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문화경제

한국과 일본의 중국농산물 수입시스템 비교

monocrop 2007. 8. 16. 12:49

중국산 고급품은 일본으로…싸구려는 한국으로

 

2007년 8월 16일 (목) 03:05   조선일보

 

13일 오전 9시 중국 칭다오(靑島)항. 페리호 선착장 입구에 콩, 고추, 참깨가 든 20㎏ 단위 상자가 수백 개 쌓여 있다. 이 상자들은 오전 10시15분 군산에서 오는 한국 보따리상, 일명 ‘다이공(代工)’에게 넘겨질 예정. 항구 직원은 “매주 월·수·금요일이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순간 전남 무안에서 콩 농사를 지어온 한국 농부 박병만(52)씨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 들어가는 양이 엄청날 텐데. 진공포장하기 때문에 고추 같은 건 풀어놓으면 무지 많아요.” 선착장 일꾼인 조선족 박군(18)씨는 “오늘만 군산항에서 300여명, 인천항에서 200여명의 사람(보따리상)들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들이 1인당 최소 20㎏의 물건을 갖고 들어갈 경우 하루 최저 10t의 중국산 먹거리가 무관세로 수입되는 셈이다.

 

 ▲ 13일 오전 칭다오 항 페리호 선착장 입구에 한국 보따리상들이 들여갈 농산품이 쌓여 있다.

군산에서 온 30대 후반의 한 보따리상은“요령만 있으면 한 번에 70㎏도 무관세로 들여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농부 박병만씨는“이래서 우리 농촌경제가 어렵다. 농민도 중국 참깨, 참기름을 먹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칭다오=김우성 기자

 

 

 

 고추가 1㎏당 22위안(2860원), 참깨가 15위안(1950원)으로 민간 수입업자들이 관세를 물고 들여오는 원가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허난성(河南省)에서 참깨를 정식으로 수입하는 한 민간무역상은 “중국 참깨나 콩의 절반이 보따리상들에 의해 무관세로 한국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 중시하는 일본, 종자까지 관리

같은 날 오후 4시 지모(卽墨)시의 그린빈(껍질째 먹는 콩) 농장. 4만6200㎡(1만4000평) 농장에서 생산되는 물량 중 70%는 일본 호텔이나 학교 식당에 납품된다. 농장 관리인 리진쭤(43)씨는 “종자, 농약 종류, 다른 밭에서 농약이 바람에 날아오는 것까지 체크한다”고 말했다. 박병만씨가 “잡초는 어떻게 제거하냐?”고 묻자 리씨는 “제초제는 쓰지 않고, 20명의 인부가 손으로 직접 제거한다”고 답했다. 박씨는 “한국선 엄두도 못 낼 일”이라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 농장의 원료로 20여 종의 냉동 야채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현지 업체는 한국인 장준(41)씨가 운영하는 ‘칭다오 글로벌식품 유한공사’. 그린빈 농장을 비롯한 66만6000㎡(20여만평)에서 연간 3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모국이 아닌 일본으로 수출하는 이유에 대해 장씨는 “한국은 가격만 따지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까다로운 일본측 요구조건을 수용한 이유도 흥미롭다. “위생 설비를 갖추면 그만큼 보상해 주니까. 일본은 만두용 부추를 1t에 800달러 쳐주지만 한국은 400달러로 떨어진다. ”


◆품질? 안전? 싸면 된다는 한국

14일
자오저우(膠州)시에 위치한 ○○식품유한공사. 한국행(行) 김치를 생산하는 공장에 수입상으로 위장한 뒤 견학을 신청했다. 총경리가 나와 마스크·모자·실험복·비닐 양말·장화를 건넸지만 실험복엔 고춧가루가 묻었고, 비닐양말은 신자마자 찢어졌다. 총경리는 “미생물 검사시설도 갖췄다”고 말했지만 직접 보고 싶다고 하자 “회사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잔류 농약 검사에 대해서도 “휴대용 검사기로 적합·부적합만 판단한다”면서 “어차피 한국 식약청과 중국 수출입검험검역국(CIQ)의 기준만 통과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럼 배추에 사용하는 농약이라도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그렇게 확인할 바엔 직접 김치를 담그라”더니 “지금까지 그런 걸 요구하는 (한국인) 바이어는 한 명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김치는 1t당 480달러의 비교적 비싼 가격을 받고 수입된다.

◆고율관세 등 시스템 개선돼야

다롄(大連)에서 유기농 콩과 녹두, 참깨를 유통하는 조선족 곡물상 이상귀씨는 “한국에서 물건이 달린다거나 가격이 올랐다 싶으면 보따리상들이 무조건 싼 제품들을 들여가저질 농산물 사고가 터진다. ‘모래 섞은 참깨’가 한국에 들어가는 건 한국 상인들이 묵인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돤광쉬 청도일보 기자는 “고춧가루에 색소를 섞는 건 한국 상인이 원해서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농산물에 대한 높은 관세(참깨 630%, 대두 480%)와 정부의 최저가 입찰제(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외국 바이어에게 수입권을 주는 외자 구매 제도)가 문제란 지적도 있다. 관세는 우리 농가를 보호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이지만, 이것이 일부 브로커의 농간으로 ‘싸구려 불량 식품’을 범람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린성(吉林省)에서 유기농 콩을 계약 재배 중인
풀무원의 배경근 박사는 “관세가 거의 없는 일본 기업들은 산지 관리 시스템에 그만큼 투자해 불량품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신혜원 인턴기자(단국대 언론홍보학과 3년)]
[김용태 인턴기자(오리건주립대 경영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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