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문화경제

[스크랩] [1부]잃어버린 왕국

monocrop 2007. 10. 20. 14:40

 

1976년 일본의 후타미 서원에서 출간되자마자 강제 회수당한 저자의 <卑彌呼渡來の謎>속 표지

         1975년 10월 초하루, 당시 수로왕에게 시집온 ‘아유타국 공주’의 꽃가마 뱃길을 추적하기 위해 어렵게 얻은 여권과 비자로 일본의 큐슈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인 야쓰시로에서 자전거를 얻어타고 한 달을 돌아다니면서 확인한 것들을 정리하며 몇 가지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본인이 감춰온 일본의 고대사 ‘히미코’는 바로 우리 한반도의 조상들이 왜倭, 즉 오늘의 큐슈 지역에서 이룬 역사였다.  

 

          히미코卑彌呼 열풍! 전후 일본 열도는 그들의 학자들이 1천여 년에 걸쳐 정체를 숨겨온 최초의 여왕국을 찾아내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야마이’와 그 건국주建國主 히미코. 그들은 이름조차도 끝의 일壹자를 대臺로 바꾼 쪽을 택해서 ‘야마다이ヤマダイ’라 했고, 여왕을 ‘히미코ヒミコ’라 하여 야마다이와 히미코를 찾아내느라 혈안이 돼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70년대 이후 한반도 김해 쪽과 인도 아요디아, 그리고 일본의 큐슈 지역에서 밝혀낸 역사적 사실을 일본어로 써서 책으로 내기로 결심했다. 야쓰시로에서 확인한 고대사 탐사의 현장은 그들이 열광하는 히미코 탐구와 직결되었기 때문이었다.

 

          수소문하여 찾아간 곳은 후타미쇼보二見書房라는 출판사였다. 생면부지의 출판사를 방문하여 ‘김수로왕후의 꽃가마배와 수로왕의 딸 비미호 공주(일본 발음으로 ‘히미코’)의 거북배’와 관련된  1천 여매의 원고를 보여주었다.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었고, 마침내 12월 8일 일본에 온 지 석 달 여드레 만에 출판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동화를 쓰려고 하지 마시오. 돌아가는 비행기표는 마련해 주겠소.”라며 출판을 못마땅해 하던 주일 공보관의 태도와는 달리, 원고는 후타미의 출판사의 탄력있고 정확한 에디터십editership에 힘입어 7개월 후인 76년 여름 세상의 빛을 보았다. ≪卑彌呼渡來の謎≫라는 타이틀이 달린 베이지 빛 아담한 책자였다.

 

          당시 내가 한 일을 나라는 개인 혼자서 이뤄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미신스러운 생각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몸은 윗대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조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나는 그 모든 조상들을 총체적으로 결집한 존재인 것이다. 

 

          어쨌든 대략 ‘히미코 여왕 도래에 얽힌 수수께끼’로 풀이되는 그 책은 당시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淸張’의 정중한 소개문을 결들이고 아사히 신문에 전단광고까지 내는 등 출판 작업이 순조로이 진행됐다. 그런데 책이 시중에 막 깔릴 즈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초판 1만부를 서점에 내놓았던 출판사가 자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선생님, 면목이 없습니다. 책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출판사에선 ‘회사 사정’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끝내 회수의 진의를 밝히려 하지 않았다. 회수라니?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내걸고 이웃나라 한국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던 그들 아닌가. 이는 말하자면 형태를 바꾼 출판간섭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인세며 체류비, 그 외 제작비, 교정비, 기타 경비 등을 합쳐 엄청난 결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책을 회수해야만 했다.

 

          대체 절판된 이유는 무엇인가. 책이 겪은 수난에 대해 귀중한 지면을 쪼개가면서까지 얘기할 것은 못된다. 그보다도 그 후 나의 땅 조국에서 우리글로 이웃 나라 일본에 전하는 작업을, 그 책에 담은 내용을 재생하는 일을 서두르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단적으로 말하면 어떤 이유로든 그들이 금서禁書 조치를 한 그들의 고대사 ‘히미코 여왕 도래의 수수께끼’는 바로 우리 조상들이 그 옛날 일본 땅에서 펼친 경륜의 흔적이라는 사실이다.

 

          고대의 일은 고대에 물어야 마땅하다. 이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아쉽게도  때로는 최후 승자의 자기 합리화 과정, 정통성 확보의 대안으로 정사가 유용되기도  하지만, 그러나 역사는 끝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우리의 고대사 탐사는 아시아의 옛 역사 문헌의 고전으로 알려진 ≪삼국지≫三國志 기록 가운데 중원 동쪽 여러 민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위지동이전> 魏志東夷傳을  토대로 하여 전개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선조들이 일궈낸 웅대한 사적史蹟을 확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거듭 밝히거니와, 이 길의 길잡이로 삼은 문헌은 민담집이나 그와 유사한 책이 아니다. 우선 정사正史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하는 것이 탐사의 기본이다. 또한 그동안 나의 정신적 터가 되어준 선승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도 탐사의 노정에 불 밝혀 줄 것으로 믿는다.

출처 :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
글쓴이 : 가야공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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