소비자가 인식하기에도 역부족이지요. 이제 미국에서 경영학적인 성공 모델을 만들어 우리 한의학이 전 세계에 인정받을 수 있는 콘텐츠임을 알려야 합니다.

그는 특히 병원이 도약하는 시기에 자신을 놓아준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원장에 대해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사장은 "그동안 받아온 5억원의 연봉과 수많은 혜택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지만 여기에 안주하면 한의학의 세계화를 이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면서 "삼라한의과대학 사장 자리는 자생한방병원 시절에 비하면 연봉이나 대우가 훨씬 미흡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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