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대 교수들은 전날 발표된 입시안이 해당 단과대 교수들의 의견을 제외한 채 이루어진 것이라며 결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입시철마다 터져 나오는 실기 비리를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의 일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학교 미대의 한 교수는 이날 “소속 교수들은 전날 저녁 학과장 회의 이후에야 발표 사실을 알았다.”면서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한번씩 전체 교수회의가 열리는데 가장 최근에 만난 지난달 전체 교수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공개 거론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입한다 하더라도 입시비리를 막기 위한 긴급처방으로 보이는데 미대 교육이 일반 문화센터 수준보다 저하돼 총체적인 부실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교수는 “실기고사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전혀 몰랐다.”면서 “입시정책을 바꾸려면 충분한 사전연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일부 교수들만 눈치챈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
미대의 한 학과장도 “미대 내부에서 실기고사 폐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최병훈 미대 학장은 “입시정책에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없었다.”면서 “최종 결정이 언제 이뤄졌는지, 미대 차원의 의견 수렴을 거쳤는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다만 “전날 학과장 회의 후 이날 과별 교수회의를 통해 학교 방침을 전달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서종욱 입학관리본부장은 “지난해 4월 이미 실기폐지안 골격이 갖춰진 상태에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서 본부장은 “학과장 회의를 두번 하고, 전체 교수회의를 네번 거치며 자율전공관련 입시절차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면서도 “하지만 실기고사 폐지를 주요 안건으로 채택해 회의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