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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팍스아메리카나’ 왜 10여년밖에 못갔나

monocrop 2009. 1. 17. 11:31

팍스아메리카나’ 왜 10여년밖에 못갔나
한겨레 한승동 기자
» 〈제국은 무너졌다〉
〈제국은 무너졌다〉
자크 사피르 지음·박수현 옮김·김병권 한국어판 보론/책보세·1만5000원

1991년 소련 붕괴와 걸프전쟁은 미국이라는 일극 초대국의 시대, 곧 미국의 세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팍스 아메리카나의 도래를 자축하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환호성과 함께 미국의 세기는 종말을 고했다.

 

아메리카 제국의 존속기간은 1991년부터 2003년 이라크 침공까지 불과 10여년. 미국의 세기는 배아 상태에서 사라져버렸다. 21세기는 제국 미국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제국의 소멸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이는 마치 20세기가 영국 제국의 몰락을 확정짓고 소련의 등장과 독일·이탈리아 파시즘의 대두를 초래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과 함께 시작된 것과 닮았다.

 

미국 제국의 소멸은 한국 외환위기(아이엠에프 사태)도 한 축을 담당했던 1997~8년 금융위기와 미국 대응의 실패가 그 출발점이었으며, 2008년에 시작된 금융공황은 관에 마지막 못질을 한 것과 같다.

 

왜 미국의 세기는 배아 상태에서 사라져버린 걸까? 파리10대학과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를 거쳐 파리 산업화양식 비교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자크 사피르(55)는 5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1997~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은 위기를 예측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세계경제를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동아시아에서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 퍼져나간 위기를 미국은 예측도 못했고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둘째, 이로 인해 1980년대 이래 정립된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질서의 정당성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했다. 시애틀과 제네바 반WTO(세계무역기구) 시위, 도하어젠다 협상 실패는 그 구체적 표출이었다.

 

셋째, 실패가 계속되자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해 자국 헤게모니를 관철하려 했고(1999년 코소보 사태 개입과 2003년 이라크 침공), 이는 더 큰 실패를 불렀다.

 

넷째,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자국의 세계전략에 편입시키려는 이중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오히려 러시아는 탈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위기를 벗어나면서 강대국으로 부활해 국제관계의 맥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다섯째, 약체화된 러시아를 자국에 종속시킴으로써 중국의 급부상에 대처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빗나갔으며, 그 초조감 때문은 미국은 재군사화로 방향을 선회하고 이라크와 아프간 침공을 강행했다. 이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지역을 통제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압박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부시 정권과 네오콘 사단만의 책임은 아니다. 클린턴 정권도 다를 바 없었으며, 따라서 “부시의 백악관 입성은 이 동학(動學)의 원인이라기보다 징후에 가까웠으며, 기폭제라기보다 동학의 현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오바마의 민주당 정권이 등장하면 세계정치의 흐름이 1991년 이전의 동학을 되찾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향후 세계는 주권국가의 부활과 다극질서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 이명박 정권은 사피르가 파악한 이런 세계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러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뒤죽박죽 모순된 정책들을 내세우는 것은 신자유주의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했으나 그것과 정면 충돌하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하자 땜질식 임기응변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이 보기에 미국의 세기와 신자유주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명박 정권의 이런 정책은 노무현 정권의 ‘좌파 신자유주의’만큼이나 말 안 되는, 그 이상의 실패를 부를 패착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출처 : 슈뢰딩거의 고양이
글쓴이 : 레이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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