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스크랩] LG전자의 외국인CEO들의 활약

monocrop 2009. 7. 23. 20:52

LG전자 깜짝실적 뒤엔 외국인 있다

매일경제 | 입력 2009.07.23 17:11 |



지난 5월 태국 법인을 방문한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현지인 직원을 만난 뒤 깜짝 놀랐다. 태국인 직원이 "예전에는 샐러리맨이었는데 이제는 주인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국 현지 공장은 생산성이 작년보다 18%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남 부회장은 이 비결을 외국인 최고경영진 영입 효과로 풀이했다.

그는 2007년 말부터 자신을 제외한 최고경영진(C레벨) 8명 가운데 무려 6명을 파란 눈의 외국인으로 순차적으로 교체했다.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융화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한국식 경영문화에서는 '파격'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 최고경영진이 외국인으로 채워지면서 긍정적 효과가 들불처럼 전 세계 84개 법인으로 퍼졌다.
현지인 직원 5만여 명이 자신도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법인에 유수의 글로벌 기업 출신이 자청해서 이력서를 내미는 일도 잦아졌다.
'과연 외국인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올해 2분기 실적을 기점으로 거의 사라졌다.
LG전자는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대를 돌파했다. 본원적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기록이다.

외국인 C레벨 각자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IBM 출신인 토머스 린튼 최고구매책임자(CPO)는 올해 LG전자의 3조2000억원 비용절감 목표 가운데 1조원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연말까지 목표치를 여유 있게 넘어설 것을 자신하고 있다. 사업부별로 따로 구매하던 원자재와 부품을 전사 차원에서 통합 구매하는 새 방식이 통하고 있는 셈이다.

HP 출신인 디디에 쉐네보 부사장이 맡고 있는 공급망관리(SCM) 분야도 과거와는 비교가 힘들 정도로 개선됐다. 분기별 물류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가까이 줄었고 재고일수도 10일 이상 개선돼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망관리 핵심 지표인 판매예측정확도(SFA)도 지난해보다 40% 이상 개선됐다고 한다. LG전자는 SCM 최적화로 올해에만 물류비 4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쉐네보 부사장은 멕시코 공장을 통폐합하는 등 생산거점 효율화 작업도 추진 중이다.

LG전자에 가장 먼저 입사했던 더모트 보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불황이 찾아오자 마케팅 투자를 더 늘리면서 공격적 전략을 펼쳤다.

보든 부사장은 특히 전 세계 시장에 단일화된 브랜드 마케팅을 주도했고 5개 사업본부와 8개 지역본부가 각각 운영하던 마케팅 사이트를 모두 통합해 시너지 효과도 키웠다.

미국 뉴저지에서 근무 중인 제임스 셰드 최고유통채널책임자(CG

TMO)는 본사 소속이지만 전략 시장인 미국 유통망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LG전자가 드럼세탁기를 시어스에 대량 납품하고 월마트에서 최우수업체로 상을 받는 등 유통업체들과 관계가 좋아졌다는 평가다.

남용 부회장은 외국인 최고경영진 영입 효과를 '건물 기둥'에 비유한다. 기둥이 높을수록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처럼 외국인 전문가들이 각자 영역에서 더 높은 기둥을 세워줄 것이란 믿음이다.

초기에 염려했던 것보다 융화도 잘 되고 있다는 게 내부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언어장벽을 염려했지만 필요할 때 회사가 운영하는 '영어센터'를 통해 통ㆍ번역 도움을 받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한국식 폭탄주도 마다하지 않는 등 외국인 임원들의 노력도 컸다. 창원 공장을 방문했던 한 외국인 임원은 자청해서 폭탄주를 들이켰다는 후문이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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