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memo

[스크랩] 언제 들어도 재밌는 방송 비하인드 스토리

monocrop 2007. 5. 28. 09:59

50년이 넘는 TV 드라마 역사 상 우리는 드라마 속에 감춰진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 되고는 한다. 과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알고 있는 드라마 속 감춰진 비하인드 스토리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재미로 알아보는 'TV 드라마 속 비하인드 스토리 OLD & NEW' .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서 이제는 '비하인드 스토리' 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고루한 이야기들, 하지만 들어도 들어도 재밌는 TV 드라마 속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하나 되새겨 보자.

 

 

 

1. 그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TV 속 배우들은 일반인들에게 '선망' 의 대상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들도 역시 인간인지라 세월 속에서 변해간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TV 속의 연예인들, 창사 45주년을 맞아 열린 MBC 사진 전시회 '아름다운 45년' 에 전시되었던 몇 몇의 사진을 통해 그들과 공유한 '옛 이야기' 를 잠시 추억해보자.

 

 

               

 

사진 하나, 여기 다섯명의 여배우가 있다. 알아보겠는가? 76년 5월 24일부터 77년 4월 30일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던 MBC 일일드라마 <여고동창생> 의 다섯명의 주인공들이다.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젊음의 생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왼쪽부터 김윤경, 남정임, 나문희, 윤여정, 김혜자다. 젊음의 생그러움을 세월 속에 묻어버리고 이제는 삶의 훈장과도 같은 깊은 눈빛을 지니게 된 이 여배우들에게 찬사의 박수를!

 




 

       

 

사진 둘. 언론인 손석희부터 배우 장동건까지. 6명의 인물들의 공통점은 당대를 대표한 대표 '꽃미남, 꽃미녀' 라는 사실이다. 특히 컴퓨터 미인 황신혜의 미모는 지금 봐도 눈이 부실 정도. 또한 '공주는 외로워' 를 부르면서 끊임없이 미모를 강조하셨던 영원한 '공주' 배우 김자옥의 미모도 세월이 비껴갔다고 할 정도로 변함이 없어 보인다.


 

                   


 

사진 셋. 80년대 여의도의 트로이카라고 한다면 이 세명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혜숙, 최명길, 김청이다. 지금이야 선과 악을 동시에 겸비한 여배우로 거듭난 이들이지만 20년전만 해도 야리야리한 청순가련형 미모에 '현모양처' 역할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었다. 특히 최명길은 드라마 <용의 눈물> 이전까지 멜로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도맡아 하기도.

 

 

2. <청춘의 덫> 의 이효춘과 김영애.

 

 

1978년 <청춘의 덫> 의 두 여주인공은 이효춘과 김영애였다. 1999년 리메이크 판으로 따지자면 심은하 역은 이효춘이, 유호정 역은 김영애가 연기한 셈이다. 그런데 원래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효춘이 아니라 김영애였다. 당시 제작진은 "연기 잘하는 김영애와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이효춘" 사이에서 상당한 갈등을 했었다고.

 

 

결국 제작진은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이효춘을 윤희 역으로 캐스팅 했는데 이효춘의 연기력이 워낙 맘에 들지 않아 작가를 맡았던 김수현은 대본 리딩날이면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고는 한다. 어찌되었건 이 드라마는 '이를 갈고' 연기했던 이효춘을 당대 최고의 스타로 만들면서 공전의 히트를 쳤으니 나쁘지 않았던 선택이었던 것 같다.

 

 

 

3. 윤여정, 길거리에서 돌 맞은 사연.

 


 

예전 '장희빈' 편에서도 이야기 한 적 있지만 TV 속 제 1대 장희빈은 배우 '윤여정' 이었다.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장희빈> 의 주인공을 맡아 승승장구 했던 윤여정은 길거리에만 나오면 사람들의 수군거림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장희빈을 연기한 덕분에 광고에서도 잘리고 돌과 계란까지 맞아 '장희빈' 의 인기를 혹독하게 증명해야만 했다.

 

 

그 때 그 사건을 윤여정은 이렇게 회고한다. "사람들이 내 사진만 보면 '나쁜년, 죽어라!' 라고 하면서 온갖 욕을 다 쏟아 부었다니까. 그걸 어째. 결국 장희빈 하다 오란씨 광고 모델에서 잘렸지, 젠장맞을. 하하하하하. 그래도 가장 행복했던 시절 중 하나야. 이래뵈두 드라마 1대 장희빈 아니우?"

 

 

 

4. 인현왕후를 살려주세요.

 

 

 

여기서 드라마 <장희빈> 의 웃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를 더 말하고자 한다. 당시 <장희빈> 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은 배우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 중 한명이었던 태현실이었는데 '장희빈' 의 악독함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인현왕후에 대한 동정여론이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틈만 나면 MBC 에 전화를 걸어 "인현왕후를 살려달라!!!" 고 아우성, MBC는 인현왕후를 어떻게든 오래 살리기 위해 드라마를 20회나 연장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의 열악한 제작환경에 연장하는 것이 쉽지 않자 제작진은 극 중에서 이미 죽은 사람을 도로 살려 놓기도 하는 등의 '상상도 못할' 다양한 방법으로 '인현왕후 오래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고. 그러나 죽어야 할 사람은 죽어야 하는 법. 결국 인현왕후는 한 많은 인생을 마치는 것으로 끝이 났고 장희빈 역을 맡은 윤여정은 '인현왕후를 죽였다.' 는 웃지 못할 이유로 광고에서 잘렸다고 한다.

 

 

 

5. 왜 그들은 '할머니' 로 살았는가.

 

 

 

정혜선, 반효정, 김수미, 고두심, 여운계, 전원주, 김용림, 채시라.....이들의 공통점은 30대의 나이에 '할머니' 가 됐다는 것이다. 3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할머니 역을 시작한 이들은 엄한 시어머니, 깐깐한 어머니, 위엄있는 대왕대비 등의 배역을 거치면서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한 평생 '할머니' 로만 살았다는 김수미는 "일용엄니라는 배역이 그 어떤 멜로 여주인공보다도 아름다웠다." 는 명언을 남기기도.또한 72년도 드라마 <새엄마> 로 최초의 노역을 시작했던 배우 정혜선에 대해 윤여정은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아무튼 너무 이뻐서 평범한 집안의 후취댁으로는 뭔가 어울리지 않았던 전양자 언니는 회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우리 나라에 새로운 '새엄마' 이미지를 잘 소화해내었다. 그리고 '새엄마' 역할을 전양자 언니한테 뺏기고 의기 소침했던 서른 살 정혜선 언니는 그녀 최초의 노역이었던 시어머니 역할을 너무도 훌륭하게 해내서 우리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지금도 그 언니는 가끔 "나 그때 어렸을 땐데두 할머니 역 참 잘했지?" 그런 말을 하고 그 때마다 나는 "정말야 정말 언니 진짜루 참말 잘했다우." 한다.>

 

 

 

6. 여의도의 '제목' 징크스.

