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ㆍ죽음은 프로그램된 필연적 단계"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2.2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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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남홍길 교수 "식물연구로 죽음의 생체회로 규명"
국내 연구진 참여 논문 3편 '사이언스' 동시 게재
국내 연구진이 식물을 이용한 유전자 연구를 토대로 생명체에서 노화와 죽음을 관장하는 생체회로가 작동하는 과정을 밝혀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포스텍 생명과학과 남홍길(51) 교수팀은 19일 실험용 식물인 애기장대를 이용해 노화와 죽음은 유전자적으로 결정돼 있는 필연적 단계임을 밝혀내고 식물뿐 아니라 인간 등 모든 생물체의 노화와 죽음이 생체회로를 통해 조절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 인터넷판(20일자)에 "한국 연구자들이 (생물체 내) 일련의 신호들이 식물 잎의 죽음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설명과 함께 주목할만한 논문으로 소개됐다.
같은 호 '사이언스'에는 이와 함께 울산과기대 박수진 교수팀의 '테라급 저장장치 핵심기술 개발'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성수 박사팀의 '차세대 전자 소재 다중강성 물질의 새로운 전기적 특성 발견' 등 모두 3건의 한국 연구진 참여 논문이 게재됐다.
◇ 노화와 죽음은 체계적으로 프로그램된 필연적 단계 = 포스텍 남홍길 교수팀은 애기장대 연구를 통해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 3개가 상호작용하면서 노화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식물에는 노화ㆍ죽음 과정이 필수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견고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있음을 증명했다.
실험결과 노화 관련 유전자인 ORESARA1(ORE1:오래살아1)과 EIN2, miR164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생체회로 조절이 노화과정을 관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EIN2의 활성이 증가하면서 ORE1 전사체의 양도 증가하며 그에 따라 노화와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이 유도된다는 것이다.
애기장대에서 ORE1 유전자를 제거하면 노화가 20% 정도 지연되고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질 경우에도 ORE1이 활성화돼 노화가 촉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생체회로는 ORE1 전사체 양을 조절하는 것으로 노화와 죽음을 조절한다. 어린 식물에서는 ORE1 전사체 양이 적고 miR164가 ORE1을 분해하지만, 노화가 진행될수록 EIN2가 miR164의 분해를 막아 ORE1의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ORE1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막아도 식물의 노화와 죽음은 계속 진행되며 노화조절 네트워크의 수학적 모델링 결과 노화와 죽음에 이르러면 노화 생체회로가 일정기간 이상 계속 작동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 교수는 "이 연구 성과는 식물이 나이가 들면 노화 및 죽음을 피할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다"며 "식물뿐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물체의 노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테라급 저장기술 개발..DVD 1장에 영화 1만2천500편 = 울산과기대 박수진 교수(제1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토머스 러셀 교수(교신저자) 등과 함께 기존 기술보다 저장용량이 1만배 이상 큰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는 핵심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제곱인치 당 저장용량이 10테라비트(TB=1천 기가비트) 이상인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는 초고밀도의 고분자 패턴 형성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현재의 기술로는 DVD 1장에 영화 한 편(1GB)을 저장할 수 있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DVD 1장에 1만2천500여편(1만GB)을 담을 수 있다.
연구진은 단결정의 성질과 고분자 조합체 결합을 이용해 수㎠의 크기에 기존보다 10배 이상 고밀도인 제곱인치당 10TB의 초고밀도 고분자 패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존 기술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트 간 간격이 50㎚ 정도라면 이 신기술로 만든 소자에서는 비트 간 간격이 7㎚ 정도밖에 되지 않아 초고밀도 저장매체 제작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수㎠ 크기에 제곱인치당 10TB의 초고밀도를 갖는 패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테라급 정보저장 매체 및 패턴 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응용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다중강성 물질의 새로운 전기적 특성 발견 =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성수 박사는 미국 럿거스대 물리학과 정상욱 석좌교수(교신저자)와 함께 차세대 메모리 소자나 태양전지 등의 소재로 응용 가능한 다중강성 물질을 합성하고 그 전기적 특성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상온에서 전기적 성질과 자기적 성질을 동시에 갖는 다중강성 물질인 비스무스철산화물(BiFeO₃)을 처음으로 합성하고 이 물질의 전하수송 특성과 광기전력 효과를 최초로 확인했다.
단결정 BiFeO₃가 외부 전기장에 의해 전하 수송 방향이 조절되는 다이오드 특성이 있다는 사실과 여기에 빛을 쏘이면 기전력이 발생하는 광기전력(photovoltaic) 효과가 있음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광기전력 효과는 무공해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전지 분야에 응용될 수 있어 이 연구성과가 향후 전자소자 개발에 직접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 연구성과는 다중강성 물질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특히 새로 발견한 단결정 BiFeO₃의 전기적 ㆍ광기전력 특성을 활용하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신개념 복합기능 소자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 남홍길 교수
울산과기대 박수진 교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성수 박사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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