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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잡지 글쓰기

monocrop 2007. 11. 2. 03:56

 ('나갈 수 있어'. 잘 된 글쓰기도 이런 고통을 거쳐야 하는 게 아닐까)

 

잡지 글쓰기



21세기와 인쇄미디어


21세기는 영상이 ‘대세‘다. 미디어조차 활자보다는 영상의 범주로 간주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영상물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활자가 내포하고 전달하려는 언어적 의미보다 더 빨리 다가오기 때문이다. 플래시나 사진합성, ‘포샵질’ 등을 통한 영상을 웹에 올림으로써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의 활로를 여는 인터넷 세대들에게 ‘허접’한 영상으로 간주되는 미디어는 그야말로 ‘안습’이요, 매체 자신들에겐 'OTL'이어서 즉시 퇴출감이 되는 것이다*. 이들의 관점으로 보자면 신문과 잡지의 지면에 나열된 활자들의 편집형태까지 영상적 총체로 해석하는 까닭이다.

-*포샵질, 허접, 안습, OTL 같은 용어들은 인터넷에서 만들어 지고 발전해가고 있는 신조어들이다. 영상으로 인해 발생한 단어들로 자체가 함축적 내용을 담고 있거나 형태를 언어로 대체한 용어들이다. 포샵질→컴퓨터 포토샵 프로그램을 통한 사진 매만지기나 왜곡하기, 허접→허술하고 별 볼일없는, 안습→안구에 습기차다(슬프다는 뜻), OTL→좌절(영문자의 형태가 인체가 무릎을 꺾은 자세를 의미)이란 뜻으로 언어는 영상의 발달과 함께 해가 갈수록 더 진화하고 양산될 것이다.


잡지Magazine도 진화하고 있다. 내용과 외형에서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유지해왔던 고유의 스타일로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어서다. 읽기보다 ‘보는 잡지’로 방향을 잡거나 인터넷식 접근법을 잡지에 운용한다. 나아가 종이로만 대하던 2D(평면)잡지들은 미국 어도비사에서 개발한 애크로뱃Acrobat 등의 첨단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영상(인터넷 잡지나 PDF(Portable Document Format) 같은)으로 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다각화한 전방위미디어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외형적 환경이 이렇게 급격히 변하더라도 잡지를 구매하고자하는 소구점은 항상 콘텐츠에 있다. 바로 독자들이 원하는 글(정보)와 사진(영상)이며 이는 잡지 구성의 본질이기도 하다.



잡지란 무엇인가


잡지는 신문Newspaper과는 다른 형태의 인쇄미디어로 뉴스, 읽을거리 등의 정보를 담아 정기적으로 간행되는 제본된 책을 일컫는다(잡지의 개념). ‘창고‘라는 뜻의 네덜란드어 Magazien에서 유래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잡다한 정보를 게재한 미디어라고 보면 된다. 매체의 유형별 성격에 따라 주 1회 이상 자료를 수집・취재, 제작하여 책의 형태로 정기 간행하는 출판물(잡지의 정의)을 통칭한다.

잡지와 동일한 뜻으로 저널이란 명칭을 쓰기도 한다. 학문적으로는 주간단위 이하의 정기간행물을 잡지로 하고 세분화된 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을 저널로 분류하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출판간행물 법규상 신문, 통신, 잡지, 기타 간행물을 정기간행물에 포함시키고 있다.

잡지를 구분해보자. 우리가 자주 접하던 잡지를 떠올려보면 된다. 시사지, 주부지, 미혼여성지, 남성지, 경제전문지, 레저전문지, 예술전문지, 학술전문지, 사건전문지, 건강전문지, 과학전문지, 의학전문지… 들을 보았거나 보고 있을 것이다. 이 다양한 책들은 성격이나 특징에 따라 묶을 수 있다. 즉 종합 잡지General interest magazine와 지역Geographic 잡지, 인구학적Demographic 잡지, 생활Lifestyle 잡지, 시사News 잡지, 특수취미Special interest 잡지, 업계 전문지Trade & Professional magazine, 엘리트 잡지, 전자잡지Electronic magazine(Cyber magazine 포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월슬리이Ronand E Wolseley는 이를 더 쉽게 일반전문지와 특수전문지로 구분했다(황성근 著 <미디어 글쓰기>). 복잡한 듯하지만 학술적 분류로 이해하면 된다.