 

 

 

여의도에서는 TV 드라마를 내보낼 때 항상 '제목 징크스' 에 시달리고는 한다. 80~90년대 대표적인 제목 징크스는 '사랑' 그리고 '야망' 징크스였다. 이것이 무슨 징크스인고하니 <사랑과 진실><사랑과 야망><사랑이 뭐길래><첫사랑><야망의 전설><야망><야망의 계절> 등 '사랑' 이나 '야망' 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반드시 드라마가 성공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속설이었다.

 

 

조금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런 징크스들은 2000년에도 여전히 유효해 '임성한표 다섯 자 징크스' 로 발전하기도. 이 징크스는 <보고 또 보고><온달왕자들><인어아가씨><왕꽃선녀님><하늘이시여> 등이 소위 '대박' 을 친 것을 계기로 생겨난 것이다. '이름 징크스' 도 있는데 <허준><내 이름은 김삼순><굳세어라 금순아><대장금><주몽>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7. 드라마 '사랑과 인생'


 

제목 징크스를 쓰다 보니 생각난 제목에 얽힌 또 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 예전에 한 번 쓴 기억이 있기는 한데 여의도에서 어떠한 드라마도 '사랑과 인생' 이라는 제목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드라마작가 김수현이 "내 마지막 작품의 드라마 제목은 <사랑과 인생> 이라고 할 예정" 이라고 말했기 때문. 방송가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작가의 이 발언 때문에 <사랑과 인생> 은 여의도에서 어느 작가도 건들 수 없는 금기의 '제목' 이 되어버렸다고.

 

 

 

8. 차화연이 은퇴하면서 남긴 말.

 

 

 

<사랑과 야망> 에서 '미자' 역할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차화연은 <사랑과 야망> 이후로 은퇴를 선언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재밌는 것은 차화연이 은퇴하면서 남긴 말인데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차화연은 "<사랑과 야망> 을 하면서 얼마나 혼났는지 힘들어서 진이 다 빠져서 은퇴한다." 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의 우스갯소리였는지, 아니면 정말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차화연을 좋아했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9. 노희경이 배종옥 목 조른 사연.

 


 

 

이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노희경-배종옥' 콤비도 10년 전 드라마 <거짓말> 로 처음 만났을 때는 '앙숙' 과도 같은 사이였었다. 노희경은 사사건건 토를 달고 이의를 제기하는 배종옥이 너무나도 미워서 감독인 표민수 PD에게 일부러 배종옥의 얼굴 좀 이상하게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는데 재밌는 것은 표민수 PD도 배종옥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노희경의 주문을 순순히 따랐다고 한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린 노희경이 결국 일을 저지른 것이 바로 '엘레베이터 사건'. 윤여정, 배종옥과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게 된 노희경은 배종옥이 얼마나 밉던지 갑자기 배종옥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졸랐다고 한다. 그리고 하는 말이 "야! 너 연기 좀 잘해!" 였다고. 당황스런 상황이었지만 배종옥은 노희경의 절규에 웃음을 터뜨렸고 지금까지 다섯 작품이나 그녀와 함께 하면서 '노희경의 페르소나' 로 불리게 됐다.

 

 

그렇다면 그 모습을 지켜봤던 윤여정은 그 때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노희경이가 확 달려들어서 배종옥이 목을 조르더라구. 어찌나 무섭던지. 그래놓고 하는 말이 연기 좀 잘해라니 얼마나 기막혀. 내가 나중에 노희경이한테 한 마디 했지. 연기 못하는 애들만 데려놓고 니 드라마 시키면 연쇄 살인나겠다고. 그 이후로 나도 노희경이랑 드라마 하면 걔랑 같이 엘레베이터 안 타잖아. (웃음)"

 

 

 

 

10. 김희선, 강부자에게 말대답 한 사연.

 

 

지금은 많이 얌전해졌지만 90년대 김희선의 태도는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안하무인' 이었다. 삼화프로덕션 신현택 대표는 <목욕탕집 남자들> 에서 만났던 어린 시절 김희선을 두고 "끼는 많았는데 워낙 놀기를 좋아해 노력을 하지 않았었다." 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어렸을 적 김희선은 버릇도 없어서 하루는 대선배인 강부자의 전용석에 앉아 있다가 강부자에게 혼쭐이 난적도 있었다고. 이 때 김희선은 "이름도 안 써져 있는데 내 의자, 니 의자가 어딨냐?" 라고 응수해 주위를 곤혹스럽게 했다 한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말 많았던' 김희선이지만 지금은 배우 이순재에게 '성실한 배우' 라는 칭찬까지 듣고 있으니 세월이라는 것이 참 대단하긴 대단한 것인가보다.

 

 

 

11. 저번에 심은하씨 머리 쩍이었어요.

 


 

 

이제는 여의도에서 전설처럼 떠 도는 '쩍' 사건은 1999년 <청춘의 덫>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지문에 세세한 내용을 남기기로 유명한 작가 김수현이 하루는 대본에 "저번 회에 심은하씨 머리 쩍이었어요." 라는 글을 써 놓은 것. 제작진은 그 대본을 받아들고 '쩍' 이 무엇이냐, '쩍' 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를 놓고 긴급 회의를 이틀 동안이나 벌였다고.

 

 

결론은 '쩍이었어요' 는 나쁘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12. 대본 속에 숨겨진 '작가 목소리'




 

▲ 김수현의 목소리

 

 

 



 

▲ <소문난 칠공주> 속 문영남의 목소리 (출처 : 엽강)


 

대본은 '작가' 가 쓰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 있어서 작품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작가' 일 것이다. 특히 몇몇 작가들은 지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하는데 그 중 독보적인 이가 바로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대사 뿐 아니라 동선, 시선, 얼굴 표정, 몸짓, 소품, 옷, 헤어스타일까지 모두 관여하기로 유명해 대본의 지문을 보면 '김수현의 목소리' 가 그대로 들릴 정도다.

 

 

반찬통 하나도 시대적 배경에 요구하는 것부터 미역 씻는 횟수, 콩나물의 양, 헤어스타일, 패션까지 일일이 지도하고 그 다음 대본에 항상 의견을 전달하는 그녀는 30년 전부터 "연출자가 필요없다." 는 말을 달고 다니는 작가다. 김수현 외에도 임성한, 문영남, 김정수, 이금림 등은 대본을 통해 제작진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가들. 이들과 작업하는 제작진들은 항상 대본 속에 숨겨져 있는 '작가 목소리' 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13. 작가는 어떻게 배우를 움직이는가.

 

 

작가는 '스탭' 뿐 아니라 '배우' 에게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 훈련을 호되게 시키기로 유명한 김수현은 방송 내외적으로 '호랑이 선생님' 으로 유명하고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를 주로 쓰는 노희경 역시 연기 훈련 혹독하게 시키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쪽대본이라는 것이 없는 이들은 항상 대본 리딩에 참여해 대사톤부터 억양까지 일일이 체크하며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내놓는 인물들이다.

