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11월 11일 (화요일) 15 : 34 경향신문 | ||
| 신선도 놀다가는 굽이굽이 3만6천봉…중국 구이린 | ||
중국의 정치가이자 시인이었던 진의(陳毅)는 “신선이 되는 것보다 구이린 사람이 되는 게 낫다”고 했고, 안드레 전 이탈리아 대통령은 “구이린 산수는 세계 8대 기적에 들어가야 한다”고 찬사를 바쳤다. 구이린의 산수는 왜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가. “산(山)이 빼어난 곳도 있고 수(水)가 빼어난 곳도 있지만, 구이린처럼 산수가 모두 빼어난 곳은 드뭅니다” 교포 3세 관광가이드의 말처럼 구이린은 도시 전체가 산수(山水)의 절묘한 조화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구이린의 산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뾰족한 세모 모양을 띠고 있다. 산은 완만하게 타고오르는 구릉이 있게 마련인데 구이린의 산은 봉우리만 있는 듯 깎아지른 절벽으로 서 있다. 높이도 100m안팎에 불과하다. 구이린에 있는 3만6천여개의 이러한 산들은 서로 이어지고 포개지면서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해 낸다. 산이 이런 모양을 띠고 있는 것은 이곳이 석회암으로 된 카르스트 지형이기 때문이다. 구이린은 3억6천만년전에는 바다였던 곳으로 1억5천만년전 지각변동이 생겨 수많은 봉우리와 낭떠러지가 형성됐다. 이후 세월의 풍화를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특이한 지형으로 자리잡게 됐다. 구이린 산들의 풍경은 이강(離江)에서 유람을 하며 볼 때가 가장 찬연하다. 이강은 구이린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거리의 북쪽에 자리한 싱안(興安)현에서 발원한 물길 중 일부가 흘러들어온 것이다. 폭은 좁지만 길어 늘어져 있는 이강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얕고 맑아 강 양쪽에 겹겹이 들어선 산의 모습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이강에는 1급수 어종인 쏘가리 등이 산다. 황허강 등 강물이 뿌옇기로 유명한 중국에서 이강처럼 맑은 강은 드물다. 때문에 이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산과 강에 비친 산을 완상하는 것, 예부터 시인 묵객들이 이승에서 즐길 수 있는 신선놀음의 첫길로 평했다. 이강 유람에서는 산수의 경치를 더욱 운치있게 해주는 소품들이 여럿 등장한다. 강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대나무로 만든 ‘조바이’라는 쪽배가, 소금쟁이가 물에 몸을 올려 놓은 듯 살포시 떠 있다. 한 사람이 겨우 앉을 만한 길쭉한 이 배를 타고 사람들은 가마우지로 고기잡이를 한다. 가마우지는 오리만한 크기의 고기잡는 새로 물고기를 낚아채 온다. 이강 양 옆으로는 대나무 숲이 이어달리고. 여기에 물소들이 서너 마리씩 한가로이 유유하는 풍경이 곁들여지면 이강 유람은 절정을 이룬다. 이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구이린에서 양수오(陽朔)에 이르는 83㎞의 물길이다. 구이린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양수오는 ‘작은 구이린’이라 부른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양수오를 보고 “계림산수갑천하 양삭풍경갑계림(桂林山水甲天下 陽朔風景甲桂林:구이린의 산수는 천하제일이고, 양수오의 풍경은 구이린보다 낫다)”이라며 최상급의 감탄사를 남겨 놓았다. 지난달 1일부터 양수오에는 또 하나의 풍경이 보태졌다. 영화 ‘붉은 수수밭’ ‘영웅’ 등을 만든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연출한 연극 ‘유삼제(劉三제:유씨네 셋째 딸)’가 매일 한차례씩 공연되고 있다. 소수민족인 장족 남녀들이 연분을 맺는 음력 3월3일의 풍속을 극화한 이 작품은 양수오의 뾰족 산과 이강의 자연을 무대 삼아 펼쳐진다. 이강 2㎞와 12개의 산봉우리를 천연배경으로 총 600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그야말로 ‘시적이고 꿈같은 풍경’이다. 수백 명의 배우가 붉은 천을 들고 강을 가로질러 건너고, 온 몸에 전구를 단 배우들이 멀리 있는 산에서부터 물 위를 걸어 관객석 쪽으로 달려오는 등 60분 내내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구이린 시내의 호수 운하다. 인공호수 양강쓰호(兩强四湖)는 이강의 물을 끌어들여 도시를 감싸는 운하로 만들어진 것이다. 작은 배를 타고 이곳을 돌면 호수 중간중간 놓여있는 이국적인 다리와 주변의 특징있는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건물마다 색색의 조명이 들어오고, 건물 앞에서 이런저런 공연들이 잇따라 열리는 야경이 환상적이다. 구이린에서 강은 도시를 안아 흐르고, 사람들은 강 위에서 산을 안는다. ▲여행쪽지…구석구석 자전거 여행 권할만 구이린을 제대로 관광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지 가이드들은 자전거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천천히, 자전거로 돌아다니면 천하제일이라는 구이린의 산수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이린 시내는 인도(人道)가 대리석으로 돼 있는 데다 자동차 도로 옆에는 자전거 길이 따로 만들어져 있어 자전거 타기에 더없이 좋다. 자전거 배낭 여행객들에게는 구이린보다 더 잘 알려진 곳이 양수오이다. 양수오 곳곳에는 서양식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다. 이강 변을 따라 하이킹을 하다가 중간중간 자전거를 세워놓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양수오에는 중국에 하나뿐인 서양인 거리도 있다. 중국어 못지 않게 영어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서방 여행객들이 맥주 한잔 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많이 들른다. 자전거 여행은 구이린 2박, 양수오 3박의 코스가 적절하다. 구이린은 계수나무가 많아 숲을 이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가을이 되면 구이린은 계수나무 향이 전 도시를 은은히 휘감는다. 계수나무 잎으로 만드는 계화왕차는 계림의 특산차로 유명하다. 중국 광서성 자치구에 속하는 구이린은 베트남까지 차로 6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 생김이 베트남 사람들과 많이 닮았다. 주식으로 쌀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서울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매주 월·수·목 세 번 직항 편을 운항한다. 운항시간은 3~4시간 정도. 중국관광비자를 받아야 한다. 아열대 기후이며 연평균 19도로 따뜻하다. 가장 추운 1월의 평균기온은 7.9도, 가장 더운 7월은 28도. 상대적으로 4~10월이 여행하기에 좋지만,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다. 특히 자전거 여행은 장마철을 피해야 한다. 여행문의는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02)773-0393. 〈구이린(중국)/임영주기자 minerv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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