잡지 기사는 이렇게 작성하라


이렇게 구분되는 잡지들은 매체의 특성이 요구하는 대로 글쓰기도 달라진다. 시사지는 전달하고자하는 사안의 메시지 전달에 필요한 간단명료하며 정확한 글쓰기가, 여성지의 경우는 정보전달과 아울러 여성들의 취향을 고려한 문체가 필요하다. 여성지 인터뷰 기사를 정치인을 만났을 때의 기사처럼 딱딱한 문장으로 게재해놓으면 어떻게 될까? 담당 기자의 능력은 그런 기사 몇 건 작성으로 평가가 내려지고(잘릴 수도 있겠지) 그런 류의 기사를 자주 게재한 잡지의 평가는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누적되어 마침내는 잡지업계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그만큼 글쓰기는 중요하다.


명(名)문장가는 자신 안에 있다

좋은 기사를 쓰는 데 첩경이 있을까? 학문을 비롯한 어느 영역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첩경이란 있을 수 없다. 스스로 만들어 갈 뿐이다. 묵묵히 나아가야 얻어지는 노력의 결과물이 다. 아래 글들은 ‘좋은 기사 쓰기‘를 향한 여러분의 노력을 좀더 효율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1) 두려움을 비워라

말로는 못할 게 없는 데 글로 쓰는 것만은 젬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살다가 마주치는 수많은 써야할 것들에서 자유로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초등학교 시절 글짓기 숙제에서부터 자라서는 리포트와 논문, 자기소개서 같은, 소소한 일상이 요구하는 글들 앞에서 주저해본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던 순간들 말이다. 쓴다는 일은 과연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글쓰기가 쉬워지는 길은 의외로 간단한 데 있다. 수행하는 사람들이 어느 찰나 도의 경지로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쉬운 글쓰기의 해법은 바로 우리 마음에 달렸다는 사실이다. 두려움을 벗어던져라. 일기를 쓰듯, 친구에게 편지를 쓰듯 편안하게 기사를 작성하자.

글을 쓴다는 건 결코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글쓰기의 두려움에서 헤어나기 위해선 초등학생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글을 써보자. 초등학생들이 괴발개발 글을 써놓아도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글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쉽게 접근해야 글도 쉽게 풀린다.

좋은 글에 대한 과욕도 금물이다. 멋있는 단어나 표현을 동원해 남들이 알아주는 거창한 글을 쓰려고 욕심 부리지 말자. 명문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야 글쓰기가 쉬워진다. 전문 칼럼니스트나 소설가처럼 잘 써야겠다는 생각은 내 글의 장애가 될 뿐이다. 부담을 가질수록 오히려 글은 안 써지기 마련이다.

명문이란 무엇인가. 과거처럼 현학적인 미사여구로 수사해야만 인정받던 명문의 시대는 끝났다. 자기가 쓰고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해 독자가 읽으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글이 현 시점의 명문이다. 이런 명문을 쓰기 위한 첫 단계가 두려움을 떨치는 것이다. 명문은 누구나 쓸 수 있다.


2) 일단 써라

마음을 비웠다면 우선 써라. 준비하고 취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쓰고자 생각한 바를 말하듯이 줄줄 써 나가라. 말하듯이 대화체로 쓰라는 얘기는 아니다. 잘 쓰든 못 쓰든 생각이 가는대로 일단 적어 나가라는 뜻이다.

처음부터 잘 쓰기 위해 맞춤법이나 한 단어 한 문장에 매달리면 글쓰기가 어려워진다. 첫 문장부터 훌륭하게 들어가려고 매달리다보면 글을 이어 나가기가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수식해야 할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든가 마음이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내심 걸리더라도 일단 그 부분은 접어두고 다음 행으로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 문법이나 맞춤법도 신경 쓰지 말 일이다. 인터뷰든 사건 기사든 간에 본인이 쓰고 싶은 대로, 글의 목적에 맞게 써 나가보자.