 

 

이들 뿐 아니라 임성한 역시 배우들에게 있어서 칼 같은 존재로 정평이 나있다. <하늘이시여> 를 촬영할 때 중견배우 한혜숙은 새벽 3시에 임성한 작가의 전화를 받고 이미 찍은 장면을 재촬영을 해야 했는데 이유는 "눈물을 흘리지 말고 이 악물고 있어야 하는 신에 눈물을 한 방울 흘렸기" 때문이었다고. 한혜숙은 전화를 받고 "다시는 임성한 작가와 일 안한다!" 고 신경질을 부렸지만 결국 대본에 써져 있는대로 따라야만 했다.

 

 

 

14. 김수현, 깡패 부르려던 사연.

 

 

기왕에 김수현 얘기가 나온 김에 배우에 얽힌 에피소드를 하나 더 말하고자 한다. 30년 전, 드라마 <새엄마> 를 시작할 때였다. 배우 윤여정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건 김수현이 대뜸 던진 말은 "여정씨, 누구 깡패 아는 사람없어요?" 였다. 이유인즉슨, 자기가 원하는 배우(정혜선)를 연출자가 싫다 그러고 연출자가 원하는 배우(전양자)는 자기가 죽어도 싫으니 깡패라도 시켜서 그 배우를 잠깐 다치게 하면 출연을 못하게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고.

 

 

물론, 화가 나서 던진 말이니 실제로 깡패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그 때에도 김수현의 유별난 배우 고집은 여전했던 모양이다.

 

 

 

15. 제목은 변한다.

 

 

흔히 여의도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드라마 제목은 방송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이 어떻게 변하느냐, 방송사 고위간부의 평가가 어떠한가에 따라서 제목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 의 원래 제목은 <인어공주> 였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 저번 편에 거론한 적 있는 '다섯자 징크스' 때문에 이름이 바뀐 예다.

 

 

이 외에도 <꽃 보다 아름다워> 의 원래 제목은 <울 엄마는 바보> 였고, <부모님 전 상서> 는 <아버님 전 상서>,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는 <용용 죽겠지>, <주몽> 은 <삼한지>, <파리의 연인> 은 <연인> 이었다.

 

 

 

 

16. 배삼룡과 박정희

 

 

'꽁트' 도 하나의 드라마라고 한다면 희극인 배삼룡은 금세기 최고의 배우라고 할 것이다. 코미디, 드라마, 영화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배삼룡은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TBC 와 MBC 가 납치사건을 벌일 정도였다. 서로 자신의 방송국에 스카우트하려고 했던 이들은 '납치' 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며 '배삼룡 모시기' 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

 

 

특히 TBC 는 배삼룡이라는 거물을 MBC 에게 빼앗기기 싫어 그에게 '백지수표' 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이 어마어마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배삼룡은 MBC <웃으면 복이와요> 에 복귀했다고 한다. 왜 그는 백지수표까지 마다하면서 MBC 로 간 것일까. 이유는 <웃으면 복이와요> 를 시청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왜 <웃으면 복이와요> 에 배삼룡이가 안 보이나?" 라고 물었기 때문.

 

 

청와대의 뜻밖의 관심에 크게 긴장한 배삼룡은 그 날 바로 MBC 행을 결정했다.

 

 

 

17. 대통령의 남자

 

 

대통령하니 생각나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한국 대중문화 50년 역사 상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방송 금지' 를 당했지만 그 중에서도 코미디언 이주일과 배우 박용식은 그 이유가 후대에 길이 남을만큼 '특이' 했다. 코미디언 이주일의 방송 금지 이유는 얼굴이 '저질' 이었기 때문. 데뷔 후 "못생겼다" 는 이유로 시청자의 항의를 받았던 이주일은 결국 데뷔 하루만에 방송 퇴출을 강요받았다.

 

 

그렇다면 배우 박용식은 왜 방송금지처분을 받았을까. 그가 방송에 나올 수 없었던 까닭은 '전두환' 을 너무 닮았다는 웃지 못할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대통령과 너무 닮은 것이 '대통령 모욕죄' 에 해당됐기에 박용식은 전두환의 '제 5공화국' 시절 제대로 된 방송출연 한번 할 수 없었다. 여담이지만 박정희 '전문배우' 이창환은 박통과 목소리까지 똑같아 한 때는 정계진출 요구까지 받았었다고.

 

 

 

18. 최진실은 어느 방송사 사람?

 

 

70년대 '배삼룡 납치사건' 이 있었다면 9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90년대 초반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선 최진실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MBC 와 SBS 의 '최진실 쟁탈전' 이 바로 그것이다. MBC 전속으로 '시청률 제조기' 소리를 듣던 최진실을 눈독 들이던 SBS가 수 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위약금을 무는 조건으로 최진실을 MBC 에서 빼앗아 온 것이 사건의 발단.

 

 

SBS 전속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최진실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던 MBC는 몇 년 뒤, 도저히 배가 아파서 안되겠던지 SBS 에 수억의 위약금을 물고 최진실을 다시 되찾아 오고야 말았다. 이 후, 최진실은 현재까지 MBC 전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19. 노희경과 아버지

 


 

노희경 드라마 속 '나쁜 남자' 들의 실체는 누굴까. 어린 시절, 아버지와 대단히 사이가 안 좋았던 노희경은 바람 피고 놀기 좋아하던 아버지를 증오했고 드라마 속 나쁜 남자들을 그릴 때면 항상 아버지의 행동들을 그대로 갖다 쓰곤 했다.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노희경은 이 후에 아버지와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는데 자신의 드라마 속 '나쁜 남자' 들을 보면서 아버지가 줄곧 했던 말은 "세상에 저렇게 나쁜 놈이 어딨냐." 였다고. 아마 노희경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는 그 날까지 드라마 속 '나쁜남자' 가 자신인 줄 몰랐을 것이다.

 

 

 

20. 노희경과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를 했으니 어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춘의 방랑기' 에 노희경에게 남겨져 있는 어머니의 슬픈 자화상이 하나 있다. 학기중 일주일째 집에 안 들어갔더니 어머니가 학교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두부를 사러 나왔다가 네 생각이 나서 그대로 왔다 " 며 어머니는 한동안 그녀의 얼굴을 본 뒤 돌아갔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자 그녀는 한동안 뒤늦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괴로워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끝까지 그녀가 '글 쓰는 아이' 로 성장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슬픔은 깨달음을 동반한다고 했던가. 어머니에 대한 이러한 연민은 훗날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과 <꽃 보다 아름다워> 의 강렬한 모티브가 된다.

 

 

 

21. 전원일기 비하인드 스토리

 


 

23년 동안 방송됐던 드라마 <전원일기> 는 무수한 에피소드를 낳은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최불암과 김혜자는 <전원일기> 의 인기를 이끈 최고의 콤비 중 하나인데 오랜 세월 같이 연기하다보니 부부라는 오해를 수차례 받기도 했다. 최불암이 부인인 김민자와 함께 길을 걸으면 사람들이 "최불암 바람피나 봐." 라고 수군댔다고 하니 '최불암-김혜자' 콤비의 궁합이 어느정도 인지를 익히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이제는 고인이 된 '왕회장' 정주영 씨도 <전원일기> 의 광팬이어서 때때로 <전원일기> 촬영장을 불쑥불쑥 찾아오기도 했다고. 어렸을 적부터 막일로 단련되어 있던 정주영은 촬영장에 찾아오면 지게 지는 법이나 나무 패는 법을 손수 가르치기도 했다. '농촌' 에서 벌어지는 삶의 한 페이지는 시골 농부에게나, 재벌 총수에게나 항상 애틋한 것이었나 보다.

