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고기>와 일본신화를 연구하지 않고서 <격암유록>만을 연구하면 緣木求魚라는 오류에 빠진다
노중평
<한단고기>를 우리의 역사서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한단고기>의 소장자 이유립, 한단고기를 일어로 번역하여 일본사회에 알린 가시마 노보루, 이를 보고 <한단고기>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세상에 알린 임승국, 세 분이다.
내가 <격암유록>을 해석하면서 보니, <격암유록>과 이들 세 분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분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로 하였다. 이 말은 가시마 노보루를 우리의 역사를 훔쳐간 도둑으로 몰아 배척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가시마 노보루는 사라진 일본역사의 회복을 위하여 하늘이 낸 사람이다. 그의 연구업적은 일천한 일본의 역사를 치우천왕· 유망· 황제 3조 이전시대의 역사로 격상시키는 데에 공헌하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와 동등하게 되는 데에 찬성한다. 우리와 일본의 조상을 동근동족同根同族으로 보기 때문에 그렇게 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편협한 시각을 바꾸어 주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책이 바로 <한단고기>이다. 우리나라에는 <한단고기>를 신주 모시듯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재야사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은 재야사학자가 아니라 인터넷 사학자들이다.
인터넷에 송준희씨가 <한단고기>에 대한 일본인 실세와 대한민국인 실세들이 보여주는 생각과 태도를 써서 올렸는데, 한 권의 역사서를 대하는 두 나라 실세들의 태도가 너무나 판이하게 대조가 되어 여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사람보다 역사에 대하여 진지하지 못하고 유식과 무식이 구별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단고기>와 관련이 있는 분들이 이유립· 가시마 노보루· 임승국 세 분인데, 우리나라에서 실세들이 이유립· 임승국 두 분을 대하는 태도와 일본에서 실세들이 가시마 노보루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달라 극과 극이다.
일본은 일본의 역사를 <한단고기>의 번역을 통하여 배달나라시대로 끌어올린 가시마 노보루에 대하여 일본의 스승 정도로 대접을 하고, 우리나라의 실세 지식인 그룹이나 기관들은 이유립· 임승국 선생 두 분을 우리 역사를 어지럽히는 원흉정도로 매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세 정치인들은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양국이 <한단고기>에 대하여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 인터넷 사학자 송준희씨의 글을 통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일본은 “<한단고기>에 대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을 뛰어넘어 아시아의 지보”라는 최대의 찬사를 보낸다. 이 말에는 중국의 선진사先秦史 앞부분과 일본의 일본사 앞부분이 <한단고기>에 기술된 한국역사와 배달나라역사로 채워질 날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해 주는 말이다.
동양3국 역사학의 판도 변화를 예견한 가시마 노보루는 3년여의 연구 끝에 <일본서기>를 부정하고 <한단고기>를 일본의 민족사로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송준희씨는 가시마 노보루에 대하여, “1979년 단단학회 한암당 이유립 선생이 <한단고기> 번역작업을 하고 있던 도중, 일본인 가시마 노보루가 민족사서 <한단고기>의 존재를 알고, 그해 가을 자유사 대표였던 박창암 장군을 찾아가 간곡히 부탁을 한 끝에, 자택에서 <한단고기>를 건네받아, 일본으로 가져가, 3년여의 장기간 번역작업을 통하여 1982년 7월 일본어판 <한단고기>를 출간하였다”고 하였다.
송준희씨의 글을 좀 더 보기로 한다.
“국내에는 이보다 늦은 1986년 고 임승국 교수가 한글판 <한단고기>를 출간하였다. 고 임승국 교수는 미국도서관에서 영문번역 <한단고기>(우리나라 학자는 아무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필자 가필)를 보고, 저자를 찾아 일본으로 갔다가, 이것이 우리 것임을 알고 난후, 귀국하여, <한단고기> 번역작업을 하게 된 사연이 있다. 영문학자에서 민족사학자로 변모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송준희씨는 <한단고기> 일어 번역을 통하여 보여준 가시마 노보루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한단고기>를 자기들(일본)의 민족사라 우기며 "아시아의 지보"라 극찬했다
<한단고기>를 "倭史化" 하여 일본의 기원을 끌어 올리려 시도하였다.
즉, <한단고기>의 가치를 인정하고 근거사서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가시마 노보루는 <한단고기>를 인정하고 일본의 기원을 끌어올리려, <일본서기>를 오히려 위서라 몰아붙이는 등 <한단고기>의 가치를 홍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정황을 아는 사람 많지 않다. 오늘의 우리를 보라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
일본은 대한민국에 일어판 <한단고기>를 배포하였다.