쉽게 시작해서 전체 글을 수월하게 끝맺었다면 글쓰기의 1차 관문은 훌륭하게 통과한 것이다. 다듬어 만지는 몫은 그 다음 단계다. 이것이 글을 쉽게, 잘 쓰는 방법이다. 그렇게 쓰다보면 원하는 기사의 분량보다 넘칠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정보완단계에서 단락을 축약해 재배치하고 단어와 문장을 다듬어 나가기를 습관화하다보면 좋은 글은 반드시 나온다. 자신 만의 문체를 구사하는 명 기자들도 이런 시절이 다 있었다. 


3) 많이 읽고 잘 베껴라

이렇게 다듬은 원고는 최종적으로 독자들의 기사 선호도로 판가름이 난다. 그러면 독자들이 꼽는 좋은 원고란 어떤 글일까? 기사가 갖추어야 할 6하 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이나 흥미유발도 같은 내・외형적 조건 이전에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한 선결과제가 있다. 바로 문장력이다. 좋고 나쁜 글은 결국 문장력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무슨 내용을 전달하고자 쓴 글인지 겨우 알만한 글들은 대개 같은 표현이 자주 반복돼 지루함을 주거나,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되읽어야 하는 불편함을 준다. 이런 글들을 누가 좋은 글이라고 하겠는가. 쉬운 내용전달 외에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는 글의 힘은 바로 문장력에서 온다.

그렇다면 문장력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베껴 써보는 훈련이다. ‘Mimesis(모방, 모방론)’, 대학시절 미학 첫 수업에 나왔던 단어다. 소크라테스는 Mimesis를 모든 예술의 모태로 규정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문구다. 그렇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긴 하지만 모방과 재창조의 사이는 늘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의욕을 가지고 창작을 하려해도 재창조라는 덫에 걸려 창작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쓴 글에서 모방한 원고의 흔적을 남기지 않을 방법은 과연 있을까?

답은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길 밖에 없다. 아무리 명문장이라 하더라도 한글이라는 기본 소재는 동일하게 갖고 시작하는 게 글쓰기다. 베껴 넣은 한 문장(여러 문장이라도 마찬가지다)을 놓고 주어와 술어를 바꿔보거나, 내 글에 맞춰 수식어를 다른 단어로 넣어보거나, 문장을 받쳐 줄 속담을 끌어 와 글의 맛을 더 강조해보는 방법 등 베낀 후 더 뛰어난 문장으로 탈바꿈 시킬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분의 문장력은 자신만의 문장력으로 체화되어 나중엔 굳이 베끼지 않아도 완성도 높은 문장들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잡지 글쓰기는 영상이다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영상대세 影像大勢’인 시대인 만큼 ‘글쓰기=영상’이라는 등식으로 접근해보자. 여기서 말하는 영상은 세 가지 의미로 나눌 수 있다.


1) 어떤 색깔로 만들 것인가

내가 쓰고자하는 기사의 색깔을 미리 맘속으로 규정지어놓는 일이다. 여기서 색깔이란 표현하고자하는 기사의 성격이 될 수도 있고 나만의 문체적 특징이 될 수도 있으며 말 그대로 색깔을 글의 모티브로 푸는 방법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영화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레드, 블루, 화이트처럼 레드면 레드라는 시각 하나로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접근할 수 있듯이 말이다.

내가 제출한 기획안의 안건이나 내 제출안이 아니더라도 낙점되어 데스크에게서 취재지시가 떨어지면 기자들은 취재준비에 들어간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어떻게 접근해서 어떤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을 잡는 일이다. 취재 프로세서와 원고에 대한 마음의 준비단계이다.

인물을 취재할 때는 일차적으로 그 인물에 대한 기초 자료를 조사해야 한다. 인물의 업적이나 특장,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 독자들이 그 인물의 어느 부분을 궁금해 할 것인지가 조사해야 할 자료들이 되겠다. 인터뷰 질문내용을 자료로 정리하는 동안에 여러분의 머릿속엔 이미 그 인물의 색깔과 기사의 색깔이 정해져 있지 않은가.