 

 

 

22. <허준> 의 재앙

 

 

 

'국민사극' 의 반열에 오른 드라마 <허준> 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꼽는 걸작 중 걸작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허준> 에 출연한 배우들은 <허준> 이 후에 '재앙' 이라고 할 정도로 구설수에 올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 재앙의 대상이 된 이들만 하더라도 주인공인 전광렬을 비롯해 황수정, 성현아, 최란, 홍충민 등이 있다.

 

 

<허준> 이 후, 별다른 히트작을 내지 못하며 명성에 흠집을 낸 전광렬은 그렇다치더라도 황수정은 이른바 '히로뽕 사건' 으로, 성현아는 '엑스터시 사건' 으로 한동안 언론지상을 떠들썩 하게 했고 최란은 가족이 죽는 끔찍한 사건을, 홍충민은 민망한 '스캔들' 구설수에 오르며 홍역을 치뤘으니 말 다한 셈 아닌가. 게다가 연출을 맡은 이병훈 pd 역시 후속작 <상도> 가 큰 반향을 얻지 못했으니 이 정도면 '허준의 재앙' 이라 할 만 할 것이다.

 

 

 

23. 이혁재를 능가하는 사람

 


 

이번 주 <야심만만> 에서 이혁재가 한 이야기다. 드라마 <대망> 촬영 당시 대본이 아니라 천성적으로 '애드립' 으로 길들여져 있던 이혁재는 감독인 김종학 pd 에게 10번이나 퇴짜를 맞으면서 NG 를 냈다. 10번째 NG 가 난 뒤에 조용히 이혁재를 불러 놓고 김종학이 하는 말이 "내가 살다살다 10번 연기하면서 대사랑 표정이 계속 달라지는 사람은 두번째다." 라며 한숨을 쉬었다.

 

 

자신말고 첫 번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진 이혁재가 "그럼 다른 한 사람은 누군가요?" 라고 했더니 김종학 PD 한숨을 푹 쉬면서 하는 이야기. "누구긴 누구야. 임현식씨지." 진정 애드립의 달인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24. 배우들의 인터뷰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배우들의 '인터뷰' 다. 각 스타들의 인터뷰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기자들의 말에 의하면 가장 호탕하게 인터뷰를 해주는 사람은 이미연과 최진실이라고 한다. 이미연은 특유의 호탕한 말투로 오히려 기자를 이끌고 가는 '여장부' 스타일이고 최진실은 노련하게 인터뷰를 즐길 줄 안다는 것. 게다가 기자들과 돈독한 친분을 지니고 있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에 비해 이영애와 심은하는 인터뷰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배우들. 한 기자가 이영애에게 전화를 걸어 "맛있는 거 사줄테니 인터뷰 좀 해달라." 고 했더니 이영애는 "그것 보다 100배 맛있는 거 사줄테니 인터뷰 안하면 안되겠느냐." 는 농담으로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막상 인터뷰에 임하면 기자의 세심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잘 챙겨줘 기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원빈과 정우성은 기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답형' 스타들인데 무슨 질문을 해도 '예, 아니오' 로 끝나기 때문에 정작 나중에 인터뷰 기사를 쓰려고 해도 쓸 말이 없다고. 이와는 정반대로 유재석은 말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기사를 지쳐서 못 쓸 지경이고, 노홍철은 말은 많은데 정작 나중에 생각해보면 쓸 말이 없어 곤란했다는 재밌는 이야기도 있다.

 

 

엄정화와 김혜수는 기자들 사이에서 '의리파' 로 통하는데 아무리 스케줄이 바빠도 친분이 있는 기자와의 인터뷰라면 모든 일을 중단하고 그것부터 먼저 하는 '의리' 를 보여준다. 이와는 반대로 최민식이나 설경구, 이미연 같은 경우는 작업을 할 때에는 신경이 대단히 날카로운 상태기 때문에 건드렸다가 오히려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인터뷰 도중 외모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사람은 누굴까? 의외로 배우 황정민이다. 연기할 때는 그렇지 않지만 인터뷰나 쇼 프로그램에 나올 때 황정민은 패션부터 헤어스타일까지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 인터뷰에서는 인터뷰를 끝마치고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중하게 재촬영을 요구했다고 하니 역시 배우는 배우인 모양이다.

 

 

 

25. '주(酒)성황후' 이미연

 

 

 

이미연은 인터뷰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시원시원한 여장부 스타일이다. 특히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술자리 분위기는 항상 이미연이 리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주량은 소주 한병에서 두병정도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다른 사람을 먹이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찍히면 죽는다." 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영화 <흑수선> 때 안성기가 소주를 마시는 척 하고 내려놓자 "어허~ 안 마시면 누가 모를 줄 아나~ 빨리 마셔요!" 라고 소리친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로 이미연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일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연과 술자리를 같이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술자리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면서 가슴 속 이야기를 다 털어 놓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미연의 '술' 에 얽힌 사연은 또 있다. 김승우와의 결혼과 함께 '배우' 가 아닌 '김승우의 아내' 으로 전락한 이미연이 하루는 기자들과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탁자 위에 올라가 "나!! 이미연!!! 배우야!!! 배우라고!!!!" 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는 것. 그 당시 그녀를 지켜 본 한 기자는 '이미 이미연은 그 때 배우와 결혼 중 한가지를 포기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라는 말을 했다.

 

 

어찌되었건 그 기자의 말처럼 이미연은 결혼 5년만에 김승우와 이혼하고 '배우' 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고 있으니 세상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26. 임성한의 신비주의

 

 

드라마작가 임성한의 신비주의는 여의도에서 유명하다. "대인기피증 아니냐." 는 의혹을 받을 정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임성한은 대본은 이메일로 보낼 뿐 아니라 대본 리딩에 참석하는 일도 전혀 없다. 게다가 방송사 고위 관계자들 역시 임성한의 얼굴을 본 사람이 드물어 임성한을 만나면 자랑을 하고 다닐 정도라고.

 

 

배우들의 연기를 지적할 때도 항상 핸드폰을 사용하는 그녀는 전화를 할 때마다 핸드폰 번호가 바뀌어 배우들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의 대본에 대한 보안 유지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수시로 "보안유지는 잘 되느냐, 금고에 잘 넣어뒀느냐." 는 확인을 하고 <하늘이시여> 마지막회에는 아예 자기 배역의 대사가 아니면 보지 못하도록 여러권의 대본을 인쇄해서 나눠주는 정성스러움을 보였다.

 

 

어쨌든 쓰는 드라마마다 '대박행진' 을 하는 임성한의 이러한 '신비주의' 는 알게모르게 배우와 스탭들을 긴장하게 하는 모양으로 전화벨이 울리면 "혹시?!" 하는 생각에 너나 할 것 없이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작가가 배우와 스탭을 다루는 방법은 참 각양각색 인 듯 하다.

