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비쳐진 세상

한 젊은 삼성맨의 사직서를 읽고서...

monocrop 2007. 7. 5. 03:05

한 젊은 삼성맨의 사직서                           원본출처 : http://blog.empas.com/satgaram/20872921

 2007/07/04 (수) 00:55                                                                           2007/06/01 (금) 16:57

 

어느 삼성맨의 사직서

 

먼저 삼성물산이라는 곳은...

 

한 젊은 삼성맨의 사직서가 인터넷상에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삼성물산에 입사해 지난 2일 쓴 이 사직서는 사내 게시판에 올려지면서 확산 됐고 이를 머니투데이가 소개하면서 수많은 네티즌들이 알게 됐다.

 

그는 사직서에서 회사를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다'고 비유하며 "개구리를 냄비에 넣고 서서히 끓이기 시작하면 개구리는 온도에 적응한답시고 유영하지만

결국엔 배를 뒤집고 죽게 된다"면서 "냄비를 뛰쳐나와야 하는 변혁의 시기에

그때 그때 상황만 모면하려 한다면 결국 똑같이 개구리처럼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모두가 싫어하는 회식을 누굴 위해 그렇게 하는지

일을 빨리 끝내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미리 야근을 생각하고 왜 일을 미루는지

말도 안되는 제도를 문화로 만들어도 어느 누구하나 이의 제기하지 않고 그런 문화에 순응해 나가는지

일하는 직원에 대한 냉정한 보상 평가가 있으면 좋을텐데 인간관계 하나로 모두가 결정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 글을 퍼다 나르는 통에 개인 블로그부터 수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게시판에까지 널리 퍼져있다. 대체적으로 "패기있고 용기가 가상하다"며 사직서를 쓴 그를 응원하는 반응이 주류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쓴 사직서에 쓴 조직문화에 대한 것은 누구나 다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만한 것이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문화가 되고 그 문화가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야근하는 것과 창의와 혁신을 강조해야 할 회사가 인간관계만을 더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것에서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블로거들도 자신의 생각과 사직서를 본 느낌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수많은 포스트들이 올라오고 있다.

 

   출처: 올블로그, http://www.allblog.net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조직 문화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사직서를 쓴 사람을 위로하고 있다. 야근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데 특히 수당이 붙어 있으면 으레 야근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또 회사는 야근하는 사람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자기 계발할 시간보다 회식이나 공동체 생활의 인간 관계때문에 모든 것이 흐트러지고 만다는 의견에도 많은 블로거들이 찬성했다. 아울러 그동안 생각만 해왔지 말을 할 수 없었던 조직 문화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대리만족 수준이 최고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사직서에 대한 그 젊은이의 용기는 찬성하면서도 냉정한 평가와 생각에 대해서는 "철없는 투정이다"는 반대 의견도 보였다.

 

특히 칼퇴근 이후 자기 계발할 시간을 달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조직이 월급을 주면서 개인 계발하라고 시간까지 허락해 줄까"라고 반문하며 "그것은 알아서 틈틈이 할 수 밖에 없다. 이것도 냉정히 따지면 조직 부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또 여러 네티즌들은 "조직이라는 게 완벽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수많은 개성을 가지고 있는 개개인이 모여 한 공동체를 이루는데 어떻게 모두의 입맛에 맞을 수 있나"며 철없는 투정으로 몰아부쳤다.

 

아울러 "자기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고 조직 문화에 대한 불만만 쏟아 낸다면 그 배는 산으로 갈 것이다" "올바르게 주장하기 위해선 자신의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굽힐 것은 굽히면서 다른 사람들과 타협적인 행동으로 관철시킬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도 나타냈다.

 

다음은 해당 사직서 전문이다.

 

[삼성물산 46기 신입사원의 사직서]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재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
전부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일을 하고
일과후에 자기 계발하면 될텐데,

 

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
실력이 먼저인지 인간관계가 먼저인지

이런 질문조차 이 회사에서는 왜 의미가 없어지는지..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도대체,
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와 혁신이 넘치고 수평적이어야 하며,
제도는 실력과 실적만을 평가하는

냉정한 평가 보상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뒤쳐질까 나태해질까 두려워 미친 듯이 일을 하고
,
공부를 하고,

 

 

술은 무슨 술인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더라도,
도대체 이렇게 해도

5
년 뒤에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
10
년 뒤에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고민에,
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유지가 되고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회사를 통해서 겨우 이해하게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니부어의 집단 윤리 수준은

개인 윤리의 합보다 낮다는 명제도 이해하게 되었고,

 

막스 베버의 관료제 이론이 얼마나 위대한 이론인지도 깨닫게 되었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코웃음 치던

조직의 목표와 조직원의 목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대리인 이론을
정말 뼈저리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게 된 이야기는, 냄비속 개구리의 비유입니다.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체온을 서서히 올리며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삶아져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게 됩니다.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때 그때의 상황을 때우고 넘어가는 변화를 일삼으면서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대단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안을 삼는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문화를 이루고,
문화가 사람을 지배합니다
.
하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모두가 알고 있으니

