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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2018년엔 분당 옆 '제2 분당'

monocrop 2008. 3. 11. 03:18

2008년 3월 11일 (화) 02:59   조선일보

[이슈&현장] 2018년엔 분당 옆 '제2 분당'



성남시 태평동 주택 밀집지역의 모습. 재개발이 되면 생활환경은 좋아진다. 그러나 구시가지 개발로 7만여명의 주민은 갈 곳을 잃는다. /성남시청
성남 구시가지 개발 어떻게 되나 개발 끝나면 분당과 격차 없어질 듯 1단계 사업은 2010년 제 모습 드러내 전세값 급등… 7만여명 유랑 불가피
#장면 1. 2018년 성남 수정·중원구. 1960년대 서울 무허가 판자촌 이주사업으로 조성된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주택밀집 지역 중 약 절반(305㏊)이 재개발 된 덕분에 고질병이었던 주차난도 말끔히 사라졌다. 반면, '천당 밑에 분당'이라던 1990년대 지어진 분당 아파트들은 노후화로 시달리고 있다. 리모델링을 하려니 가구당 내야 하는 돈이 너무 많고 재건축을 하자니 수익성이 없다.

#장면 2. 2018년 서울역. 노숙자 생활 7년째다. 1968년 아버지는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 살다 성남 구시가지로 강제 이주됐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었다. 아무리 일해도 가난했다. 나도 일용직 노동자로 태평동에서 월세 15만 원짜리 지하방에 살았다. 8만8839가구, 24만 명이 살고 있던 곳이 재개발된 뒤 6만2860가구, 17만 명이 살게 됐다. 이로 인해 7만 명은 살 터전을 잃었다. 임대주택에 들어갈 형편도 못 되는 나는 거리로 나왔다. 외롭지는 않다. 7만 명의 동지가 있으니…

가상으로 꾸며 본 성남시 주민의 2018년의 모습이다. 3단계로 추진되는 성남시 구시가지 개발이 끝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수정·중원구 재개발은 '도시 리모델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이다. 서울과 붙어있고, 바로 옆에 분당과 판교라는 매머드급 신도시가 있어 강남 못지 않은 생활환경을 자랑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과 동시에 최소 7만여 명의 '21세기 난민'이 발생한다. 1960~1970년대 서울 무허가 판자촌을 허물면서 성남으로 온 철거민이 12만여 명이었다. 이젠 가난한 사람은 성남에서도 쉴 곳이 없다. 성남 구시가지 개발의 명과 암을 들여다 봤다.


◆1단계 이미 시작, 2012년쯤 마무리 될 듯=순환재개발 방식이 도입됐다. 한 지역 주민을 일시에 이주시킨 뒤 도로와 주택지를 모두 새로 건설하는 것이다.

1단계 사업은 중동3구역과 은행2구역, 단대구역 등으로 이미 사업에 착수했다. 지역 주민들의 임시거처가 되는 도촌지구 아파트의 입주가 4월말에 끝나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2010년 시작되는 2단계 사업은 태평 2·4구역과 신흥2·수진2구역, 중1·금광1구역, 상대원3구역, 도환중1구역 등이 대상이다. 3단계는 태평1구역을 포함해 신흥1·수진1구역, 신흥3·태평3구역, 중2구역, 은행1구역, 중4구역, 금광2·상대원2구역, 도환중2구역이다. 2010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2018년쯤 마무리 될 전망이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1단계 사업이 끝나면 지역 주민들의 재개발 찬성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단계부터가 본격적인 재개발"이라고 말했다.

◆벌써 전세값 폭등… 우린 이제 어디로=1단계 지역 철거가 얼마 남지 않아 전세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수정구 신흥동 두산아파트 89㎡는 전세값이 1억3000만~1억5000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약 1500만원 이상 올랐다. 또 입주 2년차를 맞은 신흥동 삼부르네상스파크2도 115㎡가 1억7000만~1억8000만원 선이다. 이 지역도 같은 기간 1000만원이상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주축이 되는 순환 재개발 방식과 주민이 직접 개발하는 자체 철거 재개발 방식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마저 일어나고 있다. 시 입장에서는 최소한 이라도 세입자들을 챙겨줘야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등 갈 곳 없는 사람들은 옮겨갈 희망조차 없다. 한 기초수급자 담당 공무원은 "불이 나도 길이 좁아 소방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재개발이 되면 갈 곳이 없다"며 "빤히 보고 있으면서도 도와줄 수 있는 길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