 

 

 

27. 그 작가와 그 배우

 

 

특정작가가 선호하는 특정배우는 분명히 존재한다. 김수현-윤여정, 노희경-배종옥, 문영남-윤미라, 이환경-유동근처럼 '그 작가' 하면 '그 배우' 하고 튀어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임성한-장서희다. <온달왕자님> 때 처음 호흡을 맞춘 뒤, <인어아가씨> 로 동반출세의 길을 걸은 이들은 방송 내외적으로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임성한 작가의 얼굴 보는 것이 대통령 얼굴 보는 것보다 어렵다." 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노출을 꺼리는 임성한도 '절친한 친구' 인 장서희에게만큼은 끈끈한 우정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 비공개로 치뤄진 자신의 결혼식에 장서희만은 초대하는 '열의' 를 보여줬다. 장서희 역시 임성한을 두고 항상 "내 평생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준 절대적인 작가." 라는 칭송을 잊지 않으니 둘의 우정이 얼만큼 대단한 것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28. 그 배우가 말하는 그 작가

 

 

장서희와 임성한만큼이나 배우와 작가로서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윤여정과 김수현이다. 74년 조영남과의 결혼 뒤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때를 추억하며 윤여정은 이런 글을 남겼다. 이 글을 보면서 그 배우가 말하는 그 작가와의 따뜻한 우정을 느껴보도록 하자.

 

 

[배우 윤여정] " 미국에 가자마자 나의 첫 편지는 물론 김수현 씨였다. 그냥 그이가 그렇게 좋았다. 미국에서 12년 동안 밥하고 빨래하고 살면서 내가 우편 배달부 올 시간을 얼마나 목 빼고 기다렸는지 우리 큰아들은 두 살인지 세 살 때 '너 커서 뭐가 될래?' 하면 '우편배달부' 였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우편 배달부를 맞는 일로 보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편지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이, 나, 애들, 남편, 조국, 애국, 사회, 경제, 인생 별걸 다 얘기했다. 봉합 엽서 세 면이 항상 모자라 불만이다가 내가 기발한 생각을 해낸 것이 녹음 테이프를 만드는 거였다. 아들을 재우고 조용한 방이나 욕실의 문을 잠그고 녹음기에 대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기계에 대고 말하는 꼴이 우습다고 김수현 씨는 처음에 못하겠다고 했다.

 

 

내가 설득했다. 돌아가는 녹음 테이프 두 개의 동그라미를 내 눈으로 생각하고 해보라고. 마침내 설득당한 김수현 씨의 첫번째 녹음 테이프는 "코냑 먹구 한다 지금. 도저히 맑은 정신으로는 무안해서 말야" 로 시작되었다. 그 후로 우리는 정신병자들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내가 귀국할 때까지 녹음 테이프로 수많은 얘기들을 나눴다.

 

 

우리가 서로를 잘 알게 되고 느끼게 된 것은 직업이 작가인 김수현 씨가 아니라 인간 김수현씨와 타향에서 밥하고 빨래하던, 이미 배우가 아닌 전업 주부 윤여정일 때였다.

 

 

...(중략)..... 미국에서 보낸 편지 맨 끝에 쓰는 'LOVE 여정' 이 때로는 'LOVE LOVE LOVE 여정' 이 될 때가 가끔 있었다. 어느 날 답장에 '편지에 니가 LOVE를 많이 쓴 걸 받으면 많이 외롭구나 싶어서 참 속상해' 라는 대목이 있었다. 그 때 이미 그이는 나를 정말로 많이 사랑하고 있었던 걸 모르고, 나는 그저 고작 '이 여인은 참 사람 마음도 잘 알아' 했었다.

 

 

나는 사십이 되어서야 그 이 때문에 가슴이 아파보았다. 1985년 귀국 후 어느 하루, 그이 어머니 산소엘 둘이 갔다. 나는 쓸데없는 기억력이 좋아서 벼라별 생각이 다 났다. 내가 한여름에 떡을 사갖고 가면 '복중에 떡 사갖고 다니는 위인은 저 물건밖에 없을겨 하시던 분, 청주에서 아버님이 올라오시면 '아이고 나 속에서 불나' 하시며 그 자리에서 옷 입고 청주로 내려가시던 분.

 

 

당신 딸이 방송국에서 계약금 받아다 드리면 '너 이렇게 많이 받아두 되는겨?' 하시던 분. 아마도 내가 꽤 긴 시간을 멍해 있었던가 보았다. 느닷없이 그이가 -그이는 늘 느닷없다- 말했다.

 

 

"얘, 너 등신이라 안 되겠다. 너 먼저 보내고 내가 뒤에 가야겠다." 내가 등신이기 때문에 나 죽고 난 뒤에 자기가 죽어야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결국 나를 울려서 울어버렸다. 청주에 가면 항상 그녀의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난다. 영자씨. 혜영씨. 중자씨. "잘 있었어, 늬들?" 그이가 그렇게 물으면 그 쪽 대답도 간단하다. "응 그려. 잘 있었어."

 

 

떠날 때면 마늘이며 더덕이며를 싸주느라 분주한 그녀의 친구들과 또 그 친구들을 잘 간직하고 있는 그이가 다 같이 얼마나 이쁘고 아름다운지. 시중에서 잘 안다고 말들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와 내가 아는 그이는 참 많이 다르다. "

 

 

 

29. 그 작가가 말하는 그 배우

 

 

작가와 배우하니까 간직했던 글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노희경과 윤여정에 관한 글인데 예전 윤여정에 대한 글을 쓰면서 참 가슴 따뜻하게 읽은 글 중 하나다. 그 작가가 말하는 그 배우의 '참모습' 은 과연 무엇일까. 이 글을 읽으면서 세대를 초월해 작가와 배우가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우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도록 하자.

 

 

[작가 노희경] “드라마 참 못 썼다, 어쩜 그리 못 썼냐!, 죽어라 못 쓰더만.” 몇년 전 내가 집필했던 모작품에 대한 윤여정, 그녀의 평가다. 죽어라 글이 안 될 때 내가 나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을 때 자타가 인정하는 독설가인 그녀는 여지없다. 대놓고 욕을 한다. 천성이 유순하지 않은 나는 그녀의 독설에 발끈하며 같이 맞장을 뜬다.

 

 

“선생님은 언제나 잘하냐, 선생님도 못할 때 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스무살 터울이 지는 관계에서 이 정도 감정적인 말이 오가면 당연한 수순처럼 결별을 할 테지만, 서로를 잃을 마음이 전혀 없는 그녀와 나는 지금껏 가끔은 안부를 묻고 만나기를 소원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입에 칼날을 물고 서로를 찌를 태세로. 그러나 서로가 뱉은 칼날에 누구도 다치진 않는다. 아니, 되레 칼날 물고 말하길 즐겨한다. 마치 독설의 강도가 우리의 우정을 가늠하는 척도나 되는 양 말이다.

