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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라산>은 몽고어로

monocrop 2011. 9. 11. 11:28

옮긴이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고대사 전공자들에게 우리 고대사의 몇 가지 명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옮긴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몽고족 출신의 한 인사가 중국 심양의 요령민족출판사에서 <몽고경전>의 한역 편집을 맡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고대 몽고어를 전공한 학자이다.

하루는 그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그 자리에는 북경대학에서 현대 몽고어를 가르치는 교수 한 분도 동석하였다.

 

그날 저녁 식사 후에 우리는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북경대학의 몽고어과 교수가 부르는 몽고어 노래 가사에서 "할라"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다. 평소 제주도의 "한라산"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궁금하게 여겨왔던 나는 노래가 끝난 후 노래 가사에 나오는 "할라"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인즉, "저 멀리 구름 위로 우뚝 솟아있는 검푸른 산"이라는 것이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제주도는 고려시대 때 몽고인들이 말을 기르던 곳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노래 부르기를 그만두고 몽고어와 우리말의 음과 뜻이 같거나 비슷한 단어 찾기에 나섰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우리 고대사의 명칭들 가운데 평소 그 뜻을 궁금하게 여겨왔던 것과 같은 음의 몽고어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 첫째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왕호인 「거서간」이었다. 내가, "거서간". "쥐시간(거서간의 중국 발음)"을 반복해서 말하자, 나의 친구가 손짓을 하여 말을 중단시키고, 몽고 고대어에 그와 비슷한 음의 단어를 생각해 내었다고 하였다. 기대에 부푼 내가 그 뜻을 묻자, 그가 말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그 중에서 한 사람을 대표로 뽑을 때. 그 대표로 뽑힌 사람을 쥐시간이라고 하였다."

「거서간」을 「귀인이 부르는 호칭」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삼국사기>의 주석보다 훨씬 명쾌하였다.

 

그 다음으로 알아낸 것은 「마립간」이었다. "마립간"과 마리간(마립간의 중국 발음)"을 되풀이하는 나에게 말을 멈추라고 하면서 그가 설명하였다. 몽고 고대어에 우리말「마립간」과 비슷한 음을 가진 단어는 「강력한 힘을 가진왕」, 「명실상부한 권력자로서의 왕」이란 뜻의 단어라 하였다. 신라왕의 칭호가 「니사금」에서 「마립간」으로 바뀐 시기는 신라의 왕권이 확립된 시기와 일치하는 바, 「마립간」을 「말뚝을 왕의 칭호로 사용했다」는 <삼국사기>의 주석의 설명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알아낸 것은 연개소문의 직위인 「막리지」�다. "막리지"와 "모리즈(막리지의 중국 발음)"를 되풀이하는 나를 손짓해서 멈추고 그가 말해준 고대 몽고어는 「모글리지」라는 음의 단어로서 왕의 밑에서 실질적으로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수석 대신으로서, 현대에서 그 예를 찾는다면, 「국무총리」와 비슷한 것이라고 하였다.

 

본서에서 저자가 말한 바 이두문자를 통한 해석과 함께 몽고 고대어를 통한 해석 두 가지 방법을 같이 이용한다면 우리 고대사와 관련된 인명, 관직명, 지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참고가 될 것이다. 우리 고대사 전공 학자들에게 옮김이의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우리 고대사의 한·몽 공동연구를 건의하는 바이다.

 

출처 : 조선상고사 신채호저, 박봉성 옮김

출처 : 연림잡필
글쓴이 : 대연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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