2) 어떤 글을 쓸 것인가

내가 쓴 기사가 보여주는 내용적 영상미이다. 사전 단계로 취재준비를 했다하더라도 막상 현장 취재에 들어가면 조건이 다르거나 그간 알려져 팩트fact라고 믿어 온 사실과 다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준비하고 취재한 소스들을 다시금 어떤 이미지로 버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어떤 성격과 형태로 끌어내 완성도 높은 기사로 만드냐는 기자 자신의 몫이다.

사건 기사는 사건 기사에 맞게 수식어를 가능한 배제하고 단문 위주로 건조한 터치로 작성한다든가 연예기사는 까십gossip을 선호하는 독자들의 호응을 염두에 두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꾸미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런 일반론적인 사항을 바탕에 깔고서 자신 만의 개성이 들어간 글을 만들어야 한다.


3) 기자의 영상적 프로듀싱 마인드

내가 쓴 글이 잡지에 게재될 때 어떤 사진과 어울려져서 어떤 레이아웃으로 배치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접근을 항상 염두에 두자. 때로 한 장의 사진이 100장의 원고보다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영상은 그처럼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그런 영상이 준 감동이 그대로 글의 리드(전문 前文)로 전이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혹은 내가 쓴 기사의 훌륭한 보충자료로써 영상이 활용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취재 시 글의 리드를 미리 구상하고서 의도해 사진을 연출 촬영하기도 한다. 시사월간지인 <신동아> 2006년 5월호 332쪽 ‘마지막 동래기생, 구음(口音) 명인 유금선’ 기사의 경우를 보자. 사전에 기자가 알고 있었던 것은 취재대상이 노령이요 기생신분이었다는 점과 국악의 한 분야인 구음 명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기생으로 살아온 분이었으니 자연히 한(恨)이라는 이미지가 겹쳐졌다. 잡지의 메인 컷에 쓸 사진은 노령이므로 클로즈업 촬영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우선했고 시기가 4월이라 마침 벚꽃이 필 무렵이라는 데 착안했다. ‘기생과 소리와 한과 사랑과 벚꽃’. 이 한 줄(영상)로 기사의 70%는 끝난 거나 다름없다. 나머지는 명창이 판소리를 풀 듯 적당한 박자와 추임새를 넣어 가며 기사를 완성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이 기사의 리드*는 벚꽃 날리는 도로를 걸어오는 할머니의 메인 사진에 맞추어 시작한다.

-*다시 벚꽃 아래 섰다. 남녘에 부는 4월의 첫 바람이 따스운 날이다. 따스움이 다정해도 바람은 바람이리. 참으로 아득히 먼 길이었다. 꽃 이파리 분분히 떨어지는 길을 온 평생 굽이굽이 돌아 다시 선 자리.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 허심청. 오늘의 무대가 있는 곳이다.… 중략.



기사 작성 A to Z


1) 주제의식이 없는 기사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무슨 목적으로 기사화하는 취재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제의식이 없이 취재원이 불러주는 대로 글을 쓰는 건 대필가나 하는 일이다. 방송이나 신문, 잡지를 막론하고 어느 미디어나 자사의 논조가 있다. 일차적으로 매체가 요구하는 논조를 벗어나는 주제는 안 된다. 각 기사 개개의 주제의식은 사안별로 기자가 쓰고자 하는 방향으로 몰아가야 한다.

모든 기사는 주제의식에 의거해 기사의 플롯이 결정된다. 사건 기사는 기자가 판단한 방향에 맞추어 자료를 조사 취재해야할 터이고 인터뷰 기사 역시 주제의식에 따라 질문의 방향을 정하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한미 FTA 조약 체결‘에 관한 기사를 쓴다고 가정할 때 우선 두 가지 관점이 나올 것이다. 한미 FTA에 긍정적 입장과 부정적 입장 중에서 매체가 지지하는 방향과 기자가 쓰고자 하는 방향이 같다면 그 주제의 중심을 잃지 말고 기사를 작성하면 된다.

매체와 기자 개인의 입장이 상반될 때가 문제다. 이 경우 편집장과 논의하여 매체의 입장을 기자가 설득해 글을 쓰든지 아니면 기자가 포기를 해야 하는 갈등상황이 생긴다. 실제 잡지제작 현장에서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제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강행하다가 사표를 쓰고 타 매체로 이직하는 기자도 여러 명 보았다.