 

 

가끔 어린 내가 그녀의 독설이 아프다고 딴죽을 걸지만, 그것은 정말이지 엄살일 뿐 진정한 속내는 아니다. 그녀의 독설에는 고단하고 심심한 세상을 무마하고 위안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청탁받고 참으로 간만에 그녀에게 전화를 넣었다. “어째 목소리가 그래요? 이상하네.” 내가 정중히 안부를 물으니, 그녀가 대뜸 말한다. “남 말하네, 니 목소리가 더 이상해.” 한수도 편히 받는 법이 없다. 그런데 즐거웠다. 그녀가 여전히 그녀답게 말하는 것이, 그녀가 안녕하다는 증거 같아서.

 


나는 배우 윤여정 선생님을 ‘무척’ 사랑한다. 한때 나는 내 연정을 나만 알고 있기가 버거워 그녀에게 고백한 적도 있었다(그녀가 그 일을 기억 못한다고 잡아떼면 서운할 일이다). 배우 윤여정의 어디가 그리 좋으냐 물으면 할말이 없다. 너무 많다. 나는 아직도 <내가 사는 이유>에서 그녀가 손언니로 분해, 인생이 아프다고 울며 부는 주인공 애숙에게 말 한마디 없이 담배만 피우며 위로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때 그녀가 피워내던 담배연기는 뭉게구름처럼 포근하게 애숙을 덮었었다. 게다가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를 들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은 또 얼마나 멋졌던가. 뿐만이 아니다. <거짓말>에서 지나간 첫사랑에게 과부임을 숨기다 들키고 휘청거리며 버스에 오르던 그녀의 뒷모습은 삶의 허망함을 숨김없이 드러내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미친년, 지랄하네, 염병, 이 자식아, 저 자식아’ 하는 막말조차도 그녀의 입을 통해 뱉어지면 정이 뚝뚝 묻어나는 아픈 위안이 되거나 쓸쓸한 인생에 대한 정의가 된다.

 

 

지문하나 없이 ‘…’만 있어도 그녀는 미치게 연기를 해낸다. 대체 그게 어떤 연기술에 의해 나오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편히 말하면, 그게 연륜이지 단순히 정의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연륜이 있는 연기자는 모두 그녀처럼 연기할 수 있을까, 막말과 쌍말을 철학처럼? 분명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분명 그녀만의 깊은 연기술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한때 섣불리 그녀의 연기술을 가늠해보려 노력했었다. 그러나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연기는 곧 배우의 인생이라는데, 그렇다면 그녀의 연기를 분석키 이전에 그녀의 인생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로서는 그럴 능력이 없다.

 

 

젊은 나이에 남자도 남편도 없는 혼자 몸으로 두 아이를 키워내면서(그것도 정말 훌륭하게), 정말이지 예쁘지도 않은 얼굴과 좋지도 않은 목소리로, 게다가 아첨할 줄도 모르는 성격으로 그녀가 오늘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녀의 숭고한 노력과 극(그녀에게는 삶일 것)에 대한 애정을 어찌 감히 상상할 수 있겠는가. 목만 메일 뿐이다.

 


이즈음의 드라마는 모두 어린애들 사랑얘기 일색이다. 때문에 그녀처럼 눈빛 하나로 대사 한마디로 삶을 위안하고 농락했다가 다시 보듬는 연기를 하는 진짜 배우들의 진정한 연기를 볼 장이 없어지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발 윤여정,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더 늙기 전에 진정한 인생을 논하는 드라마 세상이 왔으면 한다.

 

 

그녀가 젊은 주인공들의 사랑이나 반대하고, 밥상이나 차리지 말고, 살아보니 제 자신이 사랑에 목매고 싶어지더라 하며 울며 부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세상말이다. 반드시 늙어가는 우리 모두의 인생을 그녀처럼 늙은 배우가 아니면 어찌 ‘반듯’이 표현해낼 수 있겠는가. 간사한 시정차여, 부디 늙은 배우를 홀대하지 말지어다. 그대들도 늙는다.

 


아주 오랜만에 그녀가 영화를 찍었다 한다. 이 기회에 그녀가 드라마를 등지고 영화로 가는 건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부디 부탁하건대 영화제작자, 감독들이여, 그녀의 진가를 알지 마라. 그녀를 드라마 난장에 그대로 두어라. 이 글을 읽고 그녀가 어찌 말할지 짐작이 간다. ‘아주 사람 밥줄을 끊으려 작정을 했구만.’ 귀여운 노친네!

 

 

 

30. <불꽃> 속 <완전한 사랑>

 

 

김수현의 밀레니엄 작(作) <불꽃> 에서 이영애가 방송작가로 출연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극 중 이영애가 쓴 작품의 제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영애가 쓴 작품의 제목은 바로 <완전한 사랑> 으로 김수현이 2003년 쓴 드라마 <완전한 사랑> 과 동일한 제목이다. 이 때부터 김수현은 이미 <완전한 사랑> 이라는 제목을 썩 마음에 들어했었다고.

 

 

<불꽃> 에서 이영애와 호흡을 맞춘 차인표가 <완전한 사랑> 에 나온 것도 그리고보면 우연은 아닌 모양이다.

 

 

 

31. 최저 시청률의 영광(?)

 

 

<첫사랑><사랑이 뭐길래><모래시계>....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언제나 '최고 시청률' 뿐이지만 그 반대편에는 '최저 시청률' 도 있다. 과연 '최저 시청률' 의 영광(?)은 어떤 작품이 차지했을까.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 말 안해도 아는 드라마 <바보 같은 사랑> 이 영예의 1위를 차지했다. 노희경의 작품으로 시청률은 1%, 경쟁작은 <허준> 이었다.

 

 

재밌는 점은 노희경이 시청률 표를 받아놓고 했던 "이거....0이 빠진 거 아니야?" 라는 말이 방송가에 전설처럼 떠 돈다는 것.

 

 

2위는 시청률 2.3% 를 기록한 <가을소나기>가 차지했고, 3위는 2.7% 의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와 <나는 그녀가 좋다>, <도둑의 딸> 이 올라가 있다. 6위는 2.8%의 <천국보다 낯선> 으로 엄태웅, 김민정 등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제목처럼 정말 '천국보다 낯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독신천하><구름계단><90일, 사랑할 시간><그녀는 짱><궁s> 등이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들.

 

 

특이한 것은 시청률이 낮은 작품중에서 지금까지도 '수작' 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몇 몇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정말 시청률과 작품성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32.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

 

 

예전에 <김희선이 차 버린 복덩어리들>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뒤, 연이말 뿐 아니라 텔레비존, 미디어다음, 다음 블로그 등에서 지나친 관심을 보여 준 적이 있었는데 이러한 '현상' 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연예인 캐스팅 비화라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여전한 관심거리인가 보구나." 였다.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 캐스팅 비화를 더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하얀거탑> 의 '장준혁' 역이 원래 김명민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장준혁 역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배우 차승원으로 오랜만에 브라운관 복귀가 점쳐졌으나 불발됐고 그 이 후 김민준, 이정재, 엄태웅, 김윤석, 황정민을 '돌고 돌아' 김명민에게 행운이 돌아갔다고 한다. 김명민으로서는 <불멸의 이순신> 이 후, 두 번째 행운을 거뭐진 셈이다.

