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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을 사랑해? 진짜 '선덕여왕'은 이랬어요"-TV구성작가 한소진

monocrop 2009. 6. 6. 17:05

"김유신을 사랑해? 진짜 '선덕여왕'은 이랬어요"

프레시안 | 채은하 기자 | 입력 2009.06.06 12:34




['키워드가이드'를 만나다] < 선덕여왕 > 펴낸 'TV 구성작가' 한소진

[프레시안 채은하 기자]
"나도 방송작가로서 드라마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너무 과장되고 얼토당토 않은 설정이 나오는 등, 욕심이 과한 것 같다." '키워드가이드'에서 ' TV 구성작가 ', ' TV 드라마 읽기 '라는 키워드를 연재하는 한소진 작가를 만나 현재 문화방송(M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 선덕여왕 > 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이렇게 '혹평'했다. 한소진 작가는 지난 4월 소설 < 선덕여왕 > 을 펴내 벌써 4쇄를 찍을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을 놓고 "역사와 설화 속의 선덕여왕에 가장 가깝다"고 자부했다.

'설화'를 공무한 국문학자이기도 한 한소진 작가는 다양한 '작가' 이력을 갖고 있다. 1987년부터 방송작가를 시작해 한국방송(KBS) < 한국의 미 > , < 세계영화기행 > 등 다큐멘터리 약 100편을 집필했다. 또 KBS 단막극 < 일곱개의 문이 있는 방 > , MBC 창사 40주년 특집드라마 < 길모퉁이 > 등을 쓴 드라마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낸 < 선덕여왕 > 으로 '소설가' 이력도 추가한 셈.

"벌써 강산이 두번 변했다"는 한 작가는 '키워드가이드'에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읽기, 드라마 작가의 요건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 프레시안 > 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다양한 '이야기'와 '이야기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길게 풀어냈다.

다음은 < 프레시안 > 과 한소진 작가의 인터뷰 전문.




▲ 'TV 구성작가'와 'TV 드라마 읽기'라는 두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키워드가이드이자 소설 < 선덕여왕 > 의 작가인 한소진 작가. ⓒ프레시안

프레시안 : 요즘 MBC 드라마 < 선덕여왕 > 이 인기다.

              < 선덕여왕 > 이라는 소설을 낸 작가로서 이 드라마를 보면 어떤가?


한소진 : 사실 드라마 자체는 강의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서 한번도 못 봤다. 하지만 드라마 내용을 들어보니 주인공인 덕만 공주를 쌍둥이로 설정을 하는가 하면, 화랑이 되어 김유신을 사랑하게 된다고 하던데 말이 안 된다. 특히 김유신을 사랑한다는 식의 설정은 역사상으로 말이 안 된다. 나 역시 방송작가로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과장되고 드라마틱하게 만들려는 의욕이 앞선 것 아닌가 싶다.

선덕여왕은 세 명의 남편을 뒀는데 그중 첫 남편인 '용춘'에 대한 사랑을 평생 품고 살아간다. 김유신을 사랑하게 된다는 식의 설정은 말이 안된다. 나는 < 선덕여왕 > 을 쓰면서 < 화랑세기 > 등에 설화로 남아있는,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은 길달, 비형, 지귀 등의 인물도 다 녹여내 역사의 행간을 찬찬히 읽는데 주력했다. 물론 내 책도 창작력의 반영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실제 삶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때문에 내 책을 먼저 읽은 독자 중에는 드라마 < 선덕여왕 > 의 내용이 너무 달라서 드라마에 몰입이 안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금 드라마는 시대를 너무 뒤죽박죽으로 만든 것 아닌가.

프레시안 : 한소진 작가가 주목하는 선덕여왕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한소진 : 그간 역사나 소설 등에서는 선덕여왕을 조연, 심지어는 무능한 여왕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남성이 없고 남은 성골이라 하는 수 없이 왕위에 올랐다는 식이거나 김유신 등을 주인공으로 삼고 선덕여왕을 조연으로 삼는 식이다. 그러나 선덕여왕이 된 덕만 공주는 30년간 황제 수업을 받은, 똑똑하고 강인한 사람이었다. 30년간 '여성은 왕이 될 수 없다, 둘째는 왕이 되서는 안된다'는 대신들의 반대를 극복하고 왕위에 오른 것이다. 김춘추와 김유신과 같은 인재를 발굴했고 백제와 고구려를 평정할 만큼 외교에 능했다. 16년간의 통치 이후에는 "여성으로서 못다한 뜻을 펼쳐보라"며 대신들의 반대를 뚫고 여성인 조카, 진덕여왕을 후계자로 결정한다. 선덕여왕은 여성이었을 뿐 아니라 위대했던 지도자였다.

프레시안 : 'TV 드라마 읽기'라는 키워드 가이드도 하고 있는데, 한소진의 'TV 드라마 읽기'란 무엇인가?

한소진 : 나는 '설화'를 공부했다. 설화는 영웅설화, 신데렐라 설화, 진가쟁주 설화, 손없는 색시 설화 등 여러 가지 유형의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요즘의 드라마에서도 흔히 설화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이야기 구조를 찾고 이야기하는 것이 나의 드라마 읽기다.