인터뷰 기사도 마찬가지다. 인터뷰어를 취재 시에는 그 사람의 말을 들은 그대로 실어서는 안 된다. 자료조사를 거쳐 취재했겠지만 그 사람의 얘기를 통해서 시대적 의제나 보편성을 도출해낼 줄 알아야 한다. 주제의식 없이는 이런 식의 도출은 어렵다. 그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새로운 시대적 관점을 알게 해주는 글이 좋은 글이다.

과학이나 예술잡지, 연예잡지나 생활관련 잡지는 주제의식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기자를 지망하는 이들은 자신의 취향과 문체가 어떤 종류의 매체에 적합한 지 고려해서 직장을 결정해야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2) 리드가 중요하다

글의 리드란 기사의 첫 문장을 의미한다. 잡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잡지는 어떤 현상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만 한다. 읽을거리, 볼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잡지의 생명이 과연 길 수 있을까? 이런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첫 번째 미끼가 바로 기사의 리드다. 리드가 좋은 기사는 독자가 끝까지 그 기사를 읽을 확률도 높다. 그러므로 기자는 리드를 독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촉매제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잡지의 리드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 소설이나 수필 같은 문학의 글쓰기와 잡지는 다르다. 글의 목적성이 다르므로 리드도 당연히 문학과는 차별화되어야할 것이다. 잡지의 특징은 일회성과 흥미성이다. 호흡도 빠르고 기사가 내리는 결론이 명쾌하게 떨어져야 한다. 리드도 이런 특징을 좇아가야 한다.


- 리드쓰기 1. 짧게 치고 들어가라

첫 문장은 15글자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만연체로 늘어지는 첫 문장은 독자의 맥을 풀리게 할 것이다*.

-*단순하다. 그리고 뜨겁다. 여든을 바라보는 두봉(78, 프랑스 이름 르네 뒤퐁) 주교가 걸어 온 외길의 삶은 한조각 붉은 마음(一片丹心)일 뿐이다. 그가 뜨거운 붉은 맘 한 조각을 처음 품은 것은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공부하던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이었다.… 중략.(착한 이웃 2006년 5월호 <교회와 인물, 두봉주교> 한경심)

-*‘미친 놈’이라 불러도 좋았다. 무모하기 짝이 없기야 누가 본들 매한가지일 터. 하여 무시로 등짝을 향해 꽂히는 비난 정도는 예사가 되었다. 온몸의 잔털이 일제히 오스스 일어서던 그날의 ‘소름’ 이후 잘 나가던 사진작가 김영일(45)은 생의 궤도를 틀었다.… 중략.(주간동아 575호 국악전문녹음회사 <‘악당(樂黨) 이반’ 만든 사진작가 김영일>)


- 리드쓰기 2. 문장에도 박자가 있다

인간은 일정한 반복에는 긴장을 하지 않는다. 버스를 타면 졸게 되거나 똑같은 과정이 되풀이되면 당연히 지루해진다.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궁중제례악을 들으며 재미있다고 얘기할 사람이 있을까? 글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단문만 나열하거나 장문만 나열한 글은 상대적으로 흡인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한 문장으로만 끝나는 시나 짧은 수필이 있기는 하다).

이 점을 활용해 문장에 리듬을 주자. 예를 들자면 강 약, 강 약약→단문 장문, 단문 장문  장문 이런 흐름으로 말이다*.

-*고백컨대, 이런 삶은 살지 않으려 했다. 전남 강진 ‘촌놈’. 힘쓰고 사는 인생이 어울릴 법 하건만 ‘예(藝)’라 불리는 모든 것에 ‘될‘ 소질을 보인, 신동(神童)이었다 했다. 여섯 살에 천자문을 떼고 아홉 살에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의 문하에 들었으며 열두 살부터 서편제 마지막 전수자인 오병수(심청가 예능보유자) 선생에게 소리를 배웠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흥타령 가락조차 듣는 이의 소매를 젖게 했던 목청 좋았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내림해 준 앞날이 너무 선명해서 딴 길을 가려했다. 절대성(絶對性)이 동반하는 자기부정(自己否定), 반역(反逆)마저 아우르는 필연이랄까. 갈 수밖에 없는 절대적 인생이 두려웠다. 그땐 그랬다. 심장 터지도록 끓는 피 두 주먹에 꽉 쥐고 ’먼 데‘를 보았다. 열아홉 살이었다.… 중략..(주간동아 578호 <이 시대 마지막 한량, 지두화가 고홍선>)