 

 

'미사 폐인' 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안하다 사랑한다> 의 소지섭 역은 원래 박해일과 이동건이 1순위였고 임수정 역은 김희선이 첫번째로 꼽힌 상태였다. 어찌되었건 '다행히' 이들이 거부하는 바람에 소지섭과 임수정은 '미사 폐인' 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톱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으니 다행 중 다행이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드라마 <해신> 의 염장역은 송일국이 아니라 한재석이었고, <환상의 커플> 의 조안나 역은 엄정화가 계약 직전 번복한 배역이라고. 또한 <파리의 연인> 의 한기주 역은 배용준과 이정재가 <네 멋대로 해라> 의 고복수 역은 차태현이 거절한 작품들이다. 캐스팅에 얽힌 이야기야 워낙 비일비재하니 나중에 묶어서 다시 한번 이야기 하도록 하자.

 

 

 

33. 김수현의 발연기

 

 

배우 연기 연습시키는데 '도가 텄다' 고 하는 작가 김수현. 그녀의 손을 거친 배우들은 항상 일정 수준의 연기력으로 업그레이드 되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김수현은 배우들만큼 연기를 잘할까. 김수현의 연기실력은 그녀가 정신과 여의사로 특별 출연한 영화 <서울 무지개>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그녀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국어책을 더듬거리며 읽는 수준.

 

 

지금으로 말하자면 '발연기' 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인 김수현의 연기는 굳을대로 굳은 표정과 대사 처리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연기 지도 시키는 것은 칼 같은 김수현도 자신이 직접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인가 보다.

 

 

재밌는 것 또 한가지는 <서울 무지개> 가 끝나고 올라가는 영화 크레딧인데 보통 주연 송강호, 안성기라고 이름만 나오는 반면 김수현은 "특별출연 : 김수현 선생님" 이라고 써져 있다. 연기는 발로 했어도 여의도와 충무로에서 김수현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던 모양이다.

 

 

 

34. '역대' ○○○○

 

 

예전 '역대 장희빈' 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김지미, 남정임,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가 그 주인공이었는데 그렇다면 장희빈과 조선조 3대 요부로 불리우는 '역대 장녹수' 를 연기한 배우는 누가 있을까. 제 1대 장녹수는 71년 TBC 에서 방송된 <장녹수> 로 배우 고은아가 연기했고, 연산군 역에는 중견배우 김세윤이 출연했다.

 

 

2대 장녹수는 <설중매> 의 이미숙, 3대 장녹수는 <장녹수> 의 박지영, 4대 장녹수는 <왕과비> 의 故 유니 (이혜련), 5대 장녹수는 <왕의 남자> 의 강성연이 맡았다. 그렇다면 장녹수와 동시대를 살았던 여걸 '인수대비' 는 누가 연기했을까. 71년 <장녹수> 에서는 원로배우 故 황정순 선생이 열연했고 <설중매> 에서는 고두심, <장녹수> 에서는 반효정, <왕과비> 에서는 채시라, <왕의 남자> 에서는 윤소정이 출연했다.

 

 

이 쯤에서 '역대 명성황후' 도 살펴보자. 1대로 추정되는 이는 1965년 영화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 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원로배우 최은희. 2대는 71년 MBC <민비> 의 김영애, 3대는 82년 <풍운> 에서 김영애가 다시 한번 명성황후 역을 맡았다. 4대는 <대원군> 에서 김희애가 맡았고, 5대는 <찬란한 여명> 에서의 하희라가, 6대는 <명성황후> 의 이미연이, 7대는 영화 <한반도> 에서 강수연이 열연했다.

 

 

내친김에 '역대 혜경궁 홍씨' 도 꼽아보자. 역대 혜경궁 홍씨는 1980년 신봉승의 <안국동 아씨> 에서 김영란이 열연한 것을 시작으로 88년 <한중록> 의 최명길, <하늘아 하늘아> 의 하희라, <대왕의 길> 의 홍리나 등이 연기했다. 마지막으로 '역대 김개시' 는 <회천문> 의 원미경, <서궁> 의 이영애, <천둥소리> 의 이주화, <왕의 여자> 의 박선영이 맡았다.

 

 

 

35. 이영애, 홧김에 <서궁> 출연한 사연.

 

 

'역대 김개시' 에서 드라마 <서궁>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다. 당시 드라마 <서궁> 에 이영애가 출연하는 것은 '홧김에' 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는데 이유는 원래 SBS <장희빈> 이 이영애의 차지였기 때문. 그러나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 를 통해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정선경이 드라마 진출을 계획하면서 장희빈 역에서 이영애가 밀려나게 된 것이다.

 

 

장희빈 역을 정선경에게 빼앗긴 이영애는 같은 해 사극 <서궁> 에 출연해 장희빈 대신 김개시 역을 소화해냈다. 당시 방송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재형 PD 의 <서궁> 출연제의에 이영애가 생각도 하지 않고 "OK" 사인을 내렸다고 하니 <장희빈> 을 빼앗긴 '원한' 이 <서궁> 출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인가 보다.

 

 

 

36. 김수현과 현대

 


 

80년대 김수현의 TV 드라마가 준 카타르시스는 섬뜩하리만큼 세밀한 '재벌' 들의 묘사에 있었다. 서민들과 멀리 떨어져만 있던 재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TV 브라운관에 옮겨 놓은 김수현의 드라마는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낱낱이 까발려 놓음으로써 '대한민국 0.1%' 들의 삶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김수현 드라마 속 '재벌' 의 생활상은 곧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현대' 의 모습이다.

 

 

김수현 드라마의 왕팬이었던, 지금은 고인이 된 '왕회장' 정주영은 70년대부터 김수현과 끈끈한 우정을 맺은 뒤 죽는 그 순간까지 김수현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김수현 드라마에 대하여> 라는 책 출판회에는 정주영을 위시해 정몽구, 정몽준 등 수많은 현대쪽 고위관계자들이 총 출동해 정주영과 김수현의 우정을 가늠하게 했다.

 

 

지금까지도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가와 김수현의 관계 때문인지 저번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켰던 김유찬의 '이명박 리포트' 에는 현대건설 시절 이명박의 성공기를 다룬 드라마 <야망의 계절> 의 작가를 김수현이라고 잘못 적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실제 <야망의 계절> 의 작가는 김수현이 아니라 나연숙이다.

 

 

 

37. 유재석과 어머니

 

 

어제 텔레비존에 들렀다가 읽은 글을 올리고자 한다. 초등학교 시절 유재석이 반장을 했다고 한다. 유재석이 반장이 됐다는 소식에 그의 어머니는 "정말 잘했다." 고 기뻐하는 한편 육성회비를 비롯한 돈 걱정 때문에 얼굴 한켠 걱정이 스쳐지나갔다. 어린 유재석은 얼굴 가득한 어머니의 수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냥 좋아할 뿐이었다고.

