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 개발 예정지 옆에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한
공동주택이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호기심은
증폭되었다.
빌모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의
건축가로 잘 알려진 인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내부 설계,
파리 샹젤리제 거리 풍경 디자인, 레바논 베이루트
쌍둥이 빌딩이 대표작이다. 실내에 심어진 소나무와
투명한 엘리베이터로 화제를 모았던 인천국제공항의
내부 인테리어 역시 그의 손길을 거친 작품. 건축과 인테리어
전방위 디자이너인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공동주택 ‘르 씨뜨 빌모트’가 궁금해졌다.
시청에서 출발해 50분 남짓, 개선문처럼 압도적인 형태의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숲 속에
위치한 ‘르 씨뜨 빌모트’는 3천여 평의 대지 위에 4층으로
된 주거 5동이 들어선 유럽형 저층 주택 단지.
조경 면적이 40%(법정 기준 30%)가 넘어 전원주택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취재를 위해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흑벽돌이 깔린 바닥 위로
정갈한 정원수가 심어진 길. 이때,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고글형 선글라스를 낀 터프한
차림새의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그가 바로 권상우. 대한민국에서 톱스타가
열광적인 팬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유유자적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주거 단지가 얼마나 될까?
갑자기 이곳이 색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르 씨뜨 빌모트’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그 삶터 역시 자연과 호흡하며 영위해야 한다”는 빌모트의 건축관이 반영된 공간.
따스한 햇볕, 시원한 녹음, 투명한 물, 멀리 다가선 산들이 ‘윤택한 삶’을 보장할 것이라는
그의 장담에 동감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