3)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라

많은 내용을 한 문장에 담으려 하지 마라. 한 문장에는 한 메시지만 넣는다는 생각으로 작성하자. 잘 짜였다 해도 문장이 길 경우 지루한 인상을 주게 되고 자칫 산만해질 우려가 있다. 늘어지는 문장은 기사의 주제까지도 희석시킬 수 있다.

긴 문장은 몇 개의 짧은 문장으로 나누어 써보도록 하자. 읽기에 무리가 없는 문장의 글자 수는 대개 30~50자로 보면 된다. 그러나 앞서 리드 쓰는 법에서 적었듯이 단문만 계속 이어질 경우는 곤란하다. 문장의 박자를 운용해가며 가능한 한 단문으로 작성하라는 말이다.

시가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짧고 명료하며 리듬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명심하자. 


4) 좁게 들어가라

철학서가 아닌 이상 거대담론은 피해야 한다. 한 시대의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다룬 기사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처음부터 조선시대가 어떻고 왕조가 어쨌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쓰고자 하는 글은 기사의 말미에 겨우 나오게 될 가능성이 많다.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어느 한 사람이 겪은 어느 일을 중심으로 글을 풀어나가서 덩어리로 최종 결론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다른 종류의 기사도 마찬가지다. 여대생 사망유기사건 기사라면 여대생의 사체가 발견된 장소의 인상으로 기사를 쓸 수도 있고(*예) 산자와 죽은 자의 입김이 교차한 골목이다. 서울 영등포구 000동 몇 번지…) 탤런트 김태희의 인터뷰 기사라면 김태희의 눈동자로 리드를 시작해 모 그룹 부사장과의 결혼설로 결론을 유도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5) 수식어는 조미료다

수식어는 글의 맛을 살려준다. 잘 찾아 쓴 수식어는 문장을 빛나게 하지만 지나친 수식어 사용은 너저분한 느낌을 주고 기사의 신뢰도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수식어는 가급적 쓰고자하는 목적이 주제를 미화해야 할 기사의 경우에 필요하다. 미사여구로 치장해도 좋을 기사에 적절히 사용하도록. 단 과다한 수식어로 글의 기품이 떨어지게 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비판 기사의 경우에는 수식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비판 기사에 수식어를 쓰게 되면 독자에게 기자의 감정을 이입하는 꼴이 되어서 자칫 매도나 저주성 기사가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예) ‘옳지 않다‘라고 하면 될 글을 ’ 매우 나쁘다‘라던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등으로 표기하는 것)


6) 구체성을 띠어라

기사의 생명은 팩트Fact다. 팩트에 충실한 기사는 구체적 실례를 많이 언급한 글이다. 구체성을 확보한 기사는 독자들에게 신뢰로 이어진다. 매체가 갖는 힘도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예) ‘5천 달러 정도의 GNP‘라고 하지 말고 정확한 수치를 명기해야 한다. ’이름모를 산새가 우짖었다‘보다는 ’철 이른 소쩍새의 울음이 발걸음을 잡았다“고 표현하는 것)    .

기사가 구체성을 가지려면 취재가 완벽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 등을 뒤지며 작성한 기사가 발로 뛴 기사를 못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장에서, 현장의 냄새를 맡으며 쓴 기사가 살아있는 기사다.

구체성이 없이 기사의 감상이나 소문, 선입관 따위로 작성한 기사가 실린 잡지들도 있다. 세일즈 포인트를 말초적 흥미와 오락 위주로 잡아 독자층을 유도하는 옐로페이퍼가 그들이다.


7) 객관화 하라

가능하면 사물을 객관화하면서 논리적인 자기주장을 펴나가야 한다. 주관적 관점으로 서술하면 독자의 관심이나 호응을 유도하는 듯한 문투의 글이 되기 마련이다.