 

 

그런데 어느 날 그는 학교 화단에서 열심히 청소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엄마, 왜 여기서 청소하고 있어?" 라는 그의 물음에 어머니는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응. 재석이가 반장이 됐으니까 엄마도 학교에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육성회비를 낼 돈이 없었던 그의 어머니는 매일 화단을 청소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하려 했고 돈 때문에 유재석이 부끄러워하지 않길 바랐던 것이다.

 

 

유재석은 그 사실을 알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 MC 의 뒤에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을 몸소 보여준 어머니의 노고가 살아 숨쉬고 있다.

 

 

[유재석의 어머니] "학교 선생님들도 재석이가 그 방면으로 끼가 있으니 밀어주라고 하는데 남편이 말도 못 꺼내게 하니 내가 너무 힘들었지요. 그나마 남편 몰래 용돈 좀 찔러줘가며 돕는다고 도왔는데 나중에 기사 난 걸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고생을 많이 했더라고요. 그렇게 힘들었다는 걸 알고 얼마나 눈물이 나고 가슴이 뭉클하던지….

 

 

그때 재석이가 돈 벌어 호강시켜준다고 하더니 이제는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해요. 그런데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을 제가 어떻게 쓰겠어요. 재석이도 그래요. 자기가 번 돈은 옆에서 도와준 분들, 팬들 덕이니 그 사람들에게 다시 나눠줘야 한다고, 자기 돈이라고 생각 안 한대요. 어디다 알리는 걸 절대 싫어해서 몰래 좀 도와주고 하는가 봐요."

 

 

 

38. 그 작가가 말하는 그 MC

 

 

기왕에 유재석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의 인간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전 글에도 한번 인용한 적이 있는데 방송작가 노지현씨의 글이 그것이다.

 

 

[방송작가 노지현] " 연예인이란 직업은 자의건 타의건 사생활까지도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생방송 스케줄 때문에 아내의출산을 곁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사람이 태반이고, 촬영 때문에 부모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이런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스케줄을 힘겹게 꿰맞춰 가며 경조사를 챙겨주는 고마운 스타들이 있다. 그런 이들 중 한사람이 바로 유재석.

 


유재석은 정말 바쁘다. 채널만 돌리면 나온다는 말을 들을 정도니까. 이 정도 되면 보통은 ‘미안하다. 꼭 가려고 했는데’ 하는 한마디면 웬만큼은 용서된다. 그런데도 굳이 잠잘 시간까지줄여가며 작가와 PD들의 결혼식장을 찾아다니고, 바쁜 걸 뻔히알고 있어서 일부러 말하지 않은 곳까지도 참석해 기쁨과 슬픔을함께 나누는 속깊은 사람이다.

 


이런 그의 마음 씀씀이의 결과였는지, 유재석 본인도 아닌 여동생의 결혼식에 방송국 사람들이 대거 참석 흥행(?)에 대성공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유재석은 스태프 잘 챙겨주기로도 유명하다.

 


예전에 진행했던 ‘이유있는 밤’이나 최근에 맡은 ‘해피투게더’ 등 그의 프로그램 작가나 PD들의 증언에 따르면, 식사시간과녹화시간이 겹칠 때면 굶고 일하고 있을 스태프를 위해서 떡볶이며 김밥, 샌드위치 등을 잔뜩 사들고 녹화장에 들어온다고 한다.

 


요즘은 잠 줄여가며 일하는 스태프를 위해서 커피까지 챙겨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사람들이 자신이 사온 음식을 먹을 때면 ‘이거 누가 사온거라구? 유재석이 사온거야. 알지?’ 하고꼭 생색을 내고 말아서 결국은 핀잔을 듣곤 하지만 말이다.

 


몇 년전, 내가 ‘아름다운 TV-얼굴’이란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때다. 유재석이란 이름과 얼굴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던 그시기에, 연예인들이 직접 6㎜ 카메라를 들고 자신을 찍는 ‘셀프카메라’란 코너에 그가 출연한 적이 있다.

 


편집실에서 그가 찍어온 테이프를 봤고, 테이프를 한개 한개 보면서 나는 서서히 그의 팬이 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스타가 손수 찍은 일상들을 봐왔지만, 유재석만큼 인간적이고 솔직한 이야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들어온 새벽, 세수를 한 유재석은 자기 방에 앉아서카메라를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무명시절 이야기, 고마웠던 사람들 이야기까지…. 분명 힘들고 눈물나는 시절의 이야기였는데도 특유의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가 했던 말, “내가 평생 톱스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난 많은 사람을 얻었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거다. 만약 내가 인기를 얻고 스타가 된다해도, 난 힘들었던 이 순간들을 잊지 않고 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싶다.” 눈가가 촉촉해진 줄도 모르고 한참동안 진지하게 이야기를하던 유재석은 얼른 눈가를 훔치곤 ‘아~ 새벽에 혼자서 무슨청승이야~’ 하며 쑥스러운 듯 특유의 시끄러운 웃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말았지만.

 


유재석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들 입을 모아 ‘참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공손하고, 여전히 착하고, 시끄러운웃음소리까지도 여전하고. 아마도 오래 전 자신과 했던 약속을기억하고 지켜가는 그의 노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확실히 하는 사람, 그래서 그는 웃기는 사람이지만 절대 우습지 않다."

 

 

39. 여배우 vs 여배우

 

 

비공개로 치뤄진 심은하의 결혼식에 참석한 연예인은 안성기와 한석규 등 극소수의 연예인만 참석했다. 그 중에서 유일한 여배우였던 이미연은 최근 심은하의 딸 돌잔치에도 참석하는 등 심은하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미연과 심은하가 '친해지게 된' 이유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청룡영화제 때 일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심은하가 선배인 이미연을 보고도 못 본체 그냥 지나쳐 버린 것. 바빠서 그랬는지 불편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시간관념과 인사성에 칼 같은 이미연은 심은하의 이러한 '무례' 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먼저 심은하에게 다가간 이미연이 "안녕하세요, 심은하씨." 하면서 인사를 90도로 꺾으며 인사를 해버린 것이다.

 

 

선배의 90도 인사에 크게 당황한 심은하가 어정쩡하게 인사를 받자 이미연은 "인사는 이렇게 하는거예요. 알겠죠?" 라는 말을 남긴 채 홱 돌아가버렸다고.

 

 

심은하가 당황한 것은 말도 못하고 주위의 시선 역시 범상치 않았는데 또 다른 사건은 그로부터 1년 뒤에 벌어졌다. 다시 한번 청룡영화제에 참석한 심은하가 이미연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90도로 인사를 했던 것. 이미연은 작년의 사건을 기억하고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화답했고 이 후, 심은하와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40...방송 뒷편에 숨겨져 있는 그들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우리는 방송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보았다. 방송 뒷편에는 아직도 거론하지 못한 그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삶' 이 숨겨져 있다. 아직도 많이 쌓아놓아 꺼내 놓자면 한도 끝도 없는 이야기들은 여기서 그만 마치도록 하고 이 글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참모습' 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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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드라마 리뷰
글쓴이 : 우후훗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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