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대별 피겨 세계선수권 세력 변화 분석
국제빙상연맹(ISU) 현 회장은 이탈리아의 친콴타입니다. 친퇀타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5년 째 회장직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친콴타는 원래 스피드 스케이팅 출신으로 2002년 솔트 레이크 올림픽에서 피겨 아이스 댄싱 부문의 판정 음모 논란의 여파로 IOC가 개입 판정 시스템을 바꾸게 되는데 2002년 당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라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나는 피겨를 잘 몰라서..”라고 답하여 많은 이들을 탄식하게도 했지요. 뭐 설마 정말 몰라서 한 말이겠습니까? 자기 책임이 없다는 거죠.
그가 회장으로 있던 시기에 피겨 스케이팅은 그래서 2002년 6월 일본 교토 총회에서 신채점제 안을 채택하고 피겨 담당 부회장과 기술위원회 위원장이 바뀌는 변화를 겪습니다. 신채점제는 그 후 2004년에 확정되어 2005년 세계선수권부터 적용됩니다.
그래서 이 친콴타 회장 시기를 셋으로 나누어 매년 열리는 피겨 세계선수권의 성적 분포 변화를 살펴봅니다. 현 피겨 부문의 고위 임원은 2002년 총회 때 바뀐 이후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공정한 비교를 위해 1995~1999까지를 제1기, 2000~2004까지를 제2기, 신채점제가 적용된 2005 이후를 제 3기로 나누어 비교해 보겠습니다.
비교 형식과 순위 : 보통 우리는 금/은/동의 순서로 봅니다만 미국 등에서는 얻은 메달의 합계를 우선합니다. 이 글의 목적은 어떤 나라의 세력이 상승 또는 쇠락했는가를 보고자 하는 것이므로 취득 메달 개수를 먼저 보고 그 뒤 금/은/동의 취득 순위를 보겠습니다.
제 1기 메달 분포도 (1995~1999)
1995~99 |
금 |
은 |
동 |
계 |
러시아 |
11 |
7 |
6 |
24 |
미국 |
4 |
6 |
5 |
15 |
캐나다 |
2 |
0 |
4 |
6 |
프랑스 |
0 |
3 |
3 |
6 |
중국 |
1 |
2 |
0 |
3 |
독일 |
1 |
1 |
1 |
3 |
체코 |
1 |
0 |
0 |
1 |
핀란드 |
0 |
1 |
0 |
1 |
폴란드 |
0 |
0 |
1 |
1 |
제 1기의 특징은 러시아/미국의 2파전입니다. 물론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우세하지만 미국 역시 압도적인 2위이고 5년간 불과 9개국만이 하나라도 메달을 만져 보았습니다. 구채점제 시대인 이 때에는 기술성과 예술성을 각각 6.0 만점으로 해서 완벽함에서 차차 감점하되 선수 순위는 점수의 합이 아니라 순위의 합에 의해서 결정되는 좀 복잡한 방식이었는데요 그래서 ‘상대적 우수성’과 심판의 ‘주관’이 많이 개입하고 기술성은 전체 연기에 대해서 채점하므로 개별 요소 보다는 전체적인 안정성과 하모니가 중시되었습니다.
이 시기 일본은 보이지 않고 중국은 여자 싱글의 선구자 루 첸의 분전이 눈에 띄지만 아직 피겨는 비아시아인의 경기였습니다.
제 2기 메달 분포도 (2000~2004)
00~04 |
금 |
은 |
동 |
계 |
러시아 |
10 |
8 |
3 |
21 |
미국 |
3 |
4 |
5 |
12 |
중국 |
2 |
2 |
2 |
6 |
일본 |
1 |
0 |
4 |
5 |
캐나다 |
2 |
2 |
0 |
4 |
프랑스 |
1 |
2 |
1 |
4 |
이태리 |
1 |
1 |
0 |
2 |
불가리아 |
0 |
1 |
1 |
2 |
독일 |
0 |
0 |
2 |
2 |
리투아니아 |
0 |
0 |
1 |
1 |
이스라엘 |
0 |
0 |
1 |
1 |
이 시기의 중간대인 2002년 올림픽에서 크게 사고를 치고 고위 임원들이 다수 바뀐 피겨 경기는 그러나 채점 방식은 아직 구채점제였습니다. 내부적 변화와 심판들의 적응기를 겪는 이 시기는 전체적으로 볼 때 제 1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중국과 일본의 도약이 눈에 띕니다.