책의 종류별로는 시사 잡지나 학술 잡지 등이 이런 접근을 요구하며 기사의 종류별로는 분석 기사, 고발 기사, 경제 기사, 국방 기사, 사회 기사 등이 있겠다. 이 분야들을 담당하는 기자들은 다루고자 하는 현상과 사물을 객관화한 서술로 기사가 보편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족의 문제나 이야기를 다루는 기사라면 그게 비록 가족에 국한된 소재라 할지라도 자기 주변사적 글쓰기에 그치지 말고 전체적 일반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 주관의 틀에 갇히면 대중의 공감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로 든 글은 가족의 죽음 앞에서 남겨진 유족들의 심정을 잘 나타낸 글이긴 하나 주관적인 주제와 서술로 인해 개인사적인 글쓰기에 그쳤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달 장모님을 경기 파주시 금촌동 기독공원묘지에 모시고 돌아오면서 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장모는 당초 막내 사윗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다. 첫째 사위가 진보 교단의 목사, 둘째 사위는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군인인데 셋째 사윗감이 거칠기 짝이 없는 기자라는 사실이 못마땅하셨던 것이다. 게다가 그 기자는 '홀어머니를 모시는 가난한 집의 장남'이었다. 그래서 약혼식도 못 하게 하시고, 결혼 날짜도 추석 전날로 잡으셨다. 사위는 묵묵히 장모의 말씀을 따랐다.… 장모와 사위는 아들과 딸들도 알지 못하는 고통을 함께 나눴다. 장모가 억대의 사기를 당했을 때 사위는 사흘간 사기범을 잡으러 쫓아다녔고, 이 사람 저 사람 이름을 빌려 신용대출로 급전을 마련하느라 탈진하기도 했다.… 장모는 1남 3녀와 6명의 손자 손녀, 그리고 막내 사위가 부르는 찬송가 소리를 들으며 평화롭게 하늘나라로 가셨다. 사위는 장모의 영정 앞에서 40대 후반에 고아가 된 아내를 이제부터 딸처럼 돌보겠다고 약속했다.(동아일보 2006. 7. 13일자 칼럼 오늘과 내일 <장모가 남긴 마지막 선물>)


8) 글의 문체를 정하고 들어가라

쓰고자 하는 글의 성격에 따라 문체를 정하고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취재지시가 떨어지면 써야할 글의 주제도 정해질 것이다. 만연체, 미문체, 간결체, 힘 있는 문체, 현학적 문체…등 여러 가지의 문체를 먼저 설정해서 작성하면 문장의 흐름이 일관성이 있고 특색 있는  기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기사의 전부를 한 가지 문체로 밀고 나가면 안 된다. 미문체로 쓰겠다고 결정했다면 글의 50% 정도를 미문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감정이 섞이지 않은 건조한 글로 채워야 한다. 역설적으로 기사 전체가 미문이 되어버리면 오히려 미문이라는 느낌이 탈색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다른 문체 역시 마찬가지다. 


9) 접속사에서 벗어나자

접속사의 남발은 글의 긴장과 압축미를 해치는 주요인이다. 그래서, 그러므로, 그리하여,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등의 접속사를 넣지 않고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접속사가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부분은 전체기사의 5%를 넘기지 않도록 하자.


10) 중복을 경계하라

요즘 세대들은 ‘리바이벌overlapping, revival'을 특히 싫어한다. 요즘 세대 뿐 아니라 더 오래 산 사람들도 한 번 들은 얘기는 또 듣고 싶지가 않다. 그게 사람의 심리다. 글도 같다. 같은 단어나 표현이 반복되면 문장의 간결성과 세련된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한 문장에서 나온 단어가 다음 문장, 혹은 그 다음 단락에서 발견되는 기사는 완성도 낮은 기사로 치부되기 예사다.

동일한 용어가 등장할 때 조금만 더 생각하고 어휘를 선택하면 중복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의미를 크게 거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고를 단어는 많다. 한자어와 우리말을 섞어 쓰면서 발생하는 중복 문제도 유의해야 한다. 뜻은 같은 데 형태는 달라서 무심결에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비 언론인을 위한 미디어 글쓰기' 게재, 당그래 刊)

출처 : SpringBreezes
글쓴이 : 이브엄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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