가령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 커피프린스 1호점 > 은 제주도 자청비 설화를 신데렐라 설화에 접목시켜 만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체적인 신데렐라 설화의 구조 속에서 남장을 하고 문 도령과 3년간 동거했던 자청비의 이야기 구조를 따온다. 이에 더해 21세기에 맞게 '내 복에 산다' 설화(자기 운명은 자기가 개척한다는 내용의 설화)를 가미한 것이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 선덕여왕 > 도 '영웅 설화'를 생각하고 쓴 게 아닌가 싶다. 영웅 설화는 < 대장금 > 이나 < 허준 > 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아가 되어 헤매다가 '소화'나 왕 같은 조력자를 만나고 화랑이 되어 수련을 충분히 받고 나면 또다시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또 여왕이 되어 남자들의 공격을 받다가 결국 영웅으로 등극하는 구조다. 그리고 제 2의 영웅 탄생을 예고하면서 끝나게 될 것이다.



▲ 한소진 작가는 설화의 이야기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이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현대의 드라마를 '설화 구조'에 비춰 이해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소진 : 모든 사람은 수천 년 간 귀에 익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설화는 2000년 전부터 구전이 되면서 시대에 맞게 채색이 됐고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특히 방송작가 등 창작인들은 이 설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미웠다 고왔다 처(淒) 설화', '열녀 설화', '신데렐라 설화' 등이 엮인 < 조강지처 클럽 > 이나 '손없는 색시 설화', '진가쟁주 설화'(진짜와 가짜 간 다투는 내용) 등을 엮은 < 아내의 유혹 > 등의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지 않나. 반면 드라마의 편수를 거듭할수록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작가들이 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작가 자신도,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고독해지는 스타일이다. 설화를 공부하면 대중이 좋아하는 코드도 알고 자신의 코드도 알아 괜찮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런데 지금 거론한 드라마들은 '막장 드라마' 논란에서 가장 첫 손에 꼽히는 것들이기도 한데.

한소진 : 그러니 현대 감각에 맞게 뺄 것은 빼고 넣을 것은 넣어서 설화 운용을 잘해야 한다. 가량 '손 없는 색시 설화'와 같은 경우 아버지가 딸의 손을 자르고 강물에 빠뜨려 죽이는 내용이 있는데 그런 내용 그대로 정말 남편이 아내를 물에 빠뜨려 죽이는 것으로 하면 되나. 또 '진가쟁주 설화' 그대로 죽었던 애가 진짜 살아나고 하는 식이 되면 그냥 옛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설화가 구전될 때는 그게 새로운 이야기라서 전달되는 것인데 그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얼마나 유치한가. 설화를 공부하고 그에 더해 시대를 읽어 세련되게 전달해야 '막장 드라마'가 안 되지 않을까.

프레시안 : 'TV 드라마 읽기'나 'TV 구성작가'라는 키워드는 작가나 작가 지망생에게 유리할 것 같다.

               이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진행하는 것으로 아는 데 '키워드가이드'로 참여하는 까닭은?


한소진 :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TV 구성작가'를 검색하면 '방송작가 아카데미'만 나온다. 구성작가가 무슨 직업인지 알려주는 데가 없다. 그러면 '지식인'에 물어보는데 답을 안해주거나 "새끼 작가는 힘들다더라"이상의 수준을 나아가지 못한다. 20년 이상 방송작가를 한 사람으로서 작가 입문, 각 장르의 특성은 무엇인지, 효과적인 대본 구성이란 무엇인지, 작가로 성장하면서 거치게 되는 단계 등을 가이드해주고 싶었다. 또 'TV 드라마 읽기'를 통해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요건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일반 시청자들도 드라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 "지금은 인터넷에서 'TV 구성작가'를 검색하면 '구성작가 아카데미' 이상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20년 이상 방송작가를 한 사람으로서 '구성작가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하지만 작가의 처지는 열악해지는 것 같다.

              얼마전 한국방송(KBS) 이병순 사장은 'PD집필제'를 시행해 작가들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한소진 : 방송사가 PD집필제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외환위기가 있던 1997년에도 'PD집필제'를 시행했었는데 6개월이 안 돼 사라졌다. 방송이라는 게 PD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템 구성, 기획, 대본 작성 등 여러 사람이 참여해서 만들어내는 결정체다. 'PD집필제'는 작가 죽이기가 아니라 PD 죽이기고 프로그램 죽이기이다. 이번 PD집필제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리라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방송작가를 시작할 때도 작가들은 천대받았은데 요즘도 작가들이 천대를 받아서 안타깝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철학'을 묻고 싶다. 구성작가란 무엇인가?
한소진 : 구성작가란 고집이 없어야 하는 사람이다. 보통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 위주의 글쓰기를 고집하는데, 절대 그렇게 하면 안된다. 자신을 비우고 시청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문제로 느끼는 것이 무엇인가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시청자를,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 구성작가다.

채은하 기자 ( bluesky@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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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집필제... 이병순이란 양반은 소위 '방송물'을 먹었는지조차 의심이 간다.

비효율과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사고 구조를 보여주는 말이다. 

왜 좋은 작품이 KBS에서 잘 않나오는 지 않봐도 삼천리는 될 것 같다.

 

공영방송이 공정하지도 않고 드라마 작가에 대한 인식도가 인력 시장 보듯 하는 저런 가치관으로 무슨 작품을 만들고

좋은 방송을 만들겠는가. 

PD들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이다. 집필할 수도 있는 문제와  PD집필제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집필을 하는 순간 연출은 접는 것이 옳다. 

 

구성작가에 대한 풍토는 무엇인가 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잠깐의 경력과 재주로 곧바로 시장에 투여되니 그의 악순환이 수준 낮은 인력시장을 스스로 구축하는 셈이다.

 

구성작가란 고집이 없어야 된다는 말...

한소진 작가의 내면의 다른 부분은  아직 아는 바 없지만, 저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방송과 구성작가에 대한 개념은 옳게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