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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음향 오너

monocrop 2010. 10. 21. 02:30

...최 사장은 틈만 나면 중소기업 예찬론을 풀어 놓는다. 용 꼬리 보다는 뱀 머리가 낫다는 게 최 사장 논리다.

"중소기업에서는 조금만 열심히 하면 사오정, 오륙도 걱정 없이 끝까지 인정받으면서 일할 수 있어요. 당장은 대기업이 좋을지 모르지만 탄탄한 중소기업을 골라 주인의식을 갖고 함께 키워가는 보람이 더 크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일리가 충분히있는 지적이다.

그런데...뱀까지는 올라섰을 때 이야기이지 않은가.

뱀이 못되고 지렁이라면 얘기는 또 확 달라진다.

퇴출 1호로 지목될 수 있는 것이 소위 '발이 느려진' 경력사원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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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Story] 최윤길 성주음향 사장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05.12.14 11:02


지난 11월 30일 개최된 무역의 날 기념 행사장. 최윤길 성주음향 사장(53)은 이 날 1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지난 88년, 성주음향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세일전자를 설립한지 17년 만의 일이다. 스피커 전문 생산업체인 성주음향 올 예상매출액은 230억원.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은 대략 50%선인 115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1000만불 수출탑.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스피커 공장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30년 가까이 스피커 시장에서만 보낸 최 사장이 갖는의미는 남다르다. 고향에서 공무원 생활을 뒤로 하고 서울로 올라와 스피커 공장 걸레질부터 시작했던 최 사장은, 이제 삼성전자도 무시 못하는 스피커 전문기업을 일궈냈다.

현재 성주음향은 경기도 포천 본사를 비롯해 중국 톈진, 헝가리 부다페스트, 태국 파타야, 멕시코 티주아나 공장 등 4개 해외 지사를 거느린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협력회사 관리에 깐깐하기로 유명한 삼성전자와 2002년 첫 거래를 시작한 이후, 지금은 삼성전자 TV용 스피커 가운데 50%를 성주음향에서 공급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1000만불 수출탑 수상■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최 사장은 평창농고를 졸업한 후 평창군 공무원으로 일했다. '유지'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집안도 부유해 그대로 안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 사장은 '큰 물에 가야 큰 고기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보따리를 쌌고,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지금도 가끔 '그 때 서울로 오지 않았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시골 면장은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고생을 사서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회사를 만들고 키워 직원을 뽑고, 수출로 달러도 벌어오니, 이만하면 보람있게살아온 것 아니겠어요?"

처음 찾아간 곳이 친척의 소개로 알게 된 '북두음향'이었다. 이 때가 76년. 최 사장은 처음부터 '내가 이 회사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걸레를 잡았고, 한 달이면 20일은 야근을 했다. 집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2배는 많았다.

10년쯤 흘렀을까. 갑자기 회사 생활에 회의가 든 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어차피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그래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사업을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 잘 하던 최 사장을 보내줄 리 없었다. 오히려 회사는 납품을 받아 줄테니 다른 회사를 설립하더라도 그냥 남아만 달라고 애원(?)할 정도였다.

"회사에 있을 때부터 내가 이 회사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어요. 그랬더니 저절로 사람들이 인정해 주더군요. 그래서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나 결국 독립했다. 성주음향 전신인 세일전자를 차렸다. 다만 전 직장에서워낙 안 놔줘 소속은 양쪽 소속이 됐다. 아무래도 내 회사가 생기다보니 관심은 '내 회사'에 쏠릴 수밖에.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아 북두음향을 떠나 진짜(?) 독립했다.

 

■뻐꾸기시계 스피커로 '대히트'■

최 사장은 20여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전한다. 꾀를 모르고 우직하게 일하다 보면 기회는 오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지론. 최 사장이 첫 번째 기회를 잡은 건 일본 세이코사에 수출을 시작하면서부터. 최 사장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 무대포 정신으로 세이코사를 찾았고, 아침저녁으로 담당자를 찾아 다닌 결과 뻐꾸기시계에 들어가는 소형 스피커 납품권을 따냈다. 이후 납품량을 꾸준히 늘려가며 회사 기반을 다졌고, AT & T, 에릭슨, 노키아 등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에도 유선전화 스피커 납품을 시작해 사세를 키울 수 있었다. 96년에는 대지 1500평, 건평 400평 규모의 중국 톈진 공장도 설립했다.

