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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패션전문가가 본 럭셔리의 허구

monocrop 2008. 9. 26. 01:01



파야_Noblesse Children #24_디지털 프린트_78×130cm_2008

 

예전 패션 바이어로 일할 때 이 맘때쯤

전략적으로 휴가를 가곤 했던 곳이 홍콩이었다.

목적은 한가지 아르마니 수트와 소품을 70퍼센트 할인행사를

하는 매장들을 속속들이 뒤져 보는 일이었다. 무관세 지역이다 보니

여름 한철 클리어런스 세일때는 정말 엄청나게 낮은 가격에 국내에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명품들을 손에 쥘수 있었다. 홍콩여행이 끝날 때는 보통 상사들을 위하여

아르마니 넥타이 3-4개 정도는 일도 아닌 시절이었다.

 

 
파야_Noblesse Children #12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사진작가 파야의 작품은 특이하다. 사진인지 아님, 풍자적인 유채 작품인지
처음에는 구분이 잘 안간다.  작품 속의 아이들이 프라다, 루이비통, 구찌, 샤넬
명품 시계와 가방을 걸치고 야릇한 표정을 얼굴에 담은 채 보란 듯이 관람객을 쳐다본다
이런 모습은 유년시절 엄마의 립스틱을 바르고,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아빠의 넥타이와
커다란 양복으로 한껏 어른 흉내 내던 과거 속 추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야_Noblesse Children #35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파야의 이번 「Noblesse children」시리즈는 명품에 중독된 세대를 그렸다

소유에 대한 가치가 바뀐 우리 시대의 사회적 면모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작품속 연출된 아이들은 치장한 명품으로 귀족적 지위를 획득한 변신의 순간을

  행복한 마음으로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표현하고 있다.

 

패션에 대한 글을 쓰고, 상품기획을 했지만

럭셔리라 불리는, 명품의 가치에 대해서 철저하게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오랜동안의 브랜드 역사와 장인의식을 가지고 만든 제품이란 점은

인정하지만, 사실 그 속내를 살펴보면, 우리가 명품이라 알고 있는

제품들은 철저한 광고전략의 부산물이다.

 

패션 전문기자인 데이나 토마스가

쓴 <럭셔리: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을 읽다보면 우리 시대의

명품, 럭셔리가 가진 허상과 대중화 현상을 거치면서 어떻게 값싼 물품으로

변질되었는지를 밝힌다.

 

"명품은 바느질로 공들여 만든 ‘좋은 제품’이길 포기했다
 대기업이 명품업체를 합병하면서 수십억달러짜리 글로벌 브랜드로 탈바꿈된 결과일 뿐이라고
데이나는 말하고 있다. 명품산업의 시장 규모는 157조원에 달한다.
명품 핸드백 하나쯤 없는 여성들이 없고, 명품 광고는 잡지와 도시를 뒤덮는다"

 



파야_Noblesse Children #28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명품산업은 완전성을 상실하고, 그 본래의 순수함을 잃었다.
그 역사를 더럽히고, 고객의 눈을 속였다. 재벌들은 명품을 ‘접하기 쉬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던 모든 특성을 없애버렸다. 명품은 그 광채를 잃었다.”
라는 비판을 서슴없이 날리는 데이너의 글에서 깊은 공감을 느낀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보자. 파야는
루이비통 가방을 술을 담그는 이미지로 새롭게 그려내

절대적 믿음의 산물로서 확장시킨다.  작가는 우리 속에 있는 명품 선호 풍조를

「Noblesse Children」을 통해 우리의 자화상을 반영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탈리아 명품

핸드백의 90퍼센트가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메이드인 중국이란 원산지 표시를 붙이지 않는다"(이 내용도 언급한 책에 나온다)




파야_Noblesse Children #29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에르메스는 올해를 ‘인도의 해’로 정했다.

상류층의 기호를 공유한 뒤 같은 부류로 취급받기를

원하는 아시아의 중산층들도 이제 명품에 올인하고 있다.

명품 소비가 대중화되면서 ‘맥럭셔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명품을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누구나 쉽게 손에 쥘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일본이 명품시장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소비자 군을 형성하게 된 데는 다름 아닌, 중민의식이 자리잡는다

즉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소비자계층이 실질 경제적 측면에서의

중산계층과의 동일시를 위해서 명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즉 정신적 따라잡기의 확장이다

  

 

파야_Noblesse Children #15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패션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입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라이프 스타일,

개성과 인성을 드러내는 매개다.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당시로서는 흰담비털로 망토를 만들어 입었던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 귀족이나

자색 염색이 어렵던 시절, 귀족들의 색상에 붉은 옷이 많은 것도

같은 이치다. 그만큼 제작하는 데 높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고

그만큼의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기술은 평준화 되고 있고

우리가 명품이라 불리는 것들은 일종의 기호품처럼 일상화 되고 있는

지금, 그 명품에 중독되어 버린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명품이 주는 차별화 효과?

혹은 그 옷이나 액세서리를 입는 이들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그렇다면 당신의 목적은 애초부터 좌초하고 말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럭셔리는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신봉하는 럭셔리는 맥도날드와 같은 가치를 가진

일상용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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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글쓴이 : 김홍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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