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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불국사 1910년대 실측도…도면 36장 ‘원형복원 열쇠’

monocrop 2009. 4. 20. 08:20

[단독] 불국사 1910년대 실측도…도면 36장 ‘원형복원 열쇠’

한겨레 | 입력 2009.04.20 07:30




[한겨레] 석축 돌난간 기둥·청운교 돌계단 난간 없애려다 보존 선회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고찰인 불국사의 원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969~1973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대대적 보수 복원은 고증에 충실한 것일까. 전봉희 교수팀이 국가기록원의 일제시대 도면 더미 속에서 발굴한 불국사 실측 수리도면 36장은 이 의문을 풀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측도면을 보면, 불국사는 1910년대 대웅전과 자하문 등의 영역과 본전(극락전), 안양문 영역의 두 부분만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원래 대웅전과 극락전 부근에는 응접실, 주지실, 당 등 지금은 없는 작은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불국사는 70년대 복원 이래 일부 회랑, 정면 앞 연못(구품연지)터 등을 묻은 것 등을 놓고 복원 오류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며 "발견된 도면들은 중요한 고증 근거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제가 수리 설계안을 짜면서 절 정면 상하단 석축의 돌난간 기둥과 청운교 등의 돌계단에 있던 난간을 모두 없애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다시 보존하는 쪽으로 설계를 바꾼 사실도 나타났다. 전 교수는 "일제가 불국사 정면 난간 시설 부분을 제거하려 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며 "불국사를 일제가 어떤 얼개로 변형시키려 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도면의 의도와 방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의 일제시대 도면 중 고적 실측과 수리에 관련된 것은 모두 262매다. 1910~40년대 총독부, 산하 기관에서 작성한 도면들로, 일제 강점기 전통 문화유산 수리 사업의 진행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세부를 보면, 불국사 전각 외에도 최근 보수공사에 들어간 다보탑석가탑 등의 경내 석탑, 최근 금제사리기 발굴로 화제를 모은 미륵사터 동탑 실측 도면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1913년 평양 보통문 수리공사와 평남지역의 강서대묘, 쌍영총, 감신총, 동명왕릉 등 벽화 등이 있는 고구려 무덤 40여곳의 실측도도 있어 눈길을 끈다. 근대 건축물들의 경우도 1910년대 중후반 서울 광화문 사거리 앞 가로 도면인 '경성광화문통관유지일람도', 옛 청와대 관저인 조선 총독 관저와 용산 총독 관저 설계도, 경성제국대학 본관 등의 설계 도면이 처음 확인됐다. 이들 도면의 정리 및 해제집은 상반기중 출간될 예정이다.

한편 홍승재 원광대 건축학부 교수도 이날 발표회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7세기 전통가옥 도면인 '청평위군 평면도'를 비롯한 17~18세기 가옥도면 23건을 공개했다. 이들 도면은 칸마다 건물명을 적어 공간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청평위궁, 이유명 참판가 등 왕족, 사대부가의 집들 뿐 아니라 '군소가옥연접도형'처럼 도로에 면한 78채의 중소가옥과 전(가게) 등을 같이 볼 수 있는 도면도 있어 17~19세기 한성부의 다양한 주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홍 교수는 "도면들을 살펴보면 17~19세기 사대부 집들은 60~70여칸은 보통이고, 최대 180여칸까지 100칸 넘는 집이 허다했다"며 "궁궐을 의식해 99칸까지만 짓는 것이 허용됐다는 상식은 맞지 않다는 것이 판명됐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 사진·도판 제공 한국건축역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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