구체점제의 모순이 극에 달했던 이 시기는 일부 은퇴 선수가 아마 시절 ‘우리가 경기하기 전 일부 심판이 우리에게 너희는 잘 해도 은메달이라고 결정되어 있다고 말했다’는 폭로도 나오는 등 선수의 국적과 명성이 심판의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폐해가 곪아 터졌던 때입니다만 심판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제 3기 메달 분포도 (2005~2008) : 신채점제
2005~08 |
금 |
은 |
동 |
계 |
미국 |
1 |
2 |
6 |
9 |
러시아 |
3 |
1 |
2 |
6 |
중국 |
2 |
3 |
1 |
6 |
캐나다 |
1 |
4 |
1 |
6 |
일본 |
2 |
3 |
0 |
5 |
프랑스 |
2 |
2 |
0 |
4 |
스위스 |
2 |
0 |
1 |
3 |
불가리아 |
2 |
0 |
0 |
2 |
독일 |
1 |
0 |
1 |
2 |
이태리 |
0 |
1 |
1 |
2 |
한국 |
0 |
0 |
2 |
2 |
우크라 |
0 |
0 |
1 |
1 |
신채점제가 되면서 개별 기술에 대한 점수의 합으로 순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복잡한 계산법 설명은 생략하고 요점만 정리한다면 신채점제의 장점은 작위적인 순위 조정이 ‘전보다 어렵다’는 점과 선수간의 상대적 평점이 아니라 기술 요소에 대한 절대평점의 합이므로 보다 객관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심판은 구채점제 시절의 심판들입니다만….
분포도를 보면 다음과 같은 점이 눈에 확 들어오실 겁니다.
1. 러시아의 급격한 퇴조
그나마 2005년에 금3 은1개를 땄으니 러시아는 지난 3년간 동메달 2개만 건진 겁니다. 단순히 후진 양성 실패라고 하기에는 그 폭이 너무 크지요?
2. 메달 획득 국가의 다양화
제 1기에 5년간 9개국, 제2기에 5년간 11개국이 메달을 가져 갔는데 제 3기에는 4년간 12개국이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3. 메달 분포의 평준화
제 1기나 2기의 러시아, 미국 같은 초강세를 보이는 국가가 없습니다. 기간이 짧음에도 금메달을 가져간 국가의 수도 9개(1기는 6개, 2기는 7게)이며 메달 수도 다들 비슷합니다.
4. 아시아 피겨
일본과 중국은 2기에 이어 상위권에 분포합니다. 다만, 2기와의 차이점은 2기에서는 이들 국가가 특출한 몇몇 선수에 의해 메달을 딴 것인데 지금은 그 우수선수의 층이 두껍습니다. 거기에 김연아 선수의 한국이 한 발 내밀어 아시아 피겨가 점점 중심부에 자리잡는데요 여기에는 확실히 신채점제의 효과가 큽니다.
5. 캐나다의 부상
소리 없이 캐나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1,2기는 5년 3기는 4년의 통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제자리 걸음인데 캐나다는 2010 올림픽도 개최하고 현 피겨 담당 부회장이 캐나다 연맹 사무총장을 오래 역임했던 David Dore 입니다. 신채점제를 가장 강력히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진 사람인데요 이번 세계선수권과 다음 해 올림픽에는 4개 전종목에 메달권의 선수가 양성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근간에 금메달 후보가 없다(여자 싱글은 아예 메달 후보도 없다)며 채점제가 바뀐 것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캐나다는 여유 있게 자국의 올림픽을 기다립니다. 1988년 역시 자국에서 열렷던 올림픽에서 은 2 동 1만 얻었던 캐나다, 2010 밴쿠버에서는 어쩌면 큰 일을 낼 지도 모릅니다.
6. 구채점제의 채점 경향을 아는 이들은 구채점제였다면 김연아 선수도 메달권 밖의 선수였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전체에 5.7, 5.8 이런 점수를 주는 체제 하에서는 ‘놀랄만한’ 신기술이나 연기가 아니면 좀처럼 명성있는 선수나 국가를 앞지르기 어려웠습니다. 신채점제 자체도 여러 흠을 갖고 있지만 기간별 분석을 통해 보면 우리 같은 피겨 변방국에는 ‘고마운’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게 공짜로 바뀐 건 아니죠. 2002년의 스캔들과 망신 스폰서 퇴조 등의 대가를 치르고 나온 자구책입니다. 판정 스포츠의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이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