두 번째 기회는 IMF 외환위기 시절 찾아왔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환위기로 고전하고 있던 차에 성주음향은 300만달러 상당의 마스터 L/C(잠깐용어 참조)를 확보하고 있어 앉은 자리에서 25억원이 넘는 환차익을 냈기 때문. 환율 상승에 따른 피해는 중국 공장 가동 확대와 원가 절감, 기술력 향상을 통해 어렵지 않게 극복해 낼 수 있었다.

"이 때 들어온 여유자금으로 생산설비를 자동화하고 R & D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죠. 중국 공장도 150명에서 450명으로 대폭 늘려서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요. 무엇보다 IMF를 계기로 성주음향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대기업 못지 않은 기술력을 인정받게 된 게 큰 힘이 됐습니다."

세 번째 기회는 2002년 삼성전자 TV용 스피커 납품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공장 시설 미비로 '퇴짜'를 맞았지만, 두 번째 심사에서는 납품을 성사시켰다. 당시 공장에 불이 나면서 공장을 전면 신축했던 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초기에는 납품 물량이 크지 않았지만 거래를 계속할수록 삼성전자의 신뢰를 쌓으며 올해는 연간 100억원 어치 TV용 스피커를 공급했다.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계기로 헝가리, 태국, 멕시코 등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은 스스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하지만 행운도 준비한 사람에게만 오는 법이다.

 

■PA용 브랜드 사운드피아 출시■

최 사장은 요즘 스피커 기술 개발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LCD, PDP TV처럼 제품이 점차 슬림화되면서 스피커도 슬림화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최 사장은 TV용 스피커 시장뿐 아니라 실내 공연장, 교회 등에서 사용되는 PA(Public Address) 스피커 시장에도 적극 뛰어든다는 각오다. 아날로그 TV가 디지털 TV로 전환하면서 스피커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지만 잘 나갈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성주음향은 '사운드피아'라는 독자 브랜드를 선보이는 한편 본격적인 마케팅에도 나설 방침이다.

"세계 시장에서 스피커하면 단 번에 성주음향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최윤길 사장이 말하는 '성공 비결'】

최근 최윤길 사장은 서울대학교 공대생을 대상으로 특강에 나섰다. 중소 전자부품 기업 CEO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한국의 전자부품 산업의 현실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다. 이 날 최 사장은 수강생들로부터 수차례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대중을 설득시킬 수 있을 정도의 달변은 아니지만 솔직한 사업 얘기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주인의식만 갖고 일하면, 어디를 가도 자신이 사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일수록 시키는 일만 할 게 아니라 찾아서 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주어진 일에 만족하지 않고 부지런히 다른 일들에까지 관심을 갖고 일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는 납품회사라고 원청업체에 끌려 다니기만 할 게 아니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왜 성주음향이어야 하는지 자신 있게 설득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주음향이 납품업체로는 드물게 2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술연구소를 설립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사장은 "항상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우리회사뿐 아니라 원청업체들도 함께 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틈만 나면 중소기업 예찬론을 풀어 놓는다. 용 꼬리 보다는 뱀 머리가 낫다는 게 최 사장 논리다.

"중소기업에서는 조금만 열심히 하면 사오정, 오륙도 걱정 없이 끝까지 인정받으면서 일할 수 있어요. 당장은 대기업이 좋을지 모르지만 탄탄한 중소기업을 골라 주인의식을 갖고 함께 키워가는 보람이 더 크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잠깐 용어

·마스터 L/C:내국신용장과 대비되는 개념의 원신용장을 말함. 외환으로 표시돼 있어 결제 시점 환율이 적용된다.

[정광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