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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생활물가 이래서 비싸다┃문제는 임대료

monocrop 2007. 7. 16. 01:43

서울 명동과 강남 등 7곳에서 영업하는 불고기 브라더스는 등심구이 1인분을 1만4450원 받는다. 반면 도쿄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 도오리(大路) 1번가에 위치한 고기구이 체인점 규가쿠에서는 515엔(약 3860원)이다. 두 음식점 모두 호주산 쇠고기를 쓰고 있고, 1인분 분량도 100g으로 똑같은데 가격차이는 네 배에 이른다. 같은 브랜드와 메뉴를 쓰는 다국적 체인 레스토랑에서는 어떨까. 스타벅스 커피점의 경우 중간 크기 카푸치노가 일본에선 2800원인데 한국은 3800원으로 훨씬 더 비싸다. 1인당 소득 등 경제력에서 일본이나 미국에 훨씬 못 미치는 한국이 외식을 비롯한 생활물가에서는 단연 세계 선두 수준을 달리고 있다. 생활물가의 상승세는 아직도 멈출 줄 모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보다 2.5% 오르는 데 그쳤지만, 외식가격 등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3.2% 올라 두 달 연속 3%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 임대료에 보증금·권리금까지외식가격에 전가

국내 외식비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재료비와 인건비가 오르는 탓도 있지만, 매출액의 20%를 넘나들 정도로 비싼 건물 임대료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외식업체들이 서울 도심지역에서 부담하는 임대료는 말 그대로 살인적인 수준이다. 가장 비싼 땅인 파스쿠치 서울 명동점(125평)의 임대료는 보증금 30억원, 권리금 4억원, 월세 1억2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이 점포의 월 매출을 2억원 이하로 추정하고 있다. 한 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명동의 크리스피크림 도너츠(200평)가 보증금 40억원에 월세 5500만원, 던킨도너츠(60평)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5200만원을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인태 이티앤제우스 회장은 명동, 강남 등 서울의 노른자위 상권에선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며 업체가 버티기 위해선 결국 임대료로 들어간 비용을 음식값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과 권리금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제도라며 월세만 놓고 보면 서울보다 비싼 도시가 많겠지만 거금이 들어가는 보증금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서울의 임대료 수준은 세계 5위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커피전문점 회사인 A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매출액 대비 임대료 비중이 각각 9%, 15%인 데 비해 한국은 2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음료 브랜드인 스무디킹의 경우 미국 현지 점포들의 평균 임대료는 매출액 대비 8%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완 스무디킹 사장은 만일 스무디킹을 현재 시점에서 들여온다고 가정하면 2002년과 비교해 3배 정도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말했다.

 

◆ 도심 점포 임대비용,지방점포 판매가격에 반영

외식 체인회사들은 도심 점포의 높은 유지 비용을 전국 점포의 판매가에 똑같이 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체인점 형태의 외식업체들은 핵심 상권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지불하는 비용을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서울 명동의 점포나,그에 비해 임대료가 10분의 1도 안되는 춘천의 점포나 카페라테 톨 사이즈를 똑같이 3800원에 팔고 있다. 카페모카 톨 사이즈 역시 4300원으로 전국 판매가격이 동일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번화가의 값비싼 건물에 점포를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임대료가 훨씬 싼 도시 외곽과 지방 점포를 찾는 소비자들로부터 뽑고 있다는 얘기다. 외식 브랜드를 무작정 들여오는 것도 음식값의 거품을 부풀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연 매출의 5% 안팎을 해외 본사에 로열티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스타벅스는 지난 7년간 한국에서 총 200억원가량을 미국 본사에 로열티조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에 진출한 대기업 가운데 한국 음식을 사업화한 곳은 CJ의 비빔밥 전문점인 까페소반과 이티앤제우스의 불고기 브라더스 정도가 유일하다며 요즘엔 해외에서 손쉽게 외식 브랜드를 들여와 장사하려는 업체들만 수두룩하다고 비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출처 : 미소짓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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