- 서울대학교 포함 32개 대학교
- 서울신문 등 6개신문사
- 종교 및 민족단체 12개
- 국회도서관 등 8개
- 개인 인사 23명
찬조 추천란에 추천자로 이들 기관과 개인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한단고기>를 일본의 사서로 인정하는데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에서 일본판 <한단고기>를 추천한 사람들을 내각총리대신, 각종의원, 학자, 지방단체장, 종교단체장 등 무려 1040명이 <한단고기> 번역작업을 지원하고 추천하였다. <한단고기> 번역 사업이 거의 국가적 사업으로 지원을 받은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강호(민족)사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에 불구하고, 이 땅의 매국식민사학의 O들은 ‘위서’론 설파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 이상한 현상
일본어판이 나왔을 때 거의 모든 대학, 언론, 기관들이 환영일색이었다가 임승국 역 한글 번역판이 나오자 일제히 입장을 바꿔, <한단고기>를 언급하면
- 위서 : 믿을 수 없는 조작된 사서, 특정종교 포교목적으로 쓴 책 등
- 정상이 아닌 사람 : 한마디로 미친 사람 취급했다는 뜻
- 언급하면 학계 매장 : 동종교배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특이한 사항 등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하였는데 지금도 그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 이 나라가 미쳤다.
<격암유록>에는 필자가 해석하기에, 한· 중· 일 3국을 통합한 유리국琉璃國이 등장한다. 3국이 통합되어 단일국가가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국가를 통합하려면 먼저 이론적으로 역사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단고기>연구자들에 의하여 이 작업이 시작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은 이미 한· 중의 역사통합작업으로 ‘동북공정’과 ‘탐원공정’을 내세웠다. 고구려를 중국역사화하는 ‘동북공정’이 이미 완성되었으므로, 고구려유적을 정비하고, 백두산을 중국의 산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앞으로 중국이 할 일은 북한이 헐벗고 굶주리다가 중국을 향하여 SOS를 치게 되는 일이다. 그때가 되면 군대를 들여보내 북한을 통일하여 동북의 제4성으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이 일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SOS를 치지 않았던 멀쩡한 티베트를 군대를 동원하여 강점한 선례가 있다.
'탐원공정'은 <단군신화>를 비롯한 우리의 상고사를 토대로 하여 자신의 역사를 완성하자는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군신화>를 우리가 천시하고 있는 동안 저들 문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황하문명론에 대치되는 홍산문화도 단지 현재 중국 땅에서 발굴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화하족의 문화에 편입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법으로 삼한과 단군조선 이상의 역사를 모두 중국역사에 편입시키자는 것이 저들의 의도이다.
필자가 ‘일본의 신화와 마쓰리’를 분석하고 추론해 보니, 일본에는 단군조선의 유민이 선주민으로 살고 있었고, 다음에 정복민으로 이서국의 유민이 들어갔고, 이어서 백제와 고구려의 유민이 들어가 일본의 역사체계를 세웠다. 그러므로 <한단고기>가 일본사람들에게 절대로 낯선 역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본도 <한단고기>를 내세워 단군왕검의 땅 조선, 한웅천왕의 땅 배달나라를 넘보려 할 것이다. 이미 일본은 임진왜란과 명치유신 때 충분히 실습을 하였다. 고구려가 다물군을 내세워 배달나라와 단군조선의 고토인 기주성을 향하여 진격해 들어갔던 광개토대왕의 고사가 있음으로, 일본이 우리 역사에서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하여 한판 벌일 가능성은 충분한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한단고기>를 위서니 뭐니 하면서 아는 척을 하며 배척하고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두 나라에서 우리 역사 먹어치우기 작업을 착착 진행시켜 갈 갈 것이고, 이들 나라가 왜곡하여 영문판을 만들어 각국의 도서관에 배포한 거짓 역사가 우리의 역사를 속국의 역사로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일부 실세 학자님들이 위서타령만 하다가 막판에 가서는 본의 아니게 옹고집 하나 지키려다가, 이완용이 되었음을 알게 되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때에 가서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신중국과 신일본의 건국공로훈장이라도 하나 타게 된다고 한들 그게 자신이나 우리에게 무슨 덕이 되겠는가?
격암 선생이 앞으로 3국이 통합되어 유리국이 된다고 했으니, <한단고기>를 잘 연구하여 우리가 3국의 장자국長子國으로서 역사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음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래야 3국 통합회의를 하게 될 때 우리의 지분이라도 착실하게 챙기게 될 것이다.
'Language & ... Writing > 향가·만엽가·일본서기 해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고대 일본인의 정체성을 알기위해서 일본古詩歌 비밀을 해독하라 (0) | 2007.10.24 |
---|---|
고대인의 신화.설화 구성 기법 (0) | 2007.10.15 |
에도시대 고증역사학자 후지와라 사다모토의 고백 (0) | 2007.10.12 |
[스크랩] (37)교토시 기타노텐만궁 (0) | 2007.10.12 |
[스크랩] (1)일본 속 백제 발자취 (0) | 2007.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