변혁의 움직임이 있으려니,
어디에선가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으려니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문화 웨이브라는 문화 혁신 운동을 펼친다면서,
청바지 운동화 금지인 '노타이 데이' '캐쥬얼 데이'로 포장하고
,
인사팀 자신이 정한 인사 규정상의 업무 시간이 뻔히 있을진데
,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원과의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하여 특정 활동을 강요하는 그런,

 

신문화 데이같은 활동에 저는 좌절합니다.
변혁의 가장 위험한 적은 변화입니다
.
100
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30의 변화만 하고 넘어가면서

마치 100을 다하는 척 하는 것은
70
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 미래의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더욱 좌절하게 된 것은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인사팀이 큰일을 저질렀구나
이거 사람들에게서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나오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에,
다들 이번 주에 어디가야할까 고민하고,

 

아무런 반발도 고민도 없이 그저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
..
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한단 말입니까.

 

개념없이 천둥벌거숭이로
열정 하나만 믿고 회사에 들어온 사회 초년병도
1
년만에 월급쟁이가 되어갑니다.

 

상사인이 되고 싶어 들어왔는데
회사원이 되어갑니다.

 

저는 음식점에 가면 인테리어나 메뉴보다는
종업원들의 분위기를 먼저 봅니다.
종업원들의 열정이 결국

퍼포먼스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당 서현역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 가면
얼음판에 꾹꾹 눌러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주문할때부터 죽을 상입니다
.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
힘들다는건 알겠습니다. 그냥 봐도 힘들어 보입니다.

 

내가 돈내고 사는것인데도
오히려 손님에게 이런건 왜 시켰냐는 눈치입니다.
정말 오래걸려서 아이스크림을 받아도
,
미안한 기분도 없고 먹고싶은 기분도 아닙니다.

 

일본에 여행갔을때에 베스킨라빈스는 아닌 다른 아이스크림 체인에서
똑같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습니다.
꾹꾹 누르다가 힘들 타이밍이 되면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모든 종업원이 따라서,
아이스크림을 미는 손도구로 얼음판을 치면서

율동을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린 손님들은 앞에 나와서 신이나 따라하기도 합니다
.
왠지 즐겁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습니다.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아이템입니다
.
같은 조직이고, 같은 상황이고, 같은 시장입니다
.
이런 생각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하루하루 적응하고 변해가고,
그냥 그렇게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제가 두렵습니다
.
회사가 아직 변화를 위한 준비가 덜 된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준비를 기다리기에 시장은 너무나 냉정하지 않습니까.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
하지만 내일에 반복되어져서는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조직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말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
조직이 가진 모든 문제들을 고쳐보고자 최선의 최선을 다 한 이후에

정말 어쩔 수 없을때에야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까.
많은 분들이 저의 이러한 생각을 들으시면

회사내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 일을 해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조직을 가던 매월 셋째주 금요일에
제가 명확하게,
저를 위해서나 회사에 대해서나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웃으면서 동참할 생각도 없고
그때그때 핑계대며 빠져나갈 요령도 없습니다.

 

남아서 네가 한 번 바꾸어 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 회사에 남아서

하루라도 더 저 자신을 지켜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 이 회사는 신입사원 한명보다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 동기들은 제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우수한 인적 집단입니다.
제가 이런다고 달라질것 하나 있겠냐만은

제발 저를 붙잡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들을 모으셔서
제발
저의 동기들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사랑해서 들어온 회사입니다.
지금부터 10, 20년이 지난후에

저의 동기들이 저에게
너 그때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
,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

이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2007 5 2

 

출처 : 도깨비 뉴스

도깨비뉴스 동석 기자 feelsogood@dkbnews.com

 

[하얀날개 생각]

어엿 직장생활도 10여년이 흘러가는 이때

다시금 제 자신을 돌아보는 글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그 말.

왜 이렇게 서럽게도 실천하기 어려울까요?

 

 

.......................................................................................Mimesis

 

일개의 범인 혹은 그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 개인으로서

사회의 단면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때의 나 자신도 조직속에서 그러한 측면을 느꼈을 때

대응했던 형태의 일면이 비슷한 점이 있어 공감은 간다.

 

그러나 이 후 독립하여 새로운 '나만의 변화'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조직에서 바라 보았던 사회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음이

매서운 기억의 하나로 떠오른다.

 

물론 개인 능력 차이에 의해, 비젼의 차이에 의해 달라질 요인임은

두말할 필요 없겠지만, 어쨋든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생각해봐도

자신의 결정의 자유를 더 많이 생각하면 혼자 움직여야 할 것이고

그에 조금 못미치는 결론을 얻었으면 어렵겠지만 어떻게든

조직안에서의 '개혁'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세상은 혼자서 만들거나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남보다 앞서 느낀다고 생각한 것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이 더 나은

해결책을 가지고 갑자기 나오기도 하는 것이 이제껏의 경험이었다고 할까 

 

썩기도 많이 썩은 세상이기도 하지만 저런 '신선한' '오염되지 않은'

시각과 열정들이 아직도 일각에 살아있기에 그래도 사회는

조금씩, 기대보다는 훨씬 못미치기는 하지만 느린 속도로 변화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