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문화

[스크랩]‘인디’에 성공 컨텐츠가 있다

monocrop 2009. 2. 16. 23:46

‘인디’에 성공 컨텐츠가 있다

헤럴드경제 | 기사입력 2009.02.16 10:57 | 최종수정 2009.02.16 10:59

 http://media.daum.net/culture/view.html?cateid=1032&newsid=20090216105705284&p=ned

 

대중문화의 주류 시스템 밖에서 성공하는 콘텐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인디 콘텐츠들이다. 대자본에 구속되지 않는 인디 문화는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예술을 한다. 대중과의 거리감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영화와 음악에서 대중성을 확보하며 성공을 구가하는 인디 콘텐츠가 쏟아져 주류 시스템 관계자조차도 깜짝 놀라고 있다.

한국 독립영화사상 각종 기록을 쏟아내는 '워낭소리'는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꿈이랄 만한 관객수 100만명을 바라볼 것으로 예측된다. 메이저 가수들도 앨범 1만장을 넘기기 어려운 게 요즘이다. 그런데 홍대앞에서 활동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등 1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는 인디가수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인디가수들은 3000~4000장만 팔아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언니네이발관' 5집이 2만1000장을 넘겼고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의 '일곱날들'도 2만장, 요조의 프로젝트 앨범이 1만3000여장, 브로콜리너마저 1집도 1만2000장을 돌파했다. '비틀즈의 현대판'이라는 보드카레인과 EBS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해 강의한 일렉트로닉 밴드 '캐스커'의 고정팬들도 많다.

상황이 이쯤되자 주류의 메이저 제작자들도 인디 콘텐츠에 귀를 기울이며 이들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연말 아이돌을 포함한 주류 음악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 MKMF(Mnet KM Music Festival)가 인디 아티스트를 위해 '올해의 발견'이라는 특별 시상을 신설해 갤럭시 익스프레스에 시상했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도 인디 밴드에 다시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이미 '장기하와 얼굴들'이 '음악여행 라라라' 등 지상파에 자주 출연하고 있으며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하던 요조와 밴드 트랜스픽션도 지상파를 밟았다. MBC '음악중심'은 2005년 카우치의 성기 노출 사건 이후 처음으로 디어 클라우드와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 등 인디밴드를 출연시켰다.

제작비 1000만원인 초저예산 독립영화 '낮술'(감독 노영석)도 '워낭소리'의 속도만은 못하지만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일주일도 안 돼 1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로카르노 토론토 등 세계 각지 영화제의 초청이 이어졌다. 독립영화인들은 '제2의 워낭소리'를 제작한다는 데 고무돼 현행 정부 지원책에 대한 개선 방안 요구 등 활성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인디 콘텐츠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주류건 비주류건 음악 외적인 것으로 마케팅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게 큰 이유다. 몇년 전만 해도 주류 음악이 창착보다는 가수의 비주얼이나 뮤직비디오 등 외적인 요소로 성공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림없는 소리다. 외모가 뛰어난 가수를 내세워 막대한 돈을 투입해 홍보를 극대화해도 1만여장을 못 넘기는 음반이 부지기수다.

빅뱅이나 주얼리(원모어타임) 손담비(미쳤어) 등 주류에서도 창착이건 리메이크건 노래 자체가 좋은 '웰메이드' 음악이라야 히트한다. 여기서 '웰메이드'란 가창력에 작곡, 편곡, 프로듀싱, 세션 등에서 높은 질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이제 주류 음악계도 콘텐츠의 질을 담보하는 인디음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인디음악연구가인 박준흠 씨는 "인디는 돈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주류 가수 중에도 엔터테이너로서 활용하기는 좋지만 음반과 음원 판매가 저조한 경우도 많다"면서 "영미권처럼 한국 주류음악도 음악만 좋다면 적은 비용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고 해석했다. 그는 "한국의 주류와 인디음악 비율이 95대5쯤 되는데 영미권의 70대30 정도가 될 때까지 성장의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인디문화 내부의 변화도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요인이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인디가 유행했다가 현실적 벽에 부딪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음악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의 시스템 문제를 고민하며 수입 창구를 개발해 자생력을 갖춰나갔다. 인디밴드들이 출연하는 펜타포트락페스티벌자라섬재즈페스티벌 등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아 나간 것도 인디음악인에게 자심감을 줬다.

2000년대 후반의 인디문화는 주류에 대한 저항문화로서가 아니라 '다른 영역의 강자'로 떠올랐다. 실험성과 유연성으로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인디나 키치여서 뜬 게 아니라 재미있고 콘텐츠 자체가 좋아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와 함께 영화건 음악이건 불황기에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주류 방식보다는 위험부담이 적은 다품종 소량방식의 인디 방식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대중음악 웹진 '이즘'의 이대화 편집장은 "인디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호재임이 분명하다"면서 "인디 제작자는 대중성을 높이려는 주류적인 시도를 할 게 아니라 타협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살려